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는 오는 25일 ‘파리 스니커즈’를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한다. (사진=발렌시아가코리아)
발렌시아가는 오는 25일 ‘파리 스니커즈’를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한다. (사진=발렌시아가코리아)

[뉴시안= 박은정 기자]코로나19 이후 명품 소비가 극대화되면서 명품 업계에서 대한민국이 '테스트 베드(test bed·시험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가 국내에서 신제품을 첫 공개한다는 것이 영예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이 명품 '호갱'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는 25일 신규 운동화 라인 '파리 스니커즈'를 전 세계 중 한국에서 처음으로 출시한다. 글로벌 출시일은 미정이다.

발렌시아가의 파리 스니커즈 디자인은 '충격적'이다. 때 묻은 밑창에 해진 표면, 구멍까지 뚫려 있어 새 상품이라고 보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은 한 켤레에 80만원이다. 

발렌시아가는 과거부터 일부러 낡아 보이도록 의도한 디자인의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디스 트로이드 크루넥' 스웨터는 끝자락이 너덜너덜하고 팔과 몸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당시 발렌시아가 측은 "의류가 수년에 걸쳐 변형될 미래상을 상상해 구현했다"라고 설명했다.

발렌시아가가 한국을 테스트 베드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명품시장 성장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명품시장 규모는 141억6570만원(약 17조원)으로 미국·중국 등에 이어 세계 7위다. 과거 홍콩과 일본 등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품시장이었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한국이 명품계의 '큰 손'으로 떠오른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발렌시아가 관심도 높다. 발렌시아가코리아 매출은 2017년 415억원에서 2019년 965억원으로 2년만에 2배 이상 늘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때였지만 1000억원을 넘어선 108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누리꾼들은 온라인상에서 "각설이룩이냐", "사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넙죽 사 신어주는 호구가 있어서 내놓은 것 아니겠느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명품 브랜드들의 사악한 가격 인상에도 명품 사랑이 식지 않고 있다.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비통 등은 올해 1~2월 주요 인기 상품 가격을 10~20% 인상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에만 다섯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명품을 소유하기 위한 오픈런 현상을 더 길어지고 있다. 명품을 소유하지 못했다면 렌트라도 하겠다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명품 렌탈 서비스 플랫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거주학과 교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플렉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명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소비를 과감하게 드러내다 보니 명품 브랜드들이 상품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한국을 테스트 베드로 선정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무리하게 명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한정판 판매로 희소성 마케팅이 강화돼 소비자들을 줄 세우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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