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MZ세대는 요즘 시대의 아이콘이다. 언론기사는 물론이고 기업 마케팅, 투자동향, 소비 트렌드 조사, 심지어는 정치에서도 MZ를 호출한다. 너도나도 MZ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MZ를 모르면 우리 사회에서 행세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MZ는 1981~2010년 태생의 M세대(Millennial)와 Z세대(Generation Z)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아무 것도 설명할 수 없다. 

도채체 MZ는 누구인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특징을 갖고있으며, 어떻게 행동하는가. 뉴시안은 한국사회의 중핵이 된 MZ세대를 종합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우리가 MZ세대라구요? 나 원 참!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효준씨(22)는 'MZ세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뜸 "우리가 MZ세대냐"고 반문한다. 'MZ'라는 용어로 자신들을 구분하는 기준과 구분 행위를 두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대기업 직장인 송영인씨(34)는 "똑같은 사회구성원들일 뿐이며, 세상에 대해 전혀 엉뚱한 판단을 하고 살아가는 '외계인'도 아닌데 대체 왜 MZ로 구분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그냥 누군가 만들어낸 용어에 우리를 끼워 맞추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에서 연령·세대 구분은 진부하다.  X세대(1970~1980년대)와 Y세대, Z세대 등이 그 예다. Y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로 바꿔 불렸다. 그리고 그들 중 2008년에 스무살이 된 1989년생을 기점으로 전기(1981~1988년)와 후기(1989~1995년)로 나눴다. 글로벌 금융위기, 촛불집회 등 사회적 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자란 세대라서다. 이보다 후세대를 칭하는 말로 Z세대(1996~2010년대 초반생)가 등장했다. 

 MZ세대란 용어가 한국사회에 등장한 것은 2019년이다. 제도권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규정하는 MZ세대의 특징은 이렇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났으며,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다. 기사와 책, 텍스트에 익숙한 과거 세대와 달리 유튜브 동영상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기성세대에게는 놀라운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정작 그들은 무심하다.  


태어나 보니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이미 곁에 있던 세대

실제 그들은 온라인으로 다양한 창작물을 받아들일 기회가 컸던 만큼 이전 세대보다 개인의 취향과 선호를 중시한다. 온라인 쇼핑으로 자신의 취향과 기호를 적극 표현하고, 타인의 소비 경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태어나보니 민주주의가 곁에 있었고, 헌법으로 하여금 자본주의를 명시해둔 곳에서 자랐다. 상대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자랐으니 공동체보다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에 익숙해졌고, SNS를 통해 나 자신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 없다. 

 경제력과 시간적 여유를 바탕으로 누릴수 있는 '자유'를 누린다는 점에서는 MZ는 동일체처럼 보이지만 파고들어보면 M과 Z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 M은 2.25등신의 도트 아바타 꾸미기에 심취했고, 소녀시대와 샤이니가 입었던 형형색색의 스키니진에 열광했다. 반면 Z는 3D의 메타버스에, 돌고 돌아온 '배꼽티'와 '로우라이즈'에 열광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세대구분 기준에 따르면 M은 개인주의인 동시에 공동체에 섞이기 위한 '보통'을 강조한다. 반면 Z는 초개인주의, 소속되지 않은 공동체 문화를 선호한다. 


M부터 Z까지, 관심사-생활스타일-언어 모두 다른 동상이몽 

MZ세대라는 통칭이 붙는데 당사자의 동의는 없었다. M과 Z를 합친 형태인 ‘MZ세대’라는 병합적 세대구분에 거의 대부분의 MZ는 고개를 흔든다. M과 Z를 하나로 묶어뒀지만 완전히 다른 세대라는 인식이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MZ의 연령대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MZ세대가 아니라 ‘M부터 Z까지, 길고 긴 구간을 묶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MZ에 속하는 연령대는 단순히 나이로만 계산해도 30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 당연히 생각에서도 온도차이가 현격하다. 

모바일 리서치 플랫폼인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내놓은 'Z세대 트랜드 리포트'에 따르면 Z세대(1996~2007년생)와 M세대(1986~1995년생)는 관심사, 라이프스타일, 언어생활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당시 오픈서베이는 M세대의 범위를 제한했다. 분석에 따르면 Z세대의 관심사는 '앞으로의 진로와 직업(71.7% 복수 응답)' 이었던 반면 M세대는 '재테크(79.2%)'라고 답했다. 

이들 모두 외모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M세대는 '외모관리(56.5%)'보다 '다이어트, 운동(72.5%)'에 더 많은 관심을 뒀고, Z세대는 '다이어트, 운동(58.5%)'보다 '외모관리(72.5%)'에 더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Z세대가 '성평등, 젠더갈등(54.1%)'에 가장 많은 관심을 둘 때 M세대는 '환경보호(41.6%)'에 가장 관심이 많았고 '성평등, 젠더갈등(39.5%)'는 그 뒤를 이었다. 

결혼, 출산 등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도 Z세대가 M세대보다 더 개인주의적 성향을 나타냈다. '결혼을 꼭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에 Z세대는 54.3%가, M세대는 51.0%가 동의했다. '아이는 꼭 낳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에도 Z세대는 59.2%가, M세대는 50.2%가 동의했다. 이 때문에 대다수는 MZ의 세대구분을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경향은 Z세대에서 특히 도드라졌다.

뉴시안이 취재 과정에서 만난 Z세대 30여명중 대다수는 M과 Z가 같은 정체성을 갖고있다고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대학생 김영수씨(23)는 "굳이 세대를 나누고, 구분을 짓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너는 너, 나는 나'를 넘어 '이대남', '이대녀' 등 무수한 논란으로 파생됐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대학생 김소영씨(24)는 “그 세대라기보단 그 나이대가 공감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지금의 우리를 20년 후의 우리가 공감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거주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청년세대인 2030을 편의상 줄여 부르다 관용어로 굳혀졌지만 M세대와 Z세대는 결이 다른 세대"라면서도 "젊은 감성을 가진 청년 소비자 층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인 만큼 기성세대 입장에서도 완전한 구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세대는 모르는 것들

지난해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방영된 MZ세대의 돈쭐내기 선행[방송캡처}
지난해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방영된 MZ세대의 돈쭐내기 선행[방송캡처}

마케팅에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MZ세대라는 용어는 현재 경제·정치·사회 전반에서 두루 쓰이고 있다. 기업들은 지갑을 열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표심을 얻기 위해, 기성세대는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가질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그들을 공부한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하는 점이 있다. 기존의 공급자 위주의 마케팅 방식으론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그들의 판단 기준은 명료하다. 마케팅인 경우 그저그런 반응이지만 진심이 담긴 선행이 되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돈쭐내기'가 대표적이다. 실제 형편이 어려워 가게밖을 서성이던 형제에게 꽁짜 치킨을 대접한 치킨집 사장님의 선행에 Z세대는 감동의 댓글 릴레이를 펼쳤고, 이는 급기야 돈쭐내기로 이어졌다. 이는 엄밀히 얘기하면 요즘 기업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ESG의 소비자버전이자 의로운 소비활동의 다른 말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나는 ‘무야홍’”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라는 뜻이었다. 그는 ‘돌돌홍(돌고 돌아 대통령은 홍준표)’, ‘어대홍(어차피 대통령은 홍준표)’의 조어를 만들어내며 2030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아낙수나문(아빠가 낙선하고 수십 번 나온다 해도 문재인)’, ‘투대문(투표해야 대통령은 문재인)’ 등의 조어 역시 2030 지지자들로부터 시작했다. 대선에 팬덤 열풍이 불자 각 후보들도 지지자들도 ‘어대윤, 어대이’ 등의 조어로 맞섰지만 쉽지 않았다. 공동체 문화를 거부하면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지향하는 MZ세대의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실수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수직적인 '지령'에는 반기를 들고, 아래에서 양 옆으로 자발적으로 퍼진 행동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인 이들의 특성을 존중하지 않은 탓이다. MZ의 실체는 복잡다기하다.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M과 Z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인정하고 따로 접근해야 한다. 


기획·취재=조현선·박은정·김나해 기자 / 김소연·이단비·김용태·김다혜 대학생 기자단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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