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이제 ‘미국 잡는다’… 효능·데이터로 완전 무장
감성 넘어 과학으로… 美 시장 정조준
[뉴시안= 신선경 기자]K-뷰티가 거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올해 3분기 국내 화장품 수출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특히 미국이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단순한 수출 증가가 아니라, K-뷰티 산업 전체가 중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85억 달러(전년 대비 +15.4%)로 보건산업 분야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미국 수출이 18.1% 증가한 16억7000만 달러로 1위를 차지한 반면, 오랜 기간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은 11.5%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K-뷰티가 한중 관계 변화, 중국 내 로컬 브랜드 성장 등 외부 변수로 인한 리스크를 벗어나기 위해 수출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절실해졌음을 보여준다.
미국 시장의 확대는 이러한 구조 변화의 핵심적인 돌파구가 되고 있다.
# 미국 시장이 갖는 잠재력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뷰티 시장이자, 세포라·울타 뷰티 등 글로벌 뷰티 전문 유통사들이 이미 강력한 입지를 구축한 트렌드 발원지다.
K-뷰티는 그동안 혁신적인 성분 조합, 합리적 가격, SNS 친화적 패키징을 통해 Z세대 소비자의 취향을 정확히 겨냥해 왔다. 이러한 경쟁력이 미국 소비자의 취향 변화와 맞물리며 K-뷰티 특유의 효능 중심 제품들이 폭발적 반응을 이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누아 TXA 세럼은 미국 래퍼 카디비의 SNS 언급 단 하루 만에 조회수 1000만 회를 돌파하며 판매가 급증했고, 메디큐브는 울타 뷰티 입점 후 온라인 스킨케어 랭킹 1위를 차지하는 등 현지 시장에서의 확실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지난 10월 판매량 집계 결과 초도 판매 시작 이후 3개월 만에 월 판매량이 약 30% 증가했다. PDRN과 콜라겐 라인 등이 다양한 제품이 고른 관심을 받은 가운데, ‘제로모공패드’는 10만 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인기를 이어갔다. 특히 최근 미국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의 구매 인증으로 화제를 모았다.
CJ올리브영은 내년 5월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미국 1호점을 열 계획이다. 이는 단일 유통사의 해외 진출을 넘어, K-뷰티 브랜드들이 집단으로 미국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첫 ‘전략 플랫폼’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리브영은 현지 MZ세대 소비자를 먼저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패서디나는 LA에서 북동쪽으로 약 18km 거리에 있는 소도시로,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 등 유수의 연구기관이 소재해 고소득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또한, 미국 진출 초기 단계부터 현지 소비자의 관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필드 등에 매장을 순차 개점할 계획이다.
미국 매장은 올리브영의 MD 큐레이션 역량과 매장 운영 노하우를 집약한 ‘K-뷰티 쇼케이스’로 조성된다. 한국 올리브영 매장과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이용한 북미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큐레이션하고, K뷰티 정보를 재미있게 습득하고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400여개 K뷰티 브랜드를 비롯해 글로벌 브랜드와도 협의 중이며, 향후 다양한 뷰티·웰니스 카테고리 상품을 폭넓게 추가 입점시킬 예정이다.
# SNS 바이럴과 ‘효능 중심’ 트렌드가 만든 기회
미국 Z세대 소비자는 신뢰 기반 소비를 선호하며, 실제 리뷰·SNS에서의 솔직한 이야기와 효과를 중시한다.
이는 성분 중심 제품, 피부 고민에 대한 명확한 솔루션, 빠른 체감 효과를 내세운 K-뷰티가 가장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카디비의 아누아 언급 사례처럼 SNS 바이럴은 현지 소비자에게 큰 파급력을 지니며, 에이피알·아누아 등 다수의 브랜드가 SNS에서 온라인몰 그리고 오프라인 확대라는 미국 시장의 선순환 구조에 성공적으로 편승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뷰티의 미국행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전략적 숙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