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이 종료됐다. 오른쪽 사진은 종료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이 종료됐다. 오른쪽 사진은 종료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뉴시안=김다혜 대학생 기자 ]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2017년 8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출범 100일을 기념해 국민들과의 소통을 위한 정책으로 내놓았던 '청와대 국민청원(국민청원)'이 지난 9일 문 전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국민청원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20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에서 답변을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정부와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난 5년간 5억명 이상의 방문자와 111만건 이상의 누적 게시물, 2억3000만명의 누적 동의자 수를 기록했다.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은 청원은 286건이었다.

특히 MZ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2020년 청와대 자료에 따르면 18~34세의 참여율이 55.2%에 달했다. 

대학생으로 구성된 '추적단 불꽃'의 활동에서 시작된 이른바 'N번방 사건'은 관련 청원이 9건이 게재됐으며 총 769만명의 국민들의 동의를 얻었다. 이 청원으로 용의자 신상공개와 디지털 성범죄 대응팀이 구성됐고 성폭력 처벌법이 개정되는 발판이 됐다. 

SNS에 공유된 국민청원 링크. (사진=SNS 캡처)
SNS에 공유된 국민청원 링크. (사진=SNS 캡처)

"청원 동의 해주세요"…SNS로 퍼진 국민들의 목소리 

국민청원은 MZ세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통로로도 사용됐다. 

장서정(26) 씨는 N번방 사태가 화제가 되던 때, 용의자 신상공개를 위한 청원 글을 개인 SNS와 단체 카톡방에 공유했다. 장 씨는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적은데 국민청원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청원 동참을 부탁하면서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 사회에 이같은 연대적인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2030세대 정치 참여가 사실상 선거 이외에는 없다"며 "그런데 국민청원은 다양한 의견을 함께 나누고 사회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국민청원을 통해 진짜 여론이란 무엇인지 몸소 체험했다"며 "국민청원은 이제 사라졌지만 언론보도를 곧 여론으로 혼동하는 과거가 답습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국민청원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현지(22·가명)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백신패스 반대에 관한 청원글을 읽고 동참했다. 전씨는 동참 이유에 대해 "청원 글을 읽는데 백신패스에 대한 내 생각이 대변된 글이라고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국민청원 제도가 도입 초기에 비해 후반에 들어설 수록 청원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적지않았다.

소년법 폐지 청원 동의에 참여한 김완(26)씨는 "국민청원 초기에 비해 후반에는 청원을 통해 정부에 의견이 전달되는 것이 부진하게 느껴졌다"며 "'20만명 동의'라는 기준에 부합하는 질문 외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답변이 이뤄졌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연두(20·가명)씨는 "중범죄 사건이나 고쳐야 할 법에 대한 청원글이 올라와도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해 묻히는 경우가 있었다"며 "단순히 동의 수뿐 아니라, 해당 청원 내용에 따라 정부의 효율적인 움직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치에 목마른 MZ세대…"우리 목소리 내고 싶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청원 사이트 대신 권익위의 국민신문고, 행정안전부의 광화문 1번가 등 다른 민원 창구를 통폐합해 시민과 소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와관련해 진전된 상황은 없다. 

인터뷰에 응한 MZ세대들은 윤석열 대통령 정부를 향해 정치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서둘러 마련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전씨는 "성인이 된다고 갑자기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가 어렵다"며 "정치에 관한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장씨는 "어딘가에 소속돼 있는 기성세대와 달리 사회 경험이 적은 2030세대가 오히려 객관적인 정치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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