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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안= 박용채편집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한 녹음파일이 공개되고 하루가 지났다. 대체적인 관전평은 '핵폭탄'은 없었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방송을 통해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굳이 새로운 것을 찾자면 김씨 스스로가 '영적은 부분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부분 정도이다. 윤석열 대선후보를 둘러싼 '왕(王)자 논란' 등 일부 의구심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다만 이는 사적영역이어서 뒤에서 수군거릴 정도의 내용에 불과하다   

새로운 팩트가 없다보니 언론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진보언론은 "캠프로 오라. 1억원 주겠다""돈을 안챙겨주니 미투가 터진 것"이라는 부분을 강조한 반면, 보수언론은 '관련 내용이 과연 대선을 흔들만한 공적인 영역이냐"는 논법을 강조한다. 

 여기서 드는 첫번째 의문은 MBC가 왜 이렇게 요란을 떨었느냐는 점이다. MBC는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지만 첫째도 팩트, 둘째도 팩트를 우선하는 '레거시 미디어' 입장에서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말대로 "시청률 장사"라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두번째는 국민의힘의 과잉대응이다. MBC보도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스스로 '판'을 키웠다. 이런 대응은 국민의힘이 방송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자당의 대선후보 부인인 김씨가 말한 내용을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씨 역시 본인이 대화내용을 녹음하지 않은 이상 50여차례의 대화내용을 고스란히 기억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김씨가 이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성역화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마이너스적 요소이다. 

 세번째는 의문이라기 보다는 녹음파일을 통해 확인하게 된 김건희씨의 세상사 인식이나 화술이다. 이에 대한 결론은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그는 미투에 대해 "돈 안 챙겨주니 터진 것"이라고 왜곡된 성 인식을 보여줬다. 또 "캠프에 와. 잘하면 1억'이라는 말로 직접 선거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박근혜를 탄핵시킨 건 보수. 진보가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보""조국의 적은 민주당" 같은, 범인과는 결이 다른 역설적인 생각을 선보이기도 했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노무현 전대통령과 문재인대통령을 갈라치기한 대목이다. 한겨레신문이 공개한 통화내역(2021년7월12일)에 따르면 김씨는 노무현 전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차이점에 대해 "노 대통령은 진심이 있었고, 그분은 자기부하나 국민을 위해 몸을 내던지는 분이예요, 희생하신 분이고. 근데 문재인 대통령은 여기저기 신하 뒤에 숨는 분이잖아요. 자기는 모른척하고. 그걸 모르세요?"라고 반문했다. 

 11월 15일의 통화에서는 "우리 남편은 노무현 연설 외울 정도거든? 진짜 누구보다 정말 좋아했어. (중략) 노무현 대통령은 창업주라는 그런 기질이 있고, 대장기질이 있고, 좀 책임지려는 기질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좀 참모기질이 너무 강하지. 참모기질이 강해서 조금 대통령하기는..."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도 여부를 떠나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갈라치는 것은 선거꾼의 모습을 연상케한다. 

이번 녹음파일에 대한 여론의 분위기는 17일 주식시장에서 윤석열 관련주가 급등하고 이재명·안철수 관련주는 급락하는 모습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녹음파일'이 오히려 윤 후보에게 리스크 해소처럼 해석되면서 관련주에 매수세가 몰린 셈이다.  

그럼 윤석열 후보의 우세로 갈 것인가. 판단은 이르다. 아직 공개안된 김씨의 녹음파일은 존재한다.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MBC가 보도하지 않은 김씨의 발언중에 "조국 전장관이나 정경심 교수가 가만히 있었으면 우리가 구속시키려 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있다고 밝혔다. 발언이 사실이라면 스스로가 권력임을 입증한 셈이다.  

아직 선거는 50일 가까이 남았다. 공은 어디로 튈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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