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이 지난해 출시한 '더(The) 미식 장인라면'. (사진=하림)
하림이 지난해 출시한 '더(The) 미식 장인라면'. (사진=하림)

[뉴시안= 박은정 기자]국내 최대 닭고기 전문 기업 하림이 불법 경영 승계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윤석춘 대표이사까지 사임해 뒷말이 무성하다. 윤 전 대표는 하림이 야심차게 준비한 '더(The) 미식 장인라면' 출시를 이끌었다. 

◆윤 전 대표가 이끌었던 '장인라면'…시장 반응은?

지난달 31일 하림은 공시를 통해 윤석춘 대표이사가 사임했다고 밝혔다. 하림 관계자는 그의 사임 사유에 대해 "일신상의 이유"라고만 답했다. 이에따라 하림 대표이사는 '김홍국·박길연·윤석춘' 3인 각자 대표 체제에서 '김홍국·박길연' 2인 체제로 변경됐다.

윤 전 대표는 CJ제일제당·CJ씨푸드·삼립식품·SPC삼립 대표를 거쳐 지난 2018년 하림에 입성했다. 당시 김 회장은 식품업계 전반을 두루 경험한 윤 전 대표를 영입함으로 닭고기의 다양한 상품화를 기대했다.

윤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신개념 육수라면 'The 미식 장인라면' 론칭을 이끌었다. 기존 닭고기 중심의 식품 사업에서 벗어나 라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당시 장인라면 출시 기자간담회에는 김홍국 회장까지 모습을 보이며 "가정에서도 고급진 라면을 맛볼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하림은 장인라면에 대해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등 신선한 육류 재료와 각종 양념 채소를 20시간 끓인 진짜 국물로 만든 라면 요리라고 소개했다. 특히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배우 이정재를 모델로 내세우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김 회장의 포부와 화제성과 달리,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혹했다. 

무엇보다 2200원이라는 장인라면의 높은 가격이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2위인 신라면과 진라면이 70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3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흔히 라면은 가성비 높은 '서민 간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터라, 소비자들은 "서민 간식을 비싸게 팔면 누가 먹느냐"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하림 계열사 NS홈쇼핑 쇼핑 서비스 플랫폼인 글라이드의 '육수의 내공 칼칼라면'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두 제품의 원재료와 성분·생산공장 등이 유사한 것이다. 칼칼라면은 장인라면과 동일하게 사골과 설도살·닭가슴살 등 신선한 자연 식재료로 20시간 우려낸 육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하림 측은 두 라면이 다른 제품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이미 소비자들에게 사로잡힌 '베끼기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너일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조사까지

이 가운데 하림그룹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경찰 조사까지 받는 중이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 회장 일가를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하림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포착하고 과징금 48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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