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의료 현장이 붕괴되자, 사회적 약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위기를 겪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의료 현장이 붕괴되자, 사회적 약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위기를 겪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지난주 금요일인 11일 오전 지인으로부터 긴급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 70대인 어머니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놀란 마음도 잠시, 어머니께서 당장 투석을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 확진자를 받아주는 투석 병원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인은 함께 병원을 수소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인의 어머니는 주 3회  투석을 받는다. 투석을 하루라도 늦게 받으면 온몸이 붓는 응급상황이 벌어져 정기적인 투석이 필요한 환자였다. 더군다나 이튿날이면 토·일요일이어서 금요일에 무조건 투석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네이버에 '투석 환자 코로나'라고 검색하자 신장병 환우들의 모임 사이트에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투석을 해 주는 전국의 병원 명단이 게재돼 있었다. 급한 마음에 명단에 있는 병원에 일일이 전화해 "투석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렸는데 지금 당장 투석을 받을 있느냐"고 물었지만 "자리가 없다", "코로나19 환자가 너무 많아 받아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119와 시 보건소에 전화를 시도했으나 보건소는 이미 전화가 마비된 상황이었다. 119 구급 요원은 "투석이 가능한 병원이 없다. 응급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도할 수 밖에 없다"는 말뿐이었다.

결국 지인은 해당 시 보건소를 직접 찾아가 담당자에게 병실 한 곳만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고 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어머니를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게 됐다. 다행히 지인의 어머니는 병원 이송이 가능했지만, 일주일 격리 기간 병원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고령의 위중증 환자들이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고령층은 물론 투석 환자, 임산부, 암 투병 환자 등은 무너진 의료 체계로 하루하루를 긴장하며 살아가고 있다. 임산부 커뮤니티에는 "차라리 출산 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이 마음이 편하겠다. 출산 임박했는데 코로나19에 걸리면 구급차에서 아기를 낳아야 하는 것이냐"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62만1328명으로 집계됐다. 위중증 환자는 1159명이다. 사망자는 429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사망자 중 264명은 80대 이상, 94명은 70대, 43명은 60대다. 

의료진들은 이미 의료 체계가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 의료 체계가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이대로 방치된다면 사망자가 급증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거리두기 강화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집에서 일주일 격리하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치료와 약 처방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의 상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오늘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의 90%가 코로나19에 감염돼 호흡기가 나빠져서 왔다"며 "코로나19 환자들의 대면 치료 시스템을 확충해 중증 환자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초기 한국은 3T(검사-추적-치료)전략을 기본으로 한 K-방역으로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여러차례 유행과 위기상황이 반복되면서 병상대란과 중환자 의료진 부족 등 문제를 되풀이 겪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는 지역이 됐다.

정부는 미국과 유럽사례를 들어 확진자가 다음주 정점을 찍고 23일을 전후해 확진자가 감소세로 접어들 것으로 장담하며 방역체계를 민생 우선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말 그대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조금만 참고 지내면 사태가 잠잠해질 것이라는 투다. 

현재 확진자는 정부의 정점 예측치 37만명 2배 가까이 많아진 상태이다. 확진자가 많다는 것은 위중증환자가 늘어나고, 그만큼 사망자 숫자도 늘게된다는 뜻이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고령의 기저질환 노약자들이다.

정부는 요즘 틈만나면 민생과 소상공인을 얘기한다. 당연히 민생도 중요하고 소상공인의 생활도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에게 신경쓰는 반의 반만이라도 기저질환 노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사망자들의 화장능력 확충을 거론하기에 앞서 기저질환자에 대한 응급체계 시스템을 정비해야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세상 어디에도 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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