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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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안= 조현선 기자]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게임 공약'을 내놓고 있다.  대선의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는 MZ세대를 겨냥한 움직임이다. 업계에서는 일단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공수표'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선거대책 정책본부 산하에 하태경 의원을 위원장으로 둔 게임특별위원회를 마련하는 등 게임 산업 발전 공약을 공개했다. 확률형 아이템 공개 완전 의무화, 게임 소액 사기 전담기구 설치 등이 골자다.

먼저 윤 후보는 '전체 이용가 게임물의 본인인증(법정대리인 동의 의무) 의무 대상 제외'를 공개했다. 현행 게임산업법에서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온라인 게임물 서비스를 위해서는 게임 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이용자 본인인증을 필수로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이용가 게임물은 해당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또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를 포함한 '게임업계 불공정 해소를 위한 4가지 약속'을 발표했다. 이용자위원회를 만들어 유저들이 게임사를 직접 감시하도록 하고,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전담기구를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e스포츠 지역연고제를 도입해 특정 연령과 지역에 편중되는 것을 막겠다는 등의 방안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지난 10일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을 출범시켰다. 최근 떠오르는 메타버스의 발전이 목표다. 당시 이 후보는 "블록체인·메타버스·NFT 등이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신기술이지만 게임과 융합하면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지스타(G-STAR) 성공적 개최를 위한 '세기의 게임대전'에 참가하는 등 게임업계를 두루 살피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페이스북에 아이템 뽑기 확률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안 후보는 "아이템 뽑기 확률은 공개되어야 한다"며 "환불과 보상, 미성년자 결제 문제에 있어 게임사업자의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와 안 후보의 색다른 행보도 눈에 띈다. 이들 후보들은 지난달 각각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 확률형 아이템과 셧다운제, e스포츠, 게임 NFT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주요 대선 후보가 게임 전문 채널에 직접 출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같이 각 후보들이 게임 산업 관련 공약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국내 규제 대상인 P2E 게임 허용 가능성을 두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P2E 게임이란 '돈 버는 게임(Play to earn)'의 약자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식이다. 기존의 돈을 지불해야 이기는 구조(P2W, Pay to Win)'를 대체할 수익 모델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급부상 중이지만, 현행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게임 내 재화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것은 금지돼 있어 국내 서비스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국내 게임기업이 해외 시장을 위한 P2E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P2E 게임을 개발해도 국내에서는 출시할 수 없는 데다, 이용자도 IP 우회 등을 통해 접속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신성장 분야인 P2E 게임 규제를 해소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각 후보들은 일단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 측은 P2E 게임의 국내 허가를 위해 △게임 내 캐릭터와 확률형 아이템 판매 금지 △청소년 진입 금지 △게임 내 경제와 가상화폐의 안정적 유지 △글로벌 신규 IP 개발 등의 선결 조건을 제시한 상태다. 반면 P2E 게임 국내 전면 허용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안 후보 역시 시간 여유를 두고 해외 시장 추이를 살핀 뒤 규제 등의 대응을 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윤 후보는 아직 P2E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2차 게임공약을 통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2030, MZ세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학부모들의 표를 의식해 게임 업계의 언급을 자제해 왔던 그간의 움직임과는 이례적이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당시 2030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오세훈 후보가 당선된 것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 등을 거치면서 이들의 존재감이 부각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이들 후보가 꾸준히 게임 등에 관심을 가졌다기보단 이번 대선만을 위해 내놓은 공약으로 보여진다는 점이다. 통상 선거를 앞두고 '공수표' 공약을 통해 표심 잡기에 나섰던 정치권의 행보를 고려하면 놀랍지 않은 분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 폐지도 앞서 여러 차례 얘기가 나왔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서야 해결됐다"며 "각 후보들이 내놓는 게임 공약을 보면 이번에야말로 규제 완화 등 업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들이 나와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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