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찬국 프로. 
양찬국 프로. 

 골프 대회의 시상 종목에 부비(Booby Prize)상이 있습니다. 부비는 스페인어로 '멍청이'라는 뜻의 'bobo'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주로 '행운상'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되며,  참가자중 꼴찌에서 두번째에게 시상을 합니다.

필자처럼 베트남전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부비는 '부비 트랩(Booby Trap)'을 떠올리게 하면서 듣기만 해도 기겁하게 만듭니다. 실제 부비는 멍청한 놈을 잡는 덫이라는 부비 트랩의 '부비'입니다. 사주경계하며 진로를 뚫어야 하는 첨병 입장에서는 적이 설치한 부비 트랩도 살펴야 했으니 참으로 고생스러웠습니다. 이런 연유에서 부비란 말만 들어도 긴장을 합니다.

흔히 부비상 트로피는 뚫어진 벙거지를 쓴채 클럽이나 퍼터를 부러뜨려 들고있는해학적인 모양으로 만들어 줍니다. 어떤 모임에서는 부비상 수상자에게 가장 크고 비싼 상품을 주면서 위로합니다. 시상은 모임의 회장이나 임원이 하지 않고 부비 메이커(Booby Maker)라고 불리는, 이른바 게임의 꼴찌가 합니다. 꼴찌(부비 메이커) 덕분에 꼴찌의 불명예를 벗었다는 뜻이지요. 한편으로는 부비 메이커에게 시상을 맡김으로써 꼴찌에게 분발을 촉구한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러나 꼭 기억해야만 할 경구가 있습니다. " 부비는 돕되, 부비 메이커는 돕지 않는다" 는 말입니다. 꼴찌에게는 가혹할 만큼 냉정한 것이 승부의 세계 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절망할 일만은 아닙니다. 가끔 승부와 성적에 지나치게 집착해 규칙을 어기거나 성적을 조작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꼴찌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꼴찌는 초보자라면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입니다. 문제는 이를 벗어나도록 연습하는 것입니다. 부비메이커는 늘 존재하고, 부비상 후보도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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