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단원들이 서울 3호선 경복궁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 투쟁에 나섰다. (사진=김소연 기자)
지난 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단원들이 서울 3호선 경복궁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 투쟁에 나섰다. (사진=김소연 기자)

[뉴시안=김소연 대학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충돌은 한국 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법을 여실히 증명하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이 대표는 '애꿎은 서울 시민을 볼모로 잡지말라'고 했지만 이후에도 전장연은 삭발시위를 이어갔다. 전장연이 국민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지난 4일 오전, 네 번째 삭발 시위자로 나선 전장연 배재현 활동가는 삭발 식에 앞서 마이크를 잡았다.

배 활동가는 “장애인들도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거나 잘 알지 못하는 장애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경험하지 못한 진실에 대해 너무도 쉽게 말하는 이준석 당대표의 행동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며 장애인들이 차별 받는 현실을 부정하는 발언을 삼가고, 이동권 투쟁의 본질을 볼 것을 강조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혐오와 갈라치기를 선동하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거듭 요구했으나,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뭐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지 명시적으로 요구하라. 불법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잘못된 의식은 버리라”며 거절했다. 그리고는 "이준석을 여성 혐오자로 몰아도 정확이 여성혐오를 무엇을 했는지 말하지 못하고, 장애인 혐오로 몰아도 무슨 혐오를 했는 지 설명하지 못하느 일이 반복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수많은 모순이 제기됏을 때 언더도그마 담론으로 묻어버리는 것이 가장 편하다는 것을 습득했기 때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준석 국민의 힘 당대표의 SNS 게시물 (캡쳐=김소연 기자)
이준석 국민의 힘 당대표의 SNS 게시물 (캡쳐=김소연 기자)

 

언더도그마란 ‘약자는 선하며 강자는 악하다고 생각하는 맹목적 신념’을 뜻한다. 계속되는 이 대표의 부적절한 단어 선택에 그가 장애인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들끓었다. 이에 이대표는 지난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를 통해 “비난은 시위의 방식을 두고 이야기 한 것이었다. 당연히 장애인을 혐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는 현 상황에, 전장연 시위가 이루어지는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해 3월 신사에 위치한 한 회사의 신입사원이 된 박 모씨(26)는 벌써 여러 차례 회사에 지각했다. 그가 3호선 홍제 역에서 탄 열차 안에는 전장연 시위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들이 내리는 경복궁 역에는 열차가 오래 머물러 있는 탓이었다.  

“장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한 시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냐”고 묻자 박 씨는 “결여된 권리를 알리고자 시위를 하는 것은 이해하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출근길에는 너무 불편해 짜증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의 ‘출퇴근길 국민을 볼모로 잡는 시위’ 라는 말에 동의하셨냐”고 묻자, “직접 겪은 바와 같이 출퇴근길 시민들의 불편은 분명 있었지만, 이 대표의 발언은 지나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을 대표하는 자리에서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매일 3호선 경복궁 역을 이용하는 강 씨는 “매일같이 시위 현장을 보면서 출근할 때 잠깐 겪는 소음과 공간 협소가 한 번도 불편하게 느껴진 적 없다. 장애인은 살고 싶다고 말하기 위해 역으로 출근하는 것과 같아 내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며 시위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 대표와 전장연의 대립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 대표는 사회적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로, 문제 상황을 격화시켜 국민에게 피로감을 더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수 차례의 태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영우 전 국회의원은 이 대표를 “정당 대표로서의 자질이 결핍돼 보인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반대로 이준석 대표에 동의하는 의견들도 존재한다. ‘이준석 대표는 눈치 안 보고 젊은 세대답게 바른 말 하는데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겠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95% 설치했으면 만족해야지 100% 안 해준다고 생떼냐’, ‘장애인의 불편을 고려하면 완벽한 것은 없겠지만 이준석한테 사과하라는 건 어이가 없다’는 등 인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불편함을 내비치고 있다. 

이 대표의 발언에 찬반으로 나뉜 여론은 인터넷 창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3일, JTBC ‘썰전라이브-장애인 이동권 토론’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악플과 혐오성 댓글이 급증했다”고 말하며 “특히 이 대표의 ‘볼모'식 언어표현으로, 우리를 조직적으로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고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을 뱉는 사람들도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와 같은 정치권의 메시지가 우리 같은 시민들에게 가져오는 위협은 어마어마하다”며 이 대표가 정당 대표 자리에 맞는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할 것을 권했다.  

전장연은 지난 달 30일부터 삭발 투쟁을 이어가며 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한 완강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들의 ‘덜 나쁜’ 세상이 아니라 ‘나쁘지 않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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