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대학생특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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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MZ세대는 요즘 시대의 아이콘이다. 언론기사는 물론이고 기업 마케팅, 투자동향, 소비 트렌드 조사, 심지어는 정치에서도 MZ를 호출한다. 너도나도 MZ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MZ를 모르면 우리 사회에서 행세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MZ는 1981~2010년 태생의 M세대(Millennial)와 Z세대(Generation Z)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아무 것도 설명할 수 없다. 도대체 MZ는 누구인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특징을 갖고있으며, 어떻게 행동하는가. 뉴시안은 한국사회의 중핵이 된 MZ세대를 종합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장누리 유닉온 대표. [그래픽=뉴시안]
장누리 유닉온 대표. [그래픽=뉴시안]

 

우리는 판교로 간다

게임제작사 스타트업 유닉온. 지난 9월초 판교에 있는 사무실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커다란 화이트보드부터 눈에 띄었다. 적혀있는 단어가 흥미롭다. '엉덩이'. 곁에는 '귀여움'이란 단어가 함께 쓰여있다. 직장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에 장누리 대표(31)는 '신작에 대한 힌트'라고 했다. 휴가를 갔다는 직원의 어지럽혀진 책상 위에는 커다란 타조털 부채가 놓여있다. 마치 회사가 아니라 같은 취향을 가진 젊은이들의 아지트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직원 17명. 평균 연령 32.6세. 일반인들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유닉온은 찻집 운영 게임인 '모퉁이뜨개방with카페', 정신과 의사가 돼 환자를 상담해주는 시물레이션 게임 '헬프 미!'를 만들었다. 물론 경영상황은 대기업에 비할 바 못된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매월 17명의 급여를 주는 것을 보면 결코 맹탕은 아니다. 곳곳에서 투자를 받았고, 2020년 법인 사업자 등록 기준 매출은 10배 가까이 뛰며 폭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판교는 자유롭다

장대표는 프로그래머 출신이 아니다. 예고 졸업뒤 대학에서 게임동아리 횔동을 하다 관심사가 같은 몇몇과 손을 잡고 게임개발을 반복하다 2년전 유닉온을 세웠다. 그가 꾸려가는 유닉온의 사무실은 늘 북적댄다.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떠들고, 메타버스로 마련해놓은 사무실 내 캐릭터들이 숨가쁘게 움직인다. 퇴사율도 낮은 편이다. 

그가 몸 담은 판교는 MZ에게 성지 같은 곳이다. 최근 서울 성수동 등에 MZ가 몰려들면서 국내 주요기업의 홍보장터가 되고 있지만 IT기업들의 뿌리는 역시 판교이다. 오히려 기존 전통대기업들도 판교로 이주하는 경우가 잦다. 2021년말 기준 입주기업수 1697개. 상시 노동자 7만1967명. 전체 임직원중 연구개발 인력 34.6%. 입주기업중 87.6%(1487개)가 중소기업이다. 인력구성을 보면 젊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2030이 4만2779명으로 전체의 60%나 된다.

 MZ는 왜 판교를 찾을까. 전통기업과는 다른 문화가 있을까. 이들의 말을 들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장대표는 이번까지 창업만 세번째인 이른바 '얼죽창(얼어 죽어도 창업)'에 속한다. 다른 기업으로의 취업은 잠시간의 꿈에서 그쳤다. 틀에 박힌 조직문화가 싫었고, 클라이언트의 한마디에 사장되어야 하는 노력이 안타까웠다. 예고 진학부터 '맨땅에 헤딩'이 몸에 배었다. 다른 곳에서 프로세스를 배워오는 것은 어떻겠냐는 주변에 조언에는"부딪히며 배우는 게 즐겁다"고 대답해 왔다.

김요한 유닉온 최고 운영 책임자COO. 자유로운 복장과 그의 손에 들린 이어폰이 눈에 띈다. 
김요한 유닉온 COO(최고운영책임자). 자유로운 복장과 그의 손에 들린 이어폰이 눈에 띈다. 

그가 판교에 둥지를 튼 것은 단순한 이유였다. 게임아카데미에 참여하기 위해서 왔다가 입주사간의 네트워킹이 두터운 점에 끌려 눌러앉았다.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활발했고, 넥슨 NDC(넥슨개발자컨퍼런스) 등도 판교에서 열리는 점이 좋았다. 커넥트21(성남콘텐츠캠퍼스)을 들어갔고, 게임 벤처4.0의 활동 등이 전부 판교로 이어졌다.  

유닉온에 몸담은 지 2년이 되었다는 ㄱ씨, 유명 게임사에 근무하다 한달 전 입사한 ㄴ씨는 "회사 분위기 덕분에 몸 담게 됐다"고 말했다. 주 40시간 근무. 8시간 일하는 원칙만 존재하고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다. 회사에서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장 대표의 철학이 담겼다. 

이는 최근의 MZ들의 기업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뉴시안이 지난 7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MZ세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선호도' 조사 결과 51.8%가 전통대기업보다 IT 기업을 꼽았다. 전통대기업 선호도는 28.8%였다. 특히 스타트업에 대한 선호도가 19.5%로 집계됐다. 대학졸업을 앞둔 한 취준생 김여운씨(23)는 "MZ세대는 조직을 앞세우기보다는 개인의 창의성을 중시하는 쪽에 더 친근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용의 머리, 뱀의 꼬리

판교에 소재한 주요 IT 기업의 팀장급 이해운씨(가명)는 "10년 전 우리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을 바라고 있었다면 그때 우리의 나이인 MZ세대가 '네카라쿠배당토'로 눈길을 돌리는 점도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이씨는 "'요즘 애들'과 기성세대의 큰 차이점은 미래 확장 가능성에 얼마나 더 후한 점수를 주는가"라고 말했다. 그때 그시절 우리가 소속돼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중요시 했다면 지금의 MZ세대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누리는 개인적 보상, 더 나아가 성취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입사해 복사 업무를 맡거나, 회의록 정리를 하는 것은 그들에게 동기부여의 계기가 되어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그들은 결과와는 상관없이 예스(YES)와 노(NO)의 명확한 피드백을 원한다고 했다. IT 기업의 유연함을 대다수의 매체로 익혀왔으니 좀 더 주도적인 업무를 맡을 수 있는 스타트업으로 향하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본인들이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한다고도 말했다. 

물론 소득별 성향 차이는 존재한다. 뉴시안 설문조사 결과 월평균 소득 400만원 이상 집단은 전통적 대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평균보다 높은 35.6%였다. 반면 월소득 200만원 미만의 응답자의 경우 27.3%가 스타트업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은 이들은 '안정적'인 기업을 선호한 반면, 보수가 낮은 경우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원한다고 할 수있다. 이는 눈앞의 돈보다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래픽=플랫컴]
[그래픽=플랫컴]

스타트업, 나를 위한 배팅

IT 관련 스타트업 입사 2년차인 장이주(26)씨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유능하고 젊은 리더들이 주요 기업의 요직에 있다는 다수의 뉴스를 접했고,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꿈을 꾸게 됐다"며 "개인이 가진 능력은 한정적이니까 회사의 가능성에 '배팅'하는 것"이라는 설명했다. 결국은 누구보다도 개천에서 난 용이 되기를 바라며, 스타트업은 결국 카카오·당근마켓·넥슨으로 향하는 '퀘스트'라는 설명이다. 

물론 스타트업의 자유로움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온 경우도 많다.  미래 확장 가능성을 보고 스타트업에 몸 담았다가 다시 대기업으로 이직한 김이수씨(34)는 "IT 기업 특성상 전통적 대기업과 같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다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고기존 대기업처럼 위계질서를 강조하면서 되레 업무 효율성이 뒤떨어지는 대기업병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퇴사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결핍과 간절함, 그리고 열망을 안고있는 MZ세대들에게 판교는 꿈을 영글게하는 중핵센터라는 점이다.

이는 '인서울 진학', '대기업 취업'으로 성공의 잣대를 그어대는 기성세대의 인식과는 크게 다르다. 

 판교에 위치한 IT 대기업의 한 인사팀장은 "MZ세대들이 중시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 자신의 성장, 자신의 대한 보상"이라며 "이런 MZ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기획·취재=조현선·박은정 기자 / 김소연·이단비·김용태·김다혜 대학생 기자단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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