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MZ세대는 요즘 시대의 아이콘이다. 언론기사는 물론이고 기업 마케팅, 투자동향, 소비 트렌드 조사, 심지어는 정치에서도 MZ를 호출한다. 너도나도 MZ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MZ를 모르면 우리 사회에서 행세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MZ는 1981~2010년 태생의 M세대(Millennial)와 Z세대(Generation Z)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아무 것도 설명할 수 없다. 도대체 MZ는 누구인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특징을 갖고있으며, 어떻게 행동하는가. 뉴시안은 한국사회의 중핵이 된 MZ세대를 종합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MZ세대는 왜 재테크에 목숨을 거나  

1961년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아폴로 프로젝트 당시 "이제 달나라로 가자"고 외쳤다. 그로부터 61년이 지난 오늘 MZ세대도 '달까지 가자'를 외친다. MZ세대의 '달까지 가자'는 지난해 장류진이 펴낸 소설 제목의 은유이다. 소설은 시쳇말로 '인생 노답' 인 흙수저 3인방의 '이더리움 코인' 투자기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지겠지라는 꿈을 안고 살아가지만 별로 달라질 게 없는 삶. 기성세대는 코인 투자를 '미친 짓'이라고 핀잔을 던지지만 주인공은 독백하듯 "난 이게 우리같은 애들한테 아주 잠깐 우연히 열린,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해"라고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MZ들에게 '달'은 이상향이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MZ세대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의 경제상태(소득, 자산, 부채, 소비)는 X세대(1965~79년생)와 베이비붐 세대(1955~64년생)에 비해 훨씬 취약했다. 근로소득과 금융자산 증가폭은 다른 세대에 비해 훨씬 낮은 반면 부채는 주택마련 목적의 금융자산 차입 증가로 크게 높아졌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MZ세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폭증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역대 어느 세대보다도 훨씬 심각한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뉴시안이 지난 7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MZ세대 400명을 대상으로 재테크 여부를 물은 결과 65%가 '하고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소득이 없다고 응답한 117명중 43.6%가 재테크를 하고 있었다.

 MZ는 왜 재테크에 목숨을 거는가. 뉴시안은 서로 다른 투자 방법을 선택한 MZ세대 3명을 직접 만나 그들이 바라보는 삶, 투자 동기, 실적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 대상자는 대학생 정성현(26)씨와 직장인 이정현(30), 전호현(36)씨다. 셋은 각각 예-적금, 주식, 암호화폐에 적지않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었다. 다만 부동산의 경우 종잣돈 부담이 커 엄두도 못낸다고 했다.    


"재테크? 하고싶어 하는 게 아니다"

이정현씨는 셋중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보였다. 투자 계기는 중학생 때 부모가 만들어 준 통장이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예-적금을 시작했다. 정성현씨는 군 간부로 복무하며 통장에 모아둔 월급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가 친구 권유로 주식 투자를, 전호현 씨는 지인이 300%라는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을 본 뒤 코인에 발을 들여놨다. 

투자 계기는 모두 달랐으나 '경제적 자유'라는 지향점은 비슷했다. 이들이 말하는 ‘경제적 자유’는 “돈 때문에 선택권에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정현)”,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신경 쓰지 않고 한 턱 낼 수 있는 삶 또는 가격표를 보지 않고 갖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는 삶(정성현)”이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금융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이해도를 보였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매체로부터 적극적으로 정보를 취득했다. 

실제 대다수의 MZ세대는 집값을 중심으로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저축을 통한 자산 형성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급여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투자행렬에 가세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의 'MZ세대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는 다른 여타 세대들과 비교했을 때 취업난이 심해 근로 소득 증가세는 가장 부진할 뿐 아니라 금융자산 증가세 역시 가장 정체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 마련을 위한 부채는 가장 많고,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로 인해 연금보험 등 저축성 보험에 대한 관심 역시 가장 높았다.

실제 2030의 노동소득증가율은 2%대 불과하지만 최근들어 물가상승률은 6%대를 넘어섰다. MZ세대 입장에서 재테크는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해야 할 정도이다. MZ세대는 흔히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평가받는다. 자신들도 '개천에서 용은 커녕 미꾸라지도 날 수 없다'는 인식이 뿌리깊다. 이 때문에 '월급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공격적인 저축과 투자 없이는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깔려있다.

책 <금융전문가가 알려주는 MZ세대 재테크 전략>의 저자 박영섭 박사는 "기성세대는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부를 쌓아 올릴 수 있었지만 MZ세대들은 200만원대의 월급을 받으며 집을 사려면 100년이 걸린다"며 "미래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조각투자 등의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씨는 "최근 집값이 다소 떨어졌다 해도 서울에 집을 갖는 것은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노동소득만으로 내집마련은 불가능한 시대"라며 "내가 생각하는 '평균의 삶'을 조금이라도 따라잡기 위해 재테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디어의 대박보도, MZ세대를 돌게 한다

정씨는 실제로 오픈채팅방에서 추천한 특정 종목을 매수해 30%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 채팅이나 투자 권유 문자가 '사기성 짙은 수단'이란 것을 모르지 않지만 '소액투자'의 경우 투자 경험을 위해 기꺼이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투자를 시작할 때 유명인이나 지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미디어에서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사람이 '시드머니 500만원으로 시작해 1000억 원의 자산가가 됐다'라는 콘텐츠를 보여준다"며 "그걸 보면 현타가 오면서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씨도 “2017년 지인이 비트코인으로 3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것을 보고 단기간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이라고 생각해 알트코인 에이다에 당시 여유 자금이었던 1800만 원을 몽땅 털어 넣었다”고 얘기했다.

정씨도 "군 간부 시절 주식을 하던 선임이 '지금이 수저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며 원자재 선물에 몰빵한 것을 봤다”며 “해당 투자로만 수익률 130%를 거둬 한 턱 쏜 기억이 난다"고 투자 시작 계기를 회상했다.

사실 세상은 온통 투자 얘기를 들끓는다. MZ세대들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예금·적금·주식·부동산은 물론 SNS·앱테크·명품 리셀·암호화폐, NFT 등등 다양한 투자처가 존재한다. 

본업 외에도 여러 개의 부업을 병행하는 'N잡러'로서 경제적 자립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도 MZ세대들을 투자로 내몬다. 실제 요즘 2030들의 머리 속에는 "직장은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월급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예금, 주식, 코인 투자자 3인의 성적표는 

뉴시안이 만난 투자자 3명의 성적은 편차가 컸다.

이 씨는 “원금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수익률은 낮지만 안전한 ‘예금’과 ‘적금’에만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월급의 일부를 적금으로 이른바 ‘풍차 돌리기’하고, 만기된 적금은 예금으로 넣어 재테크를 한다. 지난 2년간 그의 수익률은 연 2%대 수준. 2년여에 걸쳐 2천만원 이상을 모았다. 주식이나 코인 공부를 통해 종잣돈이 5천만원 정도되면 재테크의 영역을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도 갖고있다.   

주식을 하고 있는 정씨의 투자 수익률은 들쑥날쑥하지만 종합적으로는 80%에 달해 꽤 높은 수준이었다. 그는 애초 코로나 폭락장에 운좋게 주식을 시작해 수익을 꽤 많이 올렸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종료를 기대해 매수했던 화장품, 면세점·여행사 등의 주식이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적지않은 손실로 돌아왔다. 최근에는 하락장이라는 점을 이용해 'FANNG 인버스 X3'에 관심을 갖고 반짝 투자하기도 했지만 결국 증시하락기에 물리면서 다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 씨는 "과거에는 모든 자산을 100% 주식으로 들고 있었지만 시장이 안 좋아진 뒤로 조금씩 매도해 30%는 현금으로, 10%는 미국 달러로, 60%는 주식 및 ETF로 보유하고 있다"면서 “대학 졸업 이후 일정한 노동 소득이 생기면 주식에 더 많이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씨는 2017년 지인의 권유에 1800만원으로 코인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한 때 수익률이 -93%까지 내려가 참담했다. 자포자기한 상태로 계좌를 닫아놨더니 어느 순간 회복해 현재는 4000만원까지 올라 220%의 수익률을 봤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에서 망한 것을 많이 봤던 터라 스스로 생각해도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코인의 미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루나’ 사태 등으로 인해 가상자산 투자의 문제점이 보완된다면 암호화폐 시장이 더 큰 펀더멘탈로 장기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며 앞으로도 암호화폐에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MZ들의 취약한 경제상황 외면안돼 

부동산 가격 폭등, 저금리, 그리고 최근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 상승에 마주하게 된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투자 패턴을 보이고 있다. 기성세대를 관통했던 '평생고용'이나 '참고 버틴 자가 이긴다'는 인식은 요즘 MZ세대에게는 없다. 

MZ에게 이직은 다반사이다. 평생직장 개념도 없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지금 당장, 분명히 약속 받을 수 있는 단기적인 보상을 중시한다. "지금이 가장 싸다. 그래서 조금 떨어지면 바로 지금 사야 한다(buy the dip)", "존버는 승리한다"를 외치는 MZ들은 흔히 '한탕주의자' 처럼 비쳐진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미래가 불안한 MZ에게 투자는 노후를 대비하는 방법이다. 실제 MZ의 이런 움직임을 꿰뚫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은 개개인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하며 M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을 연금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생애주기형 펀드(TDF)의 인기도 높다. 

박영섭 박사는 "MZ들이 미래를 대비하려면 조금씩이라도 투자하고 싶은 기업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며 "여기에 올바른 경제 관념과 금융 지식을 습득하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MZ세대들의 이같은 성향은 자신들의 취약한 경제기반도 무관치 않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MZ세대의 취약한 경제상황은 향후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당국에서는 MZ들의 생활방식 취향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점검하면서 소득증가와 부채감소 등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조현선·박은정·김나해 기자 / 김소연·이단비·김용태·김다혜 대학생 기자단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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