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시장 예측대로 기준금리 인상 나선 '한국은행'

6년 6개월만의 인상...전문가들 "내년 금리 인상 1차례 그칠 것"

2017-11-30     홍성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통화정책방향설명회에서 금리인상과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행 1.25%에서 1.50%로 0.25%p 인상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홍성완 기자] 한국은행이 6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이뤄져 오면서 한국은행이 이에 발을 맞춰왔다. 그러나 최근 통화정책의 정상화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감지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임박했다는 예측은 어느 정도 이뤄져 왔다.

시장에서는 향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어떻게 조절해 나갈 것인지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여러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내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1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현재와 같은 경기 호조가 이어지면 3차례 까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1년 5개월만에 1.50%로 회귀한 기준금리

한국은행은 3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0.25%p 상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2012년 7월 연 3.0%의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뒤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춰왔다. 

작년 6월 1.50%에서 1.25%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기준금리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1년 5개월만에 1.50%로 회귀했다. 또한 금리인상이 단행된 것은 지난 2011년 6월 이후 6년 5개월만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4차 산업혁명의 진전 속도를 볼 때 당분간 반도체 열기의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정부 정책에 힘입어 소비 회복세도 진전된다면 내년에도 3% 내외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국내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부진했던 내수도 어느 정도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3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수출을 중심으로 1.4%를 기록하면서 올해 연 3.0% 성장이 확실시 되는 만큼 금리를 올려될 될 만한 충분한 경제 여건이 형성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과의 사드 갈등 봉합으로 인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영향도 있다고 보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금통위를 앞두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 달 15일부터 20일까지 이뤄진 금융투자협회의 채권시장 지표 조사에서 채권 전문가의 82%가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채권 전문가들을 위축된 소비 심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이유에 대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한 것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점 등이 꼽혔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 차기 의장 지명자인 제롬 파월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연말 역전금리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등도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14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도 금리를 인상하도록 하는 압박 요인으로 분석된다.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인해 시중에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자금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고, 이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빚이 지난 9월말 기준 1419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새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 정책을 잇따라 내놓음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점도 한국은행으로써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향후 금리인상 속도에 쏠리는 ‘눈’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인상 속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리인상 속도는 완만하게 이뤄지겠으나, 어쨌든 향후 금리는 지속적으로 오를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자산보유 축소 등을 통해 본격적인 긴축통화정책에 들어갔고,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도 통화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현재 1.00~1.25%인 미국의 기준금리가 내년에도 2~3차례 정도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이에 발맞춰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주열 총재는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곧바로 우리나라의 금리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고, 그것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금리인상 속도에 대해 “성장률과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신중하게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통화완화를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국내 경기와 물가 외에도 국제 경기 여건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을 내년 기준금리 인상이 적게는 1차례, 많게는 3차례까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경기 회복세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경우 상반기 인상이 이뤄지겠지만, 올해와 달리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면 하반기에나 한 차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1분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 서향미 연구원은 이주열 총재가 예상보다 완화적인 발언을 보여줬다면서도,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서 연구원은 “향후 금리인상 시점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높은 것이 분명하나, 현재의 펀더멘털 여건 및 개선세 등을 감안하면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지정학적 리스크만 아니라면 내년 1분기까지 국내외 펀더멘털 여건 및 수급 환경 등을 금통위의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이번 금리인상을 정부 정책과 맞물려 가계부채 증가에 경고를 주는 차원에 그친 결승점(단발성 혹은 다음 인상까지의 시차가 긴 결정)으로 해석하기보다는, 펀더멘털에 걸맞는 수준으로의 조정이 진행되는 출발선(기조적 금리인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 대부분 증권전문가 “내년 금리인상 1차례 그칠 것”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 전문가들은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1차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투자증권의 김지만 연구원은 이주열 총재의 발언 중 “불확실성이 높아 신중하게 갈 수 밖에 없다”와 “완화정도 축소로 방향을 잡았지만 고려요인이 많다”고 언급한 점에 초점을 맞췄다.

김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이끄는 ‘소득주도 성장’이 내수경기 개선과 근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대부분 가정하지만, 높은 가계부채 상황에서의 금리인상 여파가 미칠 부정적 영향까지 고려하면 불확실성도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들을 근거로 두 번째 금리인상까지의 시차는 과거보다 클 것이라는 게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따라서 내년 7월에나 추가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SK증권 윤여상 연구원도 내년 기준금리 인상은 1차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추가 인상에 대한 신호(signal)가 강할지 여부가 중요했으나 ‘신중’이라는 단어를 통해 여유는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였으나, 비둘기파로 알려진 조동철 위원의 동결 소수의견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정상화의 출발선’에서 의심을 넓힐 정도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기와 물가를 잘 감안해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춘 한은의 추가인상은 2018년 상반기에 있을 것”이라면서도, “관건은 현재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2~3차례의 정상화 경로를 넘어설 정도의 기조적인 금리인상 시그널은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통화정책방향문구에 삽입될 정도로 여전히 금통위는 ‘신중(serious)’할 것”이라며 “ 때문에 우리는 부동산이 비수기인데다 물가가 올라오기 전인 1분기 금리인상은 없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KB증권의 김상훈 연구원은 앞서 밝힌 연구원들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으면서, 내년 하반기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금리인상 및 1월부터 시행되는 정부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 확인, 경기 및 물가 상승의 기조적 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1~2분기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돼 2018년 1분기 금리는 동결될 전망”이라며 “시기적으로는 2018년 2분기가 추가 인상 시점으로 고려될 수 있겠으나, 신임 총재 취임 후 당장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돼 연간 전망에서의 3분기 인상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도 내년 3분기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에 나타난 통화정책 스탠스는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추가 금리인상 시점은 성장과 물가의 경로, 그리고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의 전개 상황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다음 금리인상 시점을 내년 3분기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