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한통치킨이 판매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11일부터 한통치킨을 행사카드로 구매시 정상가에서 7000원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한통치킨이 판매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11일부터 한통치킨을 행사카드로 구매시 정상가에서 7000원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이제 치킨 판은 소비자들의 선택에 갈렸다.'

국민 간식으로 꼽혔던 치킨이 3만원까지 치솟으면서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가 소바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틈을 타 대형마트들이 선보인 자체 브랜드(PB) 치킨이 '오픈런' 현상까지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얻으면서 치킨 업계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11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6월 30일부터 판매된 '당당치킨'이 이달 10일까지 32만 마리 넘게 판매됐다. 1분에 약 5마리씩 판매된 셈이다.

당당치킨은 홈플러스가 '당일 제조·당일 판매'를 조건으로 한 마리를 6990에 판매하는 치킨이다. bhc치킨·교촌치킨·BBQ치킨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격이 2만원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당당치킨이 고물가 시대 속 '가성비 치킨'으로 화제를 모으자 이마트와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각각 9980원의 '5분 치킨', 8800원(할인가)의 '뉴 한통 가아아득 치킨'을 내놓았다. 2010년 롯데마트가 판매한 이른바 '통큰치킨'의 부활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12년전과 지금의 소비자들이 치킨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당시 통근 치킨은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주장과 정부의 압박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현 국회부의장)은 트위터에 "혹시 통큰치킨은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통 큰 전략' 아니냐"며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소비자들은 오히려 대형마트들이 PB상품 치킨을 만들어 주도록 요구할 정도이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오늘 당당치킨 사러 왔다', '당당치킨 구매 인증' 등의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외면하는 이유는 지속되는 가격·배달비 인상, 그리고 소비자는 안중에 없는 식으로 행동하는 프랜차이즈기업 오너들에 대한 불신이 담겨있다. 교촌치킨과 bhc치킨·BBQ치킨 등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최근에는 배달앱까지 포장 주문 중개수수료를 유료화했다. 

지난 3월에는 윤홍근 제너시스 BBQ 회장이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에 출연해 '소비자들이 1닭 2만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라는 진행자의 말에 "한마디로 말해 지금 2만원이 아닌 약 3만원 정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소비자들의 반발을 자초했다. 당시 누리꾼들은 "원가 안 맞으면 사업 접으라", "가맹점 털어서 많이 남겨놓고 더 먹겠다고 남는 게 없다는 것이냐" 등의 날선 반응을 쏟아냈다. 

실제 올해 수면 위로 올라온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도 소비자들의 외침이 커지면서 가능해졌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한 달에 두 번씩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무시된 사례로 지적돼 왔다.

앞서 대통령실이 진행한 '국민제안 TOP 10' 투표에서 해당 안건이 57만7415표로 1위를 차지했으나 어뷰징(중복전송)으로 무효화됐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이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동의를 얻은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의 본질은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며 "이제 기업도, 정부도 소비자의 인정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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