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아이픽싯(iFixit)의 자가 수리 프로그램 키트 적용 기기. (사진=삼성전자 미국 홈페이지 캡쳐)
삼성전자와 아이픽싯(iFixit)의 자가 수리 프로그램 키트 적용 기기. (사진=삼성전자 미국 홈페이지 캡쳐)

[뉴시안= 조현선 기자]삼성전자가 미국에서 갤럭시S21 시리즈 등에 대한 '자가 수리 키트'를 제공한다. 고객들은 삼성전자의 서비스 센터 방문 없이도 정품 부품을 구매해 스스로 수리할 수 있게 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일부터 미국에서 자사 일부 스마트폰, 태블릿PC를 대상으로 한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자가수리는 디바이스 고장시 서비스센터에 맡기지 않고, 사용자가 정품 부품을 구입해 스스로 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마크 윌리엄스 삼성전자 미국 고객관리 담당 부사장은 "삼성은 소비자가 기기 사용을 확장하고, 순환 경제를 촉진해 전자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다 편리한 옵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삼성 자가수리 프로그램은 기기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삼성전자 제품 이용자들은 전자기기 수리 전문업체 아이픽싯(iFixit)이나 삼성전자 매장에서 정품 부품과 설명서를 구입해 액정 디스플레이와 후면 글래스, 충전 포트 등을 직접 고칠 수 있게 됐다. 자가 수리가 가능한 제품은 갤럭시S20·갤럭시S21 시리즈, 갤럭시 탭S7+ 등으로, 향후 더 많은 장치와 수리 옵션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4월 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12와 아이폰13 시리즈, 아이폰SE 3세대의 부품 등의 판매를 시작한 데 이은 것이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의 디스플레이·배터리 등에 한정돼 있는 수리대상 판매 부품군을 내년부터 늘리고 기종 역시 맥북, 아이맥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애플은 2020년 한국을 포함한 40여개 국가에서 '개별 수리 제공 프로그램(IRP)'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무늬만 개별수리'인 것으로 확인돼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따라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21년 7월 개인이 자가 수리 또는 제3자를 통해 모바일 제품을 수리하더라도 애플 등 제조업체가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애플과 삼성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 업체의 사설 수리 제한 관행을 독점금지법, 소비자보호법 등의 위법 행위로 보고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애플과 삼성은 그동안 공인 서비스 업체가 아닌 개인의 직접 수리는 물론 사설 업체에서도 수리 서비스를 받지 못하도록 해왔다.  애플의 경우 사설 수리 센터를 이용할 경우 자사의 제품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값비싼 공인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 삼성 역시 공식 AS 센터 외의 비정품 사용을 막고, 사설 센터를 이용할 경우 '개조'에 해당한다고 보고 서비스센터 측에서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안내해 왔다. 외견상 "비전문가의 수리 과정에서 고장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수리 독점으로 인한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자가수리가 확대되면 제품 수명 연장에 따른 생활 쓰레기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유럽환경국에 따르면 유럽 내 모든 스마트폰의 수명을 1년 연장할 경우 2030년까지 매년 21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소비자의 자가수리권이 한국에서도 보장받을 지 여부다.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자·가전제품의 수리용 부품 보유 의무를 확대하고, 소비자가 제품을 고쳐 쓸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 수리권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는 “생활용품 수명만 연장해도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우리 생활에서부터 탄소저감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강조했지만 대선 패배로 빛이 발한 상태이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소비자의 자가수리권 보장을 골자로 하는 ‘수리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했지만 반향을 끌어내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선 당시나 대선 이후인 현재까지도 관련 사안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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