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삼성전자가 약 20조원을 들여 미국에 건설할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로 텍사스 주 테일러시가 낙점됐다. 삼성의 대규모 파운드리 투자가 확정되면서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4일 "당사는 신규 파운드리 라인투자와 관련해 미국 테일러시 등과 협의를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그렉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John Cornyn) 상원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테일러시에 세워질 신규 파운드리 공장은 오는 2022년 상반기 착공, 2024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약 20조원)로, 이는 삼성전자의 역대 해외 투자 중 최대 규모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테일러시는 삼성전자 측에 향후 10년간 재삼세 90% 이상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오스틴 공장보다 더 큰 규모로, 최대 1800여개의 일자리를 신규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금번 투자를 통해 반도체 생산 역량을 확대해 첨단 및 핵심 시스템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가 대규모 파운드리 투자를 확정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선두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를 위해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확대하는 등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현재 7나노 이하의 초미세공정의 파운드리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가 유일한 만큼 양사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올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5%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이유로 직전 분기 대비 약 1%포인트 감소한 17%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목표와는 달리 향후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 건설 중인 신규 파운드리 팹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다.

지난 6월 TSMC C.C.웨이 CEO는 온라인 심포지엄을 통해 "새 공장 건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신규 팹은 오는 2024년 5나노 공정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외신 등에 따르면 TSMC 역시 2024년 생산을 목표로 향후 3년간 설비·투자에 총 1000억 달러(약 110조8800억원)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등 차량용 고급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전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생산 규모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만장가량으로 추산된다. 뿐만 아니라 최대 5개 공장을 추가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테일러 공장에 첨단 파운드리 공정 시설을 가동하며 추격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규 공정을 통해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인공지능) 등이 생산될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TSMC 외에도 기존의 '반도체 강자'인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등에 200억달러(약 24조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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