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서 대·중소기업 간 공정과 상생을 통한 신동반성장을 다짐하는 핸드프린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서 대·중소기업 간 공정과 상생을 통한 신동반성장을 다짐하는 핸드프린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용채 편집인]기업들이 요즘 신바람이 난것 같다. 지난 며칠새 대기업들이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투자-채용 계획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입이 딱 벌어진다.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등 주요 10대 그룹사들은 앞다퉈 투자 청사진을 내놨다. 삼성 450조원을 비롯해 SK 247조, LG 106조, 현대차 63조원 등 1000조원이 넘는다. 올해 한국 예산이 607조인 것을 감안하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이 5년간 창출하겠다고 밝힌 일자리도 40만개에 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목숨 걸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대표는 "이게 바로 정권교체의 효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정부는 기업을 악으로 규정하고 각종 규제로 옭아매 기업의 투자와 혁신활동이 위축돼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기업의 투자를 정치에 활용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기업들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만은 부인하기는 어렵다. 

기업들이 대대적인 투자계획은 물론 반가운 일이다. 일자리 부족이 심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곧이 받아들이기도 껄끄러운 측면도 존재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업들은 의례적으로 투자계획을 발표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삼성은 3년간 180조원 투자계획을 내놨다. SK역시 3년간 80조원, 현대차는 5년간 23조원 투자계획을 약속했다. 한발 나아가 삼성은 지난해 8월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된뒤 앞으로 3년간 총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발표도 내놨다. 삼성의 당시 발표와 이번 발표가 어떤 연관고리가 있고, 어떤 차이가 있는 지는 모르겠다. 

 어떤 기업도 투자계획이 어떻게 진행됐는 지 중간 발표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언론도 이를 추적 보도하지도 않는다. 시민들은 발표사실만 접하고, '아, 그렇구나'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투자발표 러시에 대해 "문재인 정부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들의 기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지난 5년내내 노동이 우위에 있었고 자본과 경영진은 뒷전이었다"고 말했다. 친기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의 다른 말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에 노동이슈가 생기면 즉각 '높은 곳'에서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불편함을 빗댄 말이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노동을 강조하는 정부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기업만 얘기하는 정부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정치는 군부정치 시절 기업친화적 정부에서 문민으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약자를 보듬는 쪽으로 진행돼왔다. 다만 금융위기, 펜데믹 등을 거치면서 다시 자본의 목소리가 커지는 쪽으로 경도되는 양상이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자본과 노동은 이미 더 이상 대척의 관계가 아니다. 당연히 시민을 갈라치는 것은 어떤 정부도 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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