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진=뉴시스)
포스코.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최정우 회장이 눈만 뜨면 강조해온 '기업시민'이 고작 이 수준인가" 

포스코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여직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폐쇄적 기업문화와 경영진의 미온대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앱인 블라인드와 각종 커뮤니티는에는 포스코의 이중적 기업문화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이 동료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24일 포항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 여직원 A씨는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 B씨 등 4명으로부터 성폭행과 성희롱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남자 선임 직원이 술을 먹고 집으로 찾아와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간부 직원은 회식 자리에서 A씨 신체 일부를 만지고 성희롱을 했다. A씨는 50명이 속해 있는 부서에서 한 동안 유일한 여직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계속되는 성추행 등으로 지난해 말 회사 감사부서에 이를 신고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되레 A씨의 신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서 내에서 왕따를 당해 2차 가해에 시달렸다. 현재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휴직한 상태다. 포스코는 해당 부서장을 보직 해임하고 피고소인 4명은 경찰 조사가 나올 때까지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논란이 커지자 포스코는 지난 23일 뒤늦게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이름으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은 해외 출장 중이다. 김 부회장은 "금번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윤리에 대한 추가적인 집합교육을 실시하고,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사내 성윤리와 관련된 임직원들의 인식수준을 면밀히 진단해 근본적인 쇄신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은 들끓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에도 동성 직원 간 추행, 협력사 직원 성추행 사건 등으로 수차례 성추문 홍역을 치렀던 터다. 

 포스코 내부 직원들도 회사의 '말 뿐인 윤리경영'에 날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당장 이번 사안의 책임부서인 정도경영실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비등하다. 포스코의 한 직원은 "잇단 성추행 사건으로 기업시민, 정도경영은 의미 없는 얘기가 됐다"며 "이번 사태를 덮으려고 했던 곳이 회사 감찰(정도경영실 등) 부서로 여겨질 정도"라고 비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포스코 직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한 직원은 "회사는 꼬리자르기를 어느 선까지 해야할 지 검토하고 있다", "이런 범죄를 저질러도 가해자들은 안 짤리고 다니는 곳이 포스코다. 절대 인정 안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은 "포스코 실체가 이렇다", "회사에서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니 뭐니 하는거 다 거짓말이고 쉬쉬한다", "블라인드 내 포스코라운지에 가해자 이름이나 초성 올라오면 바로 신고 처리해서 지우더라. 보호해줄 사람을 보호해줘라" 고 꼬집었다.

김학동 부회장의 사과문을 놓고도 직원들은 "흉내만 내는 교육강화 말고 제대로 된 대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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