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용채 편집인]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놓고 윤석열 당선인 진영과 문재인 대통령 진영간의 힘겨루기를 보면 ‘참 못났다’는 생각부터 든다. 윤석열 당선인의 갑작스런 이전 발표로 그렇지만 이를 공식 반대하고, 이후 죽기살기로 치고받는 양 진영의 행태를 보면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다시 실감한다.

국민들이 시급하게 원하는 것은 청와대에 놀러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민생 이슈에 대한 합의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사달을 일으킨 윤 당선인의 책임은 크다. 그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전 계획을 브리핑하며 임기가 시작되는 5월10일부터 용산에서 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공약했던 '광화문 이전'은 재앙이라는 말도 했다. 당선 열하루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발표, 앞으로 50일내에 이사를 완료하겠다는 섣부름에 국민들이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의 반발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놓고 딴지를 거는 것은 불편하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오전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저희도 광화문 시대를 공약했지만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약속을 못지켰다”면서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가 잘 지켜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시간뒤 국가안전보장회의 직후 브리핑에서는 “촉박한 시일내 이전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반대의사를 공식화 했다. 이후 진행사항은 국민들이 목도한 그대로이다.

당선인측은 협조를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며 차라리 통의동 인수위에서 국정을 시작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청와대측은 이전을 위한 예비비 편성은 어렵다고 맞받아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간의 만남은 불투명해졌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2일 이전을 위한 실무협의가 이뤄졌는 지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사전교류가 없었다는 뜻이다. 아마도 윤 당선인 진영은 예산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만든 것을 놓고 문재인 정부의 협조가 이뤄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용산이전을 놓고 사전에 직접 문재인 대통령에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은 대선에서 이긴 자의 오만으로 밖에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 진영의 반대는 볼썽 사납다. 청와대 이전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과 2017년 대선에서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청와대에 들어간뒤 보안, 경호 등 각종 이유를 들어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옮기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두달안에 옮기는 것이 무리라는 것이다. 영빈관 본관 개방하고 비서동에서 일하면 된다”고 얘기한다. 일단 청와대에 들어간 뒤 이전을 추진하라는 얘기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의지는 확고해보인다. 그는 “청와대에 들어가는 순간 이전은 어렵게된다”고 말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의지를 뻔히 알면서도문재인 정부가 이전에 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 요소가 크다. 두번의 패배는 없다는 기조아래 지지자들에게 총결집을 선언한것이나 다름없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0.73% 차이로 패배한 대선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재명-심상정 후보의 득표를 합치면 50%가 넘는다. 반면 윤석열 진영의 표를 다 합쳐도 과반이 안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닌다. 

사실 국방부 내부의 반대도 따지고 보면 이현령비현령이다. 국방부 내부에는 민간인과 군인들이 뒤섞여 근무하고 있다. 국방부를 잘 아는 관계자들은 “군무원들의 경우 서울을 떠나는 것에 불편함을 갖고있다”고 말한다. 

싫으면 핑계부터 나오고, 의지가 있으면 방법부터 나온다고 했다. 

 새 정부가 용산 이전을 첫 과제로 올려놓은 것은 분명 실망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를 걱정하고 비판할 지점이 있다 해도 이렇게까지 대소동을 일으키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거듭얘기하지만 정치에서 고개를 쳐들면 진다. 안타깝지만 현재의 대통령은 후임 대통령에게 양보를 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게 도량이고 세상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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