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MZ세대는 요즘 시대의 아이콘이다. 언론기사는 물론이고 기업 마케팅, 투자동향, 소비 트렌드 조사, 심지어는 정치에서도 MZ를 호출한다. 너도나도 MZ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MZ를 모르면 우리 사회에서 행세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MZ는 1981~2010년 태생의 M세대(Millennial)와 Z세대(Generation Z)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아무 것도 설명할 수 없다. 도대체 MZ는 누구인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특징을 갖고있으며, 어떻게 행동하는가. 뉴시안은 한국사회의 중핵이 된 MZ세대를 종합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인류의 역사' 결혼, 한국에서 종말맞나 

결혼은 원시사회에서부터 이어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역사중 하나이다. 모든 인류가 같은 형태의 결혼제도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흐름에 맞물려 이어져왔다. 하지만 요즘 추세를 보면 결혼제도는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결혼은 고체가 아니라 액체의 속성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극현실 자본주의, 여성 지위향상, 경제적 불안, 개인주의 확산 등에 따라 지금의 결혼방식은 유물이 돼 박물관으로 가야할 처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Z세대들 사이에서 최근 새롭게 등장한 문화중 하나는 ‘비혼식’이다. 세상을 향해 공개적으로 비혼주의자임을 선언하는 의식이다. 지인들의 축하도 받고, 축의금을 받기도 한다. 미혼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지만 비혼은 결혼할 의지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비혼자가 늘면서 일부 선진기업에서는 그들을 위해 비혼식도 열러주고, 축의금과 유급휴가 같은 복지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MZ세대에게 결혼은 인생의 많은 선택지 중 하나다. 이는 혼인율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혼인건수는 19만3000건이다. 전년대비 9.8% 감소한 수치이다. 혼인율은 최근 계속해서 감소추세이다. 2021년 서울시가 발표한 세대별 결혼과 출산에 관한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MZ세대(1980~2004년생)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비율은 4.46%에 불과했다. '자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비율 역시 4.22%에 그쳤다. 출산율은 또 어떤가. 통계청 인구동향에 따르면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08명이다. OECD 38개 회원국중 최하위이다. 올해 출산율은 0.7%대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인구붕괴에 한국의 결혼제도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종말을 맞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뉴시안이 MZ세대 비혼주의자, 기혼자, 이혼자 3명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MZ세대 4.46%만이 '결혼 반드시 한다'는 시대 

비혼주의자 유지연(23·가명)씨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비혼주의자 유지연(23·가명)씨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비혼주의자인 유지연(23·가명)씨는 비혼 결심 계기를 묻는 질문에 “결혼해도 손해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답했다. 결혼으로 이뤄지는 행복한 가정이 꿈꿔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출산과 육아가 두렵다고 했다. 경제적 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21년 전국보육실태조사-가구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출산과 양육을 위해 어머니가 직장을 그만둔 적이 있다’는 응답이 48.8%, ‘아버지가 그만둔 적이 있다’가 0.8%였다.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는 '사회생활 끝'에 다름 아니다. 

그의 말대로 결혼은 돈과 직결된다. 신혼부부의 결혼비용은 2억8739만원(결혼정보회사 듀오 조사), 월평균 자녀양육비 72만1000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1년 보고서)이 필요하다. 집값은 또 어떤가. 무주택자는 유주택자보다 출산율이 0.54명 낮다중고교생 교육비사교육비만1년면 865만원이다.그는 다만 “단순히 경제적 이유 때문에 비혼을 결심한 건 아니다”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기 어렵고, 내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바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을 포기하는 대신 취미생활과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며 일상을 보낸다. 콘서트장에 놀러가고, 쉬는 날이면 베이킹을 한다. 소소한 즐거움 덕분에 연애를 안하지만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결혼을 무조건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유튜브에 존재하는 수많은 '1인 가구 브이로그’에는 비혼자들이 다양한 삶의 방식을 담고있다. 대용량으로 산 재료들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살림 꿀팁은 무엇인지를 알려주면서 혼자서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공유한다. 

그의 이런 생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미디어’였다고 했다. 결혼과 함께 시작되는 고부 갈등, 명절 의식 등 힘든 결혼과정은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실제 적지않은 방송사는 시청률을 의식해 부부갈등을 고조시키면서 자극적인 장면을 내보낸다.

그는 최근 끝난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을 예로들며 오은영 박사가 갈등을 가진 부부의 일상을 관찰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한편으로는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게된다"고 말했다. 


나는 이혼녀다 "가부장적제도 견디기 어려워"

박순애씨(26.가명)는 20세에 결혼과 함께 출산을 했다. 하지만 결혼 6년만에 이혼했다.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가부장적인 결혼 제도 때문이다. 그는 “맞벌이였지만 청소, 빨래, 설거지와 같은 가사일을 도맡아 했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는 관행은 여전히 뿌리깊다"고 말했다. 가사분담 문제와 더불어 시댁살이, 고부갈등등도 컸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광주여성가족재단 발표에 따르면 미혼 여성이 결혼을 기피하는 가장 주된 요소로 ‘가부장적 결혼 제도(32.1%)’를 꼽았다. 남성들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 결혼 생활(32.3%)’을 꼽았다.  

박씨는 “이혼을 하고 아이를 혼자 양육하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크다. 국가는 ‘한부모 가족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해당 요건에 충족하려면 직장에서 받는 월급을 일부 포기해야 한다. 양육비와 월세, 식비 등을 혼자 감당하려면 한 부모 가족 지원을 포기하고 일을 더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부모가족지원 정책의 지원을 받으려면 2인 가족 기준으로 소득이 1,695,244원이하여야 18세 미만의 아동 1인당 월 20만원의 금액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최저 시급 기준 예상 월급은 1,914,440원이다. 한부모 가족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최저 시급 월급중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결혼한 새내기 신랑 최현기(27)씨는 결혼에 만족해하는 MZ세대이다. 다만 그는 MZ세대를 향한 기성세대들의 지나친 관심은 '사양'했다.

최현기(27)씨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최현기(27)씨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모습.

 그는 “MZ세대들이 미디어에서 표출되는 결혼과 출산문제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사회의 틀에 MZ들의 희생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는 “결혼은 강요가 아닌 선택이 중요시되어야 한다”며 “젊은 세대들이 결혼하기 좋은 환경 속에 살아간다면 분명 자연스럽게 결혼을 선택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최근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버팀목 대출한도를 늘렸다. ‘버팀목 대출’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전세자금 대출이다. 청년은 최대 2억원까지, 신혼부부는 수도권은 3억원, 지방은 2억원으로 한도를 늘렸다. 집값 상승으로 내집 마련이 힘든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이었다. 다만 이런 정책이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줄수는 있지만 결혼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인터뷰에 응한 3명은 공통적으로 지금 시대는 '그 누구도 쉽게 결혼을 결심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MZ세대에게 결혼은 ‘행복’이란 이미지와 연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단순히 돈을 지원해주는 정책만으로는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예산 지원정책도 저출산대책이 아니라 기존 복지정책을 저출산이라는 이름아래 묶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비혼이 MZ의 대세인식이 된 것은 청년 정책이 실효를 내지 못하는 것 한편으로 우리 사회에 깊숙히 또아리를 틀고있는 가부장적 제도, 경력단절 같은 문제들이 함께 해결되지 못한 측면이 크다. 피상적 접근만으로 결혼제도가 종말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이들은 말했다.  

기획·취재=조현선·박은정 기자 / 김소연·이단비·김용태·김다혜 대학생 기자단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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