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전쟁’ 선포했지만…올해 사고사망자 더 늘었다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집중…추락·충돌 등 후진국형 사고 반복

2025-11-25     이태영 기자

[뉴시안= 이태영 기자]정부가 올해 초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도 높은 대책을 약속했지만,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전관리 역량이 취약한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집중되며 현행 처벌 중심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잠정)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사고사망자는 457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명(3.2%) 늘었다. 사고 건수 역시 440건으로 29건(7.1%) 증가했다.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지난 8월 26일  열린 공공기관 안전관리 강화 방안 노정교섭 요구 기자회견에서 강철(왼쪽 세 번째) 철도노조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산재 사망 사고 노동자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 건설업 최다 사망…도·소매·농림어업 등 기타업종 급증

업종별로는 건설업 사망자가 21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년 대비 7명 증가했다. 제조업은 119명으로 15명 줄었으나, 도·소매업과 농림어업 등 영세 사업장이 포함된 ‘기타 업종’ 사망자는 128명으로 무려 22명 늘어 증가세를 이끌었다.

건설업에서는 기장 화재사고(6명),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4명) 등 대형 참사가 이어졌고, 5억 원 미만 소규모 현장에서도 사망자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 5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 27명 증가…“영세할수록 위험 커져”

기업 규모별 양극화도 뚜렷했다.

50인(50억 원) 이상 사업장 사망자는 182명으로 전년보다 12명 줄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26명 늘어난 275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5인(5억 원) 미만 사업장 사망자는 무려 27명 증가해 영세 사업장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사고 유형별로는 ‘떨어짐(추락)’이 19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년 대비 36명 늘었다. 이어 △물체에 맞음 56명 △부딪힘 45명 △끼임 37명 △깔림·뒤집힘 30명 등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기초 안전조치 미비로 발생하는 이른바 ‘후진국형 사고’들이다.

# 정부 “엄중히 인식…연말까지 집중 점검”

올해 6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산재와의 전쟁’을 선언했음에도 사망자가 증가하자 정부는 "현 상황을 매우 엄중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10월 말부터 연말까지 ‘집중점검주간’을 운영해 소규모 건설현장, 도·소매업 등 기타 업종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추락사고가 많은 △지붕 공사 △1억 미만 소규모 건설현장 △벌목 작업 등 분야별 특화 감독도 시행 중이다.

기타 업종의 경우 건물종합관리업·위생서비스업 등 관련 협·단체와 간담회를 열어 안전보건규칙 준수를 요청하고, 정부 재정지원 제도를 안내하는 등 예방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지방노동관서와 지자체 간 합동 점검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 보호에 행정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 처벌 중심 정책의 한계…“영세 사업장 맞춤형 지원 절실”

전문가들은 영세 사업장의 안전관리 능력 부족을 고려할 때 처벌 강화만으로는 사고 감소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안전장비 구매 지원, 전문인력 파견, 위험 공정 자동화 등 실질적 지원 확대 없이는 사고 감소가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기초 안전조치만 이행돼도 상당수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며 “정책이 위험도가 높은 소규모 사업장의 현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사망사고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의 산재 감축 정책 실효성에 대한 평가가 더 엄격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