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퀵커머스 전쟁’ 본격화… 속도에서 ‘경험 중심 경쟁’으로
[뉴시안= 신선경 기자]국내 유통업계가 퀵커머스(즉시 배송)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비대면 소비 확산과 ‘빨리빨리’ 문화가 결합하며 빠른 배송이 핵심 구매 요인으로 부상한 가운데, 대형마트·편의점·배달앱 등 다양한 업체들이 신규 입점과 제휴 확대를 통해 시장 영향력 키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 14배 이상 성장한 퀵커머스… ‘빠른 배송’은 기본 조건
퀵커머스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소비자의 일상적 구매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3500억 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는 내년 약 5조 원까지 확대될 전망으로, 5년 만에 14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빠른 배송은 선택이 아닌 기본 제공 서비스”라며 “신선식품과 생필품 중심의 반복 구매가 늘며 시장이 안정기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은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 3사와 모두 제휴한 첫 유통기업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의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GS리테일은 3분기 매출 3조 2054억 원, 영업이익 111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3%, 31.6% 성장했다. 퀵커머스 매출 성장률은 2023년 85%, 지난해 87.2%, 올해 1~10월 62.4%로 꾸준히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GS25와 GS더프레시를 배송 거점으로 삼은 전략이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도 최근 쿠팡이츠 장보기 카테고리에 입점하며 퀵커머스 공세에 불을 지폈다.
서울 1000개 매장에서 시작해 12월 초 전국 6000여 점포로 확대할 예정이다.
CU는 업계 최초로 2019년부터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며 온라인 고객 기반을 넓혀 왔다. 그 결과 전년 대비 배달 매출은 2023년 98.6%, 2024년 142.8%, 올해(1~11월) 49.8%로 가파르게 증가했으며, 픽업 매출 역시 같은 기간 각각 101.4%, 67.3%, 48.5% 성장했다.
편의점 전 상품을 배달 플랫폼에 등록하는 O4O 전략과 즉석조리·원두커피 등 배달 특화 상품 개발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SSG닷컴은 이마트와 연계한 퀵커머스 서비스 ‘바로퀵’을 통해 신선식품 중심의 고객층을 공략 중이다.
1시간 내외 배송이 가능한 바로퀵은 약 9000종의 상품을 제공하며, 신선식품 구매 비중이 특히 높다.
SSG닷컴에 따르면 이달 1~17일 바로퀵 주문 중 신선식품 비중은 59%로, 9월의 54% 대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선식품 건당 구매금액도 약 10% 증가했다.
바로퀵 운영 점포는 9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48곳으로 확대됐으며, 연내 6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 배송 품질이 곧 ‘매출’
퀵커머스는 단순한 배송 서비스가 아니라 유통 채널 자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과거 이커머스가 가격과 상품 다양성에서 경쟁했다면, 퀵커머스는 속도·접근성·신선도·편의성이 구매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오프라인 업체들은 전국 점포망을 물류 거점으로 삼아 즉시 배송과 상품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며 기존 이커머스와 차별화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퀵커머스는 신선식품과 생필품 같은 반복 구매 품목을 기반으로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며 “오프라인 점포망과 플랫폼 제휴가 결합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퀵커머스 시장은 속도 중심의 초기 경쟁을 지나 상품 다양성·신선식품 품질·플랫폼 협업·개인화 추천 등 ‘경험 경쟁’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역 기반 맞춤 물류 ▲배달 전문 상품 개발 ▲AI 수요 예측 ▲배송비 절감 경쟁 등이 본격화되며 유통업계 전반이 더욱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