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인 김종욱(27) 씨. (사진=김용태 기자)

[뉴시안=김용태 대학생 기자 ]비장애인은 흔히 "이정도면 한국의 장애인 복지는 괜찮은 것 아니냐"고 말한다. 옳다. 여러 법적 제도적 여건, 사회적 인식도 나아졌다. 그러나 늘 거기까지였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1등시민과 2등시민이다.

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벌써 42회째이다. 우리는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데까지 왔다. 그러나 길이 멀다. 그들이 어떤 불편함을 왜 토로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실제 장애인을 바라보는 대다수 비장애인의 시각은 시혜적이다. 그 속에는 '이정도면 됐지'라는 깔봄도 내포돼 있다. 

 전국장애인단체연합회는 지난달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호소하기 위해 지하철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SNS에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은 수백만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전장연에는 장애인 혐오전화가 쏟아졌다.   

궁금했다. 왜 그들이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까.  

 

플랫폼 앞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종욱씨. 열차와 타는 곳 사이가 넓다는 경고 메시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김용태 기자)
플랫폼 앞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종욱씨. 열차와 타는 곳 사이가 넓다는 경고 메시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김용태 기자)
전동휠체어가 지나가기엔 열차와 타는 곳 사이가 넓다. (사진=김용태 기자)
전동휠체어가 지나가기엔 열차와 타는 곳 사이가 넓다. (사진=김용태 기자)

뇌병변 장애를 앓고있는 김종욱(27) 씨는 필자와 같은 MZ세대이다. 경기도 장애인 재활 협회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MZ세대답게 다양한 창구를 통해 장애인 인권 증진을 향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모델, 광고 촬영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누구보다도 생활 반경이 넓다.

 그와 함께 지난 11일 지하철을 동행했다. 탑승구간은 지하철 1호선 지행역에서 창동역까지였다. 시간은 오후 2시쯤이었다.   

 비장애인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지하철에는 장애인들에게는 껄끄러운 불편함이 다수 존재한다. 그중 가장 큰 요소는 역시 ‘환승’이다. 몇몇 역들은 총 이동시간보다 환승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고충이 있다. 창동역도 그 중 하나이다. 

창동역 장애인 리프트 환승 구간. 역사 내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얻어 이동할 수 있었다. (사진=김용태 기자)
창동역 장애인 리프트 환승 구간. 역사 내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얻어 이동할 수 있었다. (사진=김용태 기자)
창동역 장애인 리프트 환승 구간. 역사 내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얻어 이동할 수 있었다. (사진=김용태 기자)
창동역 장애인 리프트 환승 구간. 역사 내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얻어 이동할 수 있었다. (사진=김용태 기자)
창동역 장애인 리프트 환승 구간. 역사 내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얻어 이동할 수 있었다. (사진=김용태 기자)
창동역 장애인 리프트 환승 구간. 역사 내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얻어 이동할 수 있었다. (사진=김용태 기자)
창동역 장애인 리프트 환승 구간. 역사 내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얻어 이동할 수 있었다. (사진=김용태 기자)
창동역 장애인 리프트 환승 구간. 역사 내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얻어 이동할 수 있었다. (사진=김용태 기자)

업무상 혜화역에 자주 들러야 하는 그는 경로 계산 시 창동역에서 환승해야 하지만 지나쳐 동대문역까지 간다. 창동역은 장애인들 사이에서 환승 구조의 문제로 악명 높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미설치 역사 중 하나로 역 구조상 리프트를 2번, 장애인 엘리베이터를 1번 타야 1-4호선 환승이 가능하다. 이 경로를 통해 환승 시 걸리는 소요 시간은 총 18분 30초. 3호선으로 수서역에서 교대역까지 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19분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간이다.

불편한 점은 이 뿐 아니다. 승강장 중앙에 계단이 있는 역사에는 좌우로 좁은 길목이 존재한다. 이곳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지나가기에 매우 비좁다. 그는 “퇴근 시간만 되면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해 쉽사리 지나갈 수 없고 눈치 주는 사람들도 있어 괜히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리프트를 타다 죽고 열차와 승강장 사이 폭에 휠체어 바퀴가 끼어 넘어져 다치기도 한다.  

이에 대한 개선을 수도없이 외쳤지만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하철은 이유는 그나마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낫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 시내 저상버스 도입률은 57.8%, 장애인 콜택시의 배차 시간은 기본 30분인 상황에서 지하철은 편리한 수단임이 분명하다. 노후된 건물에선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아 용변을 보기 위해 지하철 역사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강남과 서초, 비장애인에게는 대표적인 번화가이지만 장애인 복지법이 미적용된 건물이 많아 장애인 화장실이 없어 곤혹을 치루기 일쑤이다.

엘레베이터 탑승을 기다리는 종욱씨.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그를 제치고 종종걸음으로 엘레베이터에 앞서 올라타는 어른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용태 기자)
엘레베이터 탑승을 기다리는 종욱씨.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그를 제치고 종종걸음으로 엘레베이터에 앞서 올라타는 어른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용태 기자)
엘레베이터 탑승을 기다리는 종욱씨.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그를 제치고 종종걸음으로 엘레베이터에 앞서 올라타는 어른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용태 기자)
엘레베이터 탑승을 기다리는 종욱씨.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그를 제치고 종종걸음으로 엘레베이터에 앞서 올라타는 어른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용태 기자)
엘레베이터 탑승을 기다리는 종욱씨.  (사진=김용태 기자)

김종욱씨는 지하철과 함께 사회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에 대해 ‘유니버설 디자인’(장애의 유무,연령, 문화적 배경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자인) 확대를 강조했다. 사회에 필요한 복지 시설을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이용할 수 있고 편리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시설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허들을 허물고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야 장애인을 향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장애인들은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각자의 위치에서 인권을 외치고 있다. 사회에 메시지를 전할 방법이 시위에만 국한되어 있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공간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김종욱씨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장애인들이 보다 SNS와 같이 다양한 창구를 통해 장애인 인권 증진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이 넓어진 만큼 SNS를 통한 시민과의 소통이 곧 긍정적인 효과를 야기할 수 있는 좋은 선로일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김용태 기자)
(사진=김용태 기자)

 

뇌병변 장애인 김종욱(27) 씨. (사진=김용태 기자)
뇌병변 장애인 김종욱(27) 씨. (사진=김용태 기자)

이준석 대표는 지난 13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맞장토론을 벌였다. 박대표는 이 자리에서 "출근길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한뒤 "장애인 이동권은 문명사회에서 생존권이자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웃으면서 "박대표님 사실상 내가 전장연 도와드린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반농담이지만 꼭 반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 대표가 장애인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은 맞다. 하지만 정치인이 이런 방식으로 장애인 문제를 이슈화하는 게 옳은 지는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외면해 온 건 정치권이다.

42번째 장애인의 날. 이번 만큼은 비장애인과 장애인 간의 간격이 좁혀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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