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가 긴급 체포돼 지난 20일 서울 중구 중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가 긴급 체포돼 지난 20일 서울 중구 중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전 남자친구 김병찬(35)에게 스토킹에 이어 살해를 당한 피해 여성의 유가족이 경찰의 부실대응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경찰 불신론’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 유가족은 “책임자는 고인의 영정과 유가족들 앞에서 진심어린 마음으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며 사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피해자의 남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계획적이고 잔인한 ‘스토킹 살인범’에게 살해당한 고인과 유족의 억울함을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 

 청원인은 “지난 22일 이 사건의 관할 최고 책임자였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국민들의 분노에 뒤늦게 경찰의 책임을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발표했다”며 “(당일) 해외출장을 가느라 서면으로 사과했다고 하더라. 이것이 진정한 사과일까”라고 반문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2일부터 우즈베키스탄 출장길에 나섰다. 26일 귀국 예정이었지만 논란 끝에 귀국 일정을 하루 앞당겨 25일 귀국한다.

청원인은 “경찰은 신속하게 사건 현장에 도착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또 다른 가해자”라며 “유족에게 사건의 경위를 정확히 설명도 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고 또다시 억울함과 비통함을 느꼈다”고 성토했다.
그는 “피해자가 고인이 되고 유가족들이 병원에 달려왔지만, 경찰은 사건의 경위에 대해 상세히 유가족들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병원을 떠나버렸다”며 “유가족들은 언론에서 나오는 기사를 보며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병찬은 지난 19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 A(32)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김병찬의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었다. 

피살 전에 경찰이 홍보한 시범운영 프로그램으로 긴급호출을 보냈지만, 경찰은 위치를 제대로 특정하지 못해 출동이 지연됐다.
경찰은 그간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면 위치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초로 줄고, 오차범위도 20∼50m로 줄어든다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정작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은 A씨가 피살 직전 신고한 스마트워치의 ‘SOS’ 신호를 받고 신변보호 위치확인시스템에 접속하자 시스템 간 연동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접속이 불가했다.

앞서 지난 15일 인천에서 층간 소음 갈등으로 40대 남성이 아래층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에서 경찰이 사건현장을 이탈하며 도망치는 바람에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 가족 역시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경찰의 직무유기, 살인미수 방조를 고발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이틀 만에 20만명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는 해당 경찰관들이 소속된 인천 논현경찰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 등에는 “경찰을 어떻게 믿겠느냐” “대응이 미숙한 경찰관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등 비판 글이 수백씩 건 쏟아지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경찰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자 소명”이라며 “위험에 처한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한 이번 인천 논현경찰서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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