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신임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신임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용채 편집인]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한 지명자에 대해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며 “경제 통상 외교 분야에서 풍부한 경륜을 쌓은 분”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밝힌대로 한 총리 지명자의 관록은 눈부시다. 전북 전부 출신인 한 지명자는 경기고, 서울상대 경제학과 입학과 수석졸업, 행시 최연소합격(21세), 미 하버드대 경제학 석사를 거쳐 경제기획원과 상공부 등에서 이력을 쌓았다.

 김영삼 정부때 특허청장을 시작으로 김대중정부때는 통상자원부 차관,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지냈다. 노무현정부때는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을 거쳐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때는 주미대사와 한국무역협회장을, 박근혜 정부때는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지냈다. 유일하게 문재인 정부에서만 기용되지 않았다.

물론 윤 당선인과 한 지명자간에 눈에 두드리지는 인연은 없어 보인다. 한 지명자는 대선 직후만 하더라도 총리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내각 불참을 선언하면서 부각됐다.

윤 당선인은 한 지명자가 정치색이 옅고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왔으며 외교 통상에 전문성을 지닌 점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비서실장이 한 지명자를 삼고초려하고, 최종적으로는 윤 당선인이 지난 2일 저녁 한 지명자를 만나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국정 운영 철학을 공유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 한 지명자의 최대 경쟁력은 경제도 외교도 아닌여소 야대 상황에서 인사청문회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일게다. 초대 총리 지명자가 낙마하면 국정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전북 전주 출신에 노무현 정부에서 마지막총리를 지낸 한 지명자가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인물로 꼽혔을 것이다. 슬하에 자녀가 없어 병역이나 재산 문제에서도 자유로운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 한 지명자는 ‘신선감 제로’의 공직자이다. 5명의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는 것은 원만하다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거꾸로 해석하면 그가 정치적 인물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국민들이 보는 한 지명자는 윤 당선인의 말처럼 '통합형'이나 '경륜을 갖춘' 인물이 아닌, 그저 그렇고 그런 '구시대'의 인물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시절 김기춘 비서실장을 기용했을 때 느꼈던 '올드보이의 귀환'과 큰 차이가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김대중정부시절 춘추관장을 지낸 김기만씨의 ‘한덕수 불가론’이 나돌 정도이다. 

국민들이 윤석열 후보을 당선시킨 것은 과거의 여의도 문법을 탈피하라는 주문이었다. 윤 당선인이 한 총리 지명자를 미래지향적이고 변화를 이끌 상징적 인물로 여겼다면 국민의 시각과 차이가 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국회는 적격 여부를 보다 엄정히 검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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