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카메룬의 경기, 1-0으로 승리를 거둔 한국 이강인이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에게 어두운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카메룬의 경기, 1-0으로 승리를 거둔 한국 이강인이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에게 어두운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기영노 편집위원 ]벤투의 고집인가, 전략인가.

벤투는 결국 선발은 커녕 교체 카드로도 이강인을 쓰지 않았다. '슛돌이'의 발재간과 자로 잰듯한 킬패쓰를 보고싶어 했던 축구팬들의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이강인은 올시즌 라리가에서 1골 3도움을 기록할 정도로 '핫'한 경기력으로 1년6개월만에 벤투호에 승선했지만 2차례 평가전에서 단 1분도 그라운드들 밟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27일 카메룬전을 1-0으로 이긴후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을 출전시켜라"는 한국 축구팬들의 외침를 잘 들었다면서도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이강인이 출전하지 않자 관중은 "이강인! 이강인!"을 반복적으로 연호했다. 특히 카메룬전 후반 36분 마지막 교체 카드로 미드필더 백승호를 선택하자 팬들은 이강인의 이름을 크게 외치기도 했다.

벤투는 '이강인을 연호하는 관중들의 목소리를 들었냐'는 질문에 "귀가 2개라 듣지 않을 수 없다. 잘 들었다"고 답했다. 이강인을 출전시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옵션을 선택하기로 했다. 전술적인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강인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발전의 문제보다는 선택의 문제"라며 "선발한 모든 선수를 출전시키기는 쉽지 않다. 팀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가 중요하다. 9월에 치른 2경기 모두 이강인이 출전하기는 좋은 순간이 아니라고 평가했다"고 답했다.

 축구팬 사이에서는 벤투가 이강인을 투입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과거 선입견에 너무 집작하고 있는것 같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이강인은 2021년 3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전에 선발 출전했다. 당시 한국은 일본에 0대3으로 대패했다. 벤투는 이후 이강인을 대표팀에 합류시키지 않다가 이번에 1년 6개월만에 이강인을 불렀지만 벤치에만 앉아있도록 했다. 

이강인은 카메룬과의 경기 후 "대표팀에 올 수 있어 좋았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에는 "선수로서 너무 감사했다. 그만큼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이강인은 "당연히 축구 선수로서 경기에 뛰고 싶으니까 아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제가 선택할 수 없는 거니까 다시 소속팀에 돌아가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헤더 결승골을 넣은 손흥민은 이강인의 결장에 대해 "어떤 말로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강인이는 좋은 선수"라고 했다. 이어 "리그에서 잘 하고 있지만 강인이만을 위한 팀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축구 팬으로서 강인이가 경기에 나서는 걸 봤으면 좋았겠지만 감독님이 생각이 있으셨을 것이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고 했다.

그는 또 "강인이만 경기를 안 뛴 건 아니다. K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들도 다 대표팀에서 뛰고 싶어서 왔다. 얼마나 실망스러웠겠나. 모든 집중이 강인이게만 가면 강인이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며 "나도 그런 경험을 해봤던 사람으로서 강인이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지는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강인은 두 평가전에 결장하면서 사실상 카타르월드컵에 갈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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