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보드 이상호 선수(사진=뉴시스)
스노우보드 이상호 선수(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사람은 누구나 승부를 겨루면서 살아간다. 저녁내기 같은 작은 승부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큰 승부도 있다. 하물며 스포츠 세계에서의 승부는 늘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진다. 매주 목요일,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같은 행위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는 스포츠인들의 몸부림을 들여다본다.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팀의 성적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스노보드 간판스타 이상호 선수의 금메달이 유력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동계올림픽 메달밭인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이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 임효준 선수의 중국귀화와 심석희 선수와 최민정 선수의 갈등과 부상선수 속출,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 윤성빈 선수의 컨디션 난조 등으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상태에서 이상호 선수가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냈기 때문이다.

이상호 선수는 지난 12일 러시아 반오예에서 벌어진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행 대회전(PGS)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상호 선수는 이어서 13일 열린 평행회전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이상호 선수는 월드컵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1개씩을 따낸 후 “지난해보다 평행대회전 PGS경기의 기문 사이가 22m에서 24m로 늘어났기 때문에 내 스노보드의 데크를 종전 1m 85cm에서 1m 89cm로 4cm 더 늘인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스노보드 장비는 슈즈, 바인딩, 데크로 이뤄진다)

스노보드 알파인 종목은 PGS라고 불리는 평행 대회전과 평행회전이 있는데, 이상호 선수가 평행 대회전 즉 PSG 종목 갑판에서 변화를 준 것이다.

평행 대회전 코스는 표고 차가 120~200m, 슬로프 길이는 최소 400m에서 최대 700m나 된다.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25개의 기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기문과 기문 사이의 거리가 지난해부터 22m에서 2m가 더 늘어나 24m로 되었기 때문에 그에 맞게 데크의 길이를 늘여서 스피드를 증가시킨 것이 적중한 것이다.

이 선수는 “평행회전은 데크 길이를 1m 60cm 그대로 두었다. 마침 컨디션도 좋아서 좋은 기록을 냈는데, 베이징 올림픽 때까지 지금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래 스노보드는 데크의 길이가 길어지면 속도가 더 나는 대신 기문을 통과할 때 반경이 커져서 시간적으로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선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데크를 종전보다 4cm 늘인 결과 스피드는 더 나고, 기문사이가 더 벌어져서 기문 사이를 통과할 때 ‘턴 호’ 즉 반경이 좁아져서 무리 없이 빠져나올 수 있어서 기록이 좋게 나온 것이다.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대회는 평행대회전 PSG, 평행회전 두 종목 모두 포함되지만,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평행회전 종목이 올림픽에서 빠졌다.

이상호 선수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설상 종목 사상 최초로 메달(은메달)을 딴 종목도 평행대회전이었고,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평행대회전 한 종목만 열리고, 이상호 선수가 색깔과 관계없이 ‘메달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이상호 선수는 ‘배추보이’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강원도 사북초등학교 1학년 때 스노보드라는 종목을 처음 접했는데, 당시 고랭지 배추밭을 개조해서 만든 슬로프에서 보드를 타기 시작해서 ‘배추보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 선수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 아버지의 지도를 받으며 훈련을 한 후, 2014년 처음으로 세계무대에 뛰어들었는데, 첫해는 자신의 주 종목인 평행대회전에서 63위에 머물렀다. 2015년에는 37위, 2016년 27위, 2017년 5위로 오르다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2위(은메달)를 차지한 것이다. 이제 2022년 2월에 벌어질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는 설상 종목(알파인, 스키점프,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스키 등) 올림픽 출전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이상호는 오늘(16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2차 대회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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