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MZ세대는 요즘 시대의 아이콘이다. 언론기사는 물론이고 기업 마케팅, 투자동향, 소비 트렌드 조사, 심지어는 정치에서도 MZ를 호출한다. 너도나도 MZ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MZ를 모르면 우리 사회에서 행세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MZ는 1981~2010년 태생의 M세대(Millennial)와 Z세대(Generation Z)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아무 것도 설명할 수 없다. 도대체 MZ는 누구인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특징을 갖고있으며, 어떻게 행동하는가. 뉴시안은 한국사회의 중핵이 된 MZ세대를 종합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기후위기, 당장 움직여라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에 재학 중인 김지영(22, 가명) 씨는 최근 조깅을 하면서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을 시작했다.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실제 플로깅을 하면서 캔 음료부터 테이크아웃 컵, 담배꽁초 등 거리에 깔려있는 '너무도 많은' 쓰레기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플로깅을 하면서 환경과 관련한 나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영 씨가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부터 받은 플로깅 키트. 키트에는 쓰레기 수거용 집게와 친환경 비닐봉투·면장갑·손 소독제 등이 있다. [사진=김지영 씨 제공]
김지영 씨가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부터 받은 플로깅 키트. 키트에는 쓰레기 수거용 집게와 친환경 비닐봉투·면장갑·손 소독제 등이 있다. [사진=김지영 씨 제공]

대학생 유채빈(25)씨는 고교 시절 다큐멘터리를 접하며 식생활과 환경 사이의 연관성 그리고 육류 위주의 식습관이 가져오는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이후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생활하기’라는 목표를 세웠고, 식습관의 변화를 통해 환경 보호에 힘쓰고 있다. 그는 "환경을 위한 개인의 노력이 때로는 작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주변인들이 채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런 관심이 또 하나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채빈 씨 개인 SNS 계정 사진에서 채식 위주의 식단을 엿볼 수 있다. [사진=유채빈 씨 제공]
유채빈 씨 개인 SNS 계정 사진에서 채식 위주의 식단을 엿볼 수 있다. [사진=유채빈 씨 제공]

김지영씨와 유채빈씨는 MZ세대의 핫피플인 이른바 '엠제코'이다. 엠제코는 MZ세대와 에코(ECO)의 합성어로, 환경을 중요 가치관으로 삼아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MZ세대를 가르킨다.

이들에게 환경보호는 '관심' 수준이 아닌 '진심'이다. 115년만의 폭우로 서울 강남이 물에 잠기고 역대급 태풍으로 국가기간시설인 포스코의 포항제철소까지 피해를 입은 것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기후위기가 우리 곁에 바싹 다가와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지도자들은 웅얼울엉(blah blah) 할뿐이다. 보다 나은 복구 웅얼웅얼, 녹색 경제 웅얼웅얼, 탄소중립 웅얼웅얼하고 있다"(그레타 툰베리. 2021년 기후를 위한 청년 정상회의 연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이 난리를 겪고도 아직도 웅얼웅얼대나"

툰베리의 발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도자들의 기후위기 대응방식은 말만 번지르할 뿐 실제적 행동은 느슨하기 짝이 없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말 그대로 목표에 불과한 상황이다.

MZ세대가 환경에 진심인 것은 딜로이트의 최근 조사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딜로이트가 최근 전세계 46개국 MZ세대 2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기후변화는 생활비에 이어 두번째 걱정거리였다. 이 때문에 90%가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MZ세대 친환경 실천 및 소비 트렌드'에 따르면 MZ세대의 88.5%는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뉴시안이 지난 7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한국사회 이슈 중요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MZ세대의 74.8%가 환경문제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응답률은 전통적인 중요관심사인 경제, 노동, 교육, 인권 등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 결과이다.

MZ세대가 기후변화에 진심인 것은 교육을 통해 꾸준히 기후 위기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진데다 SNS사용을 통해 직접 정보를 생산하고, 본인이 참여한 것들을 공유하면서 문제의식을 갖게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들은 개인의 성취감 그리고 타인의 참여 독려까지를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한다.

실제 유채빈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채식주의 입문자들에게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을 추천하곤 한다. 이 캠페인은 영국의 팝 밴드 비틀즈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가 공장식 축산업 내 동물들의 고통,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일주일 중 최소한 하루는 채식을 하자고 제안한 데서 출발한다. 유씨는 "하루 아침에 육류 섭취를 중단하는 대신 기준을 낮추고 실천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정민서(23)씨는 아예 정부 캠페인에 앞장서 움직인다. 그는 요즘 환경부 홈페이지를 자주 방문하며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부의 ‘그린 빙고 챌린지’에 참여해 포장용기 대신 직접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용기내 챌린지’나 페트병 뚜껑 30개를 모아 화분으로 재탄생 시키는 ‘페트병 뚜껑 모아모아 챌린지’까지 빙고에 소개된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환경부 그린 빙고 챌린지 미션표. [사진=환경부 제공]
환경부 그린 빙고 챌린지 미션표. [사진=환경부 제공]

"한국 환경정책 20세기에서 못벗어나"

엠제코들은 우리 사회에 넓고 깊게 포진해있다. 다회용기 사용등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하면 포인트를 주는 탄소포인트제도 가입자의 절반이상이 MZ세대이다.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 역시 MZ세대를 겨냥한 측면이 크다. 아모레가 운영하는 리필스테이션의 이용고객중 상당수가 MZ세대이다. 이는 거꾸로 얘기하면 MZ세대가 기업들을 친환경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다만 정부의 환경정책은 여러모로 부족하게 여겨진다는 게 MZ세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실제 한국은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국가로 분류된다.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이 지난 7월 각국의 환경 목표 및 정책을 분석해 5단계로 분류한 결과 한국은 5단계 중 4번째로 '매우 불충분'(highly insufficient)으로 분류됐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한국이 현재까지 발표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에 따르면 2030년 세계 경제강국 10개국 중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 국가가 된다.

정 씨는 "과자 봉지까지 재활용할 수 있도록 씻어서 버리는 시민의식에 비해 정부의 환경정책은 기업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리즈 끝>

기획·취재=조현선·박은정 기자 / 김소연·이단비·김용태·김다혜 대학생 기자단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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