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사진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9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사진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대통령 선거는 4년(미국) 또는 5년(한국)마다 열리는 ‘정치올림픽’이다.

올림픽 금메달이나 대통령이나 하늘이 허락해야 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려면 ‘운칠기삼’이 아니라 ‘기칠운삼’이라고 한다.

대통령도 ‘기칠운삼’ 즉 자질(조건이나 환경 포함)이 7이고, 3은 운이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올림픽 단거리와 멀리뛰기에서 9개의 금메달을 딴 미국의 칼 루이스의 동시대에 우사인 볼트가 있었다면 칼 루이스는 멀리뛰기에서만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것이다.

칼 루이스가 9개의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실력이 있는 데다, 같은 시대에 우사인 볼트라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라이벌이 없었다는 운이 따라 준 것이다.

동시대에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무리 많아도 운이 따라주면 금메달을 딸 수도 있다.

‘심석희’ 파동으로 유명해진 호주의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스티븐 브래드버리 선수는 지난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출전 선수 가운데 랭킹 10위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브래드버리는 준준결승에서 4명의 출전선수 가운데 4위로 달리다 앞 선수 2명의 몸싸움으로 1명이 밀리면서 3위로 완주. 원래는 탈락이지만 2위 선수가 실격을 당하면서 운 좋게 2위로 준결승전에 올랐다.

준결승전에서도 김동성 등 5명 가운데 5위로 달리다가 3명이 넘어지면서 2위로 골인했지만 1위가 실격을 당해 1위로 결승전에 올랐다.

결승전에서도 5명 중 5위로 달리다가 앞서 달리던 안현수, 안톤 오노, 리자 쥔, 마티유 트루곳에 이어 5위로 달리다가 앞서 달리던 4명의 선수가 무더기로 넘어지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남반구 최초의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가 되는 엄청난 행운을 만끽했다.

이쯤 되면 브래드버리의 금메달은 ‘운칠기삼’ 이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이 될 만한 실력(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운도 따른 경우로 노무현 대통령을 들 수 있다. 

16대 대통령 선거를 2년가량 앞둔 상황에서 ‘한겨레 21’은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노무현 2%, 이회창 70%로 보도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노사모의 돌풍에 힘입어 광주경선에서 이인제를 앞서며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인천 경선에서 장인의 색깔론이 불거지자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라는 명연설로 정면 돌파했다.

노 후보는 2002년 4월 27일 서울 경선에서 1위를 확정 지으며 이인제후보를 누르고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바람에 올라탄 노무현 후보가 역전 재역전의 드라마를 쓰며 1위를 차지한 데 비해, 한 나라 당 경선은 싱겁게 이회창 후보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노 후보는 결국 정몽준(국민통합 21)과의 단일화 승리와 배신(대선 투표 전날인 12월 18일 밤 단일화 파기)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를 꺽고 1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다. 이 때문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오죽하면 '실수가 승패를 가른다'는 말까지 나올까. '운칠기삼'을 넘어 '운구기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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