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대문로 CJ그룹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그룹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CJ 3세 경영승계 작업에 난항이 생겼다. 경영승계 과정의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CJ올리브영이 연내 추진하기로 한 기업공개(IPO)를 잠정 중단한 것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CJ올리브영은 상장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CJ올리브영 측은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주주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증권과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 작업을 본격화했다. 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최대 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며 하반기 IPO 시장의 대어로 꼽혀왔었다.

그러나 CJ올리브영은 최근 증시 부진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목표했던 기업가치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장을 중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 재추진 시점도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CJ올리브영 상장 연기로 CJ 3세에 대한 승계작업 속도가 느려질 전망이다. CJ올리브영은 경영권 승계 작업에 있어 현금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 계열사였다. 

현재 CJ올리브영의 지분율은 △CJ(55.24%)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11.0.4%) △장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4.21%)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업계는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가 보유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의 지분을 팔아 지주사 지분 매입 및 상속세 마련 등 승계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선호·이경후 경영리더는 CJ올리브영 프리IPO를 통해 각각 6.88%, 2.65% 지분을 처분해 각각 1018억4600만원, 391억5600만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남매는 이 돈으로 우선주(CJ4)를 지속 매수해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저렴하지만 향후 의결권이 있어 그룹 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 이선호·이경후 경영리더의 CJ 지분은 각각 2.89%, 1.27%다. 이재현 회장이 42.07%를 지니고 있다. 이 회장의 자녀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0% 이상의 지분이 필요한 만큼, 상속세 규모는 수천 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남매는 CJ올리브영의 가치가 높게 평가될 수록 유리한 상황이다. 지난해 프리IPO 당시 몸값이 최대 4조원으로 예상됐으나 올해 증시 상황에서는 4조원도 뚜렷하지 않다. 업계는 CJ올리브영이 IPO를 포기하진 않고 승계를 위해 타이밍을 다시 잡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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