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날개 달았다...국회 ‘석화 지원법’ 통과
- 롯데·HD현대 NCC 설비 통합 추진...구조조정 속도전 본격화 - 공정거래법 특례로 기업 간 공동행위 허용…정부, 맞춤형 지원 약속 - 전력·원료 비용 부담은 여전히 과제…업계 “법안만으론 생존 힘들다”
[뉴시안= 이태영 기자]국회가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위기에 직면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살리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특별법안은 주 의원 발의안과 산자위 여야 간사가 발의한 법안을 병합해 심사한 결과,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법안은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등 기존 규제에 특례를 두도록 규정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석유화학산업 발전을 위한 종합 시책을 수립하고, 사업 재편·고부가 전환 기업에 세제 지원, 손비 처리, 자산 재평가, 과세 이연 등 재정·금융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인허가 절차를 통합·간소화하고, 환경 기준 초과에 대한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등 사업 재편 속도를 높이도록 했다.
특히 기업결합 신고 심사기간을 기존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하고, 설비 가동률 조정, 생산량 감축, 출하 시기 조정, 기반시설 공동 활용, 에너지·원료 공동 구매, 공동 R&D 등 공동행위도 공정거래위원회 동의를 거쳐 허용하도록 해, 기업 간 구조조정 유연성을 확보했다. 이미 추진 중인 기업에도 소급 적용해 2025년 1월 1일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주철현 의원은 “석유화학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발의한 특별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해 보람을 느낀다”며 “남은 법사위와 본회의 절차도 신속히 마쳐 경쟁력 회복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 통과로 철강·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국회의 입법 지원 속도도 빨라졌다. 앞서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 기술 전환을 위한 ‘K스틸법’과 함께 ‘석화 지원법’을 의결했다. K스틸법은 저탄소·녹색철강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석화 지원법은 업계 구조조정과 탄소중립 대응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석화업계는 특히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 금지 규정의 특례를 환영하고 있다. 납사분해설비(NCC)를 보유한 10개 기업이 담합 규제 때문에 생산 조정이나 공동 설비 효율화 논의가 어려웠지만, 이번 법안으로 자유로운 소통과 협의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력·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 대책이 법안에서 빠진 점을 한계로 지적한다. 한 제강사 관계자는 “올해 공장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는데 전기료는 오히려 올랐다”며 “법안만으로는 생존에 직접적인 도움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고율 관세 부담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어 정부 차원의 후속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 통과를 계기로 업계의 구조조정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대산산단 내 NCC 설비를 통폐합하는 사업재편안을 조만간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며, LG화학·GS칼텍스(여수산단)와 울산산단 3사(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도 설비 통합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 속에서 대규모 설비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정부 지원과 맞물려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에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고부가가치·친환경 화학 소재로의 전환을 촉진해 산업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