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초 2사 주자 1,3루 상황 롯데 안치홍이 안타를 친 뒤 1루 베이스에서 나경민 코치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사진=뉴시스)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초 2사 주자 1,3루 상황 롯데 안치홍이 안타를 친 뒤 1루 베이스에서 나경민 코치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지난 2002년 7월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년간 연봉계약금지조항 등 '불공정'야구 규약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정, 삭제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19년 동안 ‘공정위’의 명령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6월 롯데 자이언츠 안치홍 선수의 문제 제기로 법적 분쟁이 될 조짐을 보이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모든 선수의 다년 계약을 허용하기로 했다.

안치홍이 기아 타이거즈에서 FA 자격을 얻어 롯데 자이언츠팀으로 올 때 맺은 계약 가운데 맺은 '옵트아웃' 조항 때문이다.

안치홍은 2000년 1월 7일 롯데 자이언츠와 4년이 아닌 2+2년, 최대 56억 원에 ‘옵트아웃’ 계약을 했다.

안치홍의 에이전트(이예랑)와 롯데가 협상테이블에 앉아서 20번 이상 (계약조건을) 수정한 결과였다.

옵션 아웃(Option-out)의 약자인 옵트 아웃은 옵션을 실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포츠 계약에서의 옵트 아웃은 주로 계약 파기의 뜻으로 쓰인다.

만약 보장 계약 기간(2년)이 지난 뒤 롯데가 안치홍과 2년 더 함께한다고 결정하면 2년 동안 31억 원의 추가 계약이 자동 발동된다. 그러나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1억 원의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하고 방출시킬 수 있다. 물론 안치홍에게도 선택권이 있다. 안치홍이 2년간 좋은 활약을 해서 몸값을 다시 끌어올린다면, 보상금 또는 보상 금액 없이 타 구단에 입단할 수 있는 FA 행사를 할 수 있었다.

이제 프로야구에 ‘다년간 계약’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가히 혁명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다.

다년간 계약이 구단은 능력 있는 선수들을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어서 괜찮고, 선수들은 다년 간의 계약 기간 동안 마음 놓고 야구를 할 수 있어서 좋다지만, 사실 선수가 훨씬 더 좋아진 셈이다.

선수 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더 짙어질 전망이다. 이정후(키움) 강백호(kt), 이의리(기아) 같은 능력이 있거나 가능성이 큰 선수들은 다년간 계약이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지거나, 각 팀의 후보 선수들은 연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년간 계약이 이뤄진다고 해도 프로야구팀들의 연봉총액은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보다 다년간 계약을 먼저 시작한 메이저리그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메이저리그에는 해마다 ‘좀비’ 선수가 100명 가까이 속출되고 있다.

속칭 ‘좀비’ 선수는 부상 때문에 연봉만 축내는 선수들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연봉 3770만 달러(452억)를 받는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젤스), 최저연봉 56만3500달러(6억5000만원)를 받는 1년 차 선수들, 올 시즌 2000만 달러(236억원) 받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4년간 8000만 달러) 선수 등은 모두 162경기를 모두 뛴다는 것을 전제로 받는 연봉이다.

그러나 장기계약을 한 후 부상 등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연봉만 받아가는 선수들이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대변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노조가 선수가 다칠 경우를 대비해 구단과 계약할 때 전액 보장 또는 일정액 이상을 보장받도록 기준을 설정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부상을 당하더라도 연봉을 구단과 원래 계약한 대로 받게 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들도 부상 선수가 나올 것에 대비해 보험 회사와 따로 계약하고 선수 연봉을 충당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기존에 지불하는 선수 연봉과 보험금 등 이중으로 돈이 나가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포브스는 메이저리그는 거의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지불하는 연봉이 해마다 2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다년간 계약이 실시되는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발등의 불’이 될 것 같다.

구단과 선수가 1년씩 계약을 할 때는 길어봐야 10개월 정도 만 죽은 돈(좀비에게 주는 연봉)이 발생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지만, 장기 계약이 되면 그 기간이 최소 10개월에서 최대 4~5년 또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구단과 선수가 장기계약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옵션도 생기게 된다. 그래서 옵션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도 발생한다.

메이저리그에서 3루수와 우익수로 활약했었던 뉴욕 메츠와 바비 보니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뉴욕 메츠 팬들은 해마다 7월1일을 ‘바비 보니야 데이’라며 빈정거린다.

바비 보니아는 1963년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로 59살이다. 20년 전인 2001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팀에서 은퇴를 했다. 그런데도 은퇴를 한 후 10년이 지난 2011년부터 뉴욕 메츠팀에서 매년 7월 1일 이면 120만 달러 가까이 받는다.

보니아는 73살이 되는 2035년까지 매년 12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받는다. 구단과 맺은 ‘연금계약’ 때문이다.

보니아는 1986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팀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올스타에 6번이나 뽑혔었고, 베리 본즈(역대 최다 홈런 762개)와 함께 그 유명한 BB포를 형성하기도 했었다. 보니아는 1992년 FA 자격을 얻어서 뉴욕 메츠와 당시 최고연봉인 2900만 달러에 5년간 계약을 했다. 그러나 성적이 팀의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1995년 볼티모어 오리올즈로 트레이드 되었다.

그 후 플로리다 마린스, LA 다저스를 거쳐 1999년 뉴욕 메츠로 복귀했지만, 타율이 1할대로 떨어져 곧바로 방출되었다. 당시 메츠와 보니아는 2000년 잔여 연봉 590만 달러를 남겨놓고 있었다.

당시 보니아의 에이전트 데니스 길버트 씨는 구단과 남은 연봉 590만 달러를 ‘연 금리 8%, 10년 거치 25년 상환’조건에 합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보니아의 연봉 590만 달러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2980만 달러까지 불어났고, 2011년부터 2035년까지 매년 120만 달러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것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었던 LA 에인젤스의 마이크 트라웃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2030년까지 무려 `12년간 장기 계약을 하고 있다. 12년간 4억265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최초로 4억 달러 시대를 연 선수다.

마이크 트라웃은 1991년생으로 올해 나이 30살로 40살까지 계약이 되어있던 셈이다. 올 시즌에는 부상 때문에 36경기에 출전해서 8개의 홈런에 그쳤었다.

코리아 특급 박찬호도 ‘먹튀’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박찬호는 지난 2001년 텍사스 레인저스가 5년간 6,500만 달러에 계약했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 이적 첫해(2002년)에 허리부상 등에 시달리며 25게임만 마운드에 오르며 9승 8패(방어율 5.75), 2003년은 7경기(1승 3패 방어율 7.58)만을 기록하면서 서서히 먹 튀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200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먹튀’ 소리를 들으며 16게임에 선발로 나와 4승 7패(방어율 5.46)로 5선발급 투수로 전락했다.

그리고 2005년 20게임(8승 5패 방어율 5.66)을 기록하다가 시즌 도중 샌디에이고 파드리스팀으로 트레이드되었다.

텍사스는 박찬호에게 5년간 6,500만 달러를 쥐여 주면서 75승 정도를 기대했지만 3분의 1도 안 되는 22승에 그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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