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2020-2021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흥국생명 김연경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2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2020-2021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흥국생명 김연경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정규리그 1위 GS 칼텍스가 플레이오프에서 IBK 기업은행을 3차전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올라온 흥국생명에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을 모두 이기고 우승을 눈앞에 두게 됐다. 만약 1승만 더 올리면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트레블(KOVO컵 대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모두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흥국생명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체력 문제다. 앞서 IBK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 3차전(11세트)을 치렀고, 챔피언결정전 1, 2차전까지 최근 10여 일 동안 5경기(17세트)를 치렀다.

반면에 GS 칼텍스는 3월 16일 KGC인삼공사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 이후 9일 동안을 푹 쉬었고,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  모두 3대0으로  때문에 체력적으로 매우 우세하다.

◆ 흥국생명, 악재 잇따라

흥국생명은 시즌 전까지만 하더라도 겹경사에 좋은 일만 가득했다.

이재영 선수의 쌍둥이 동생 이다영 세터를 현대 건설에서 데려오면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이다영 선수 영입은 예고편에 지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거포 김연경 선수까지 가세했기 때문이었다.

김연경 선수의 영입이 확정되면서 흥국생명의 팀 이름 앞에는 ‘어우흥’이라는 말이 붙기 시작했다. 어후응이란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을 뜻한다.

정규리그 1, 2라운드를 치를 때까지 흥국생명은 ‘어우흥’을 입증하듯이 연승가도를 달리면 1위를 독주했다.

그러나 3라운드 초반 외국 선수 프레스코 루시아가 부상을 당해 삼각편대(김연경, 이재영, 루시나)의 날개 한쪽이 꺾이면서 3패나 당했다.

그러나 루시아의 부상은 전초전에 지나지 않았다.

이재영, 이다영 쌍포와 김연경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더니 급기야 ‘학교 폭력’이라는 ‘핵폭탄급’ 사건이 터지면서 흥국생명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루시아 대신 들어온 브루나 모라이스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2주간 격리에 들어갔다. 격리 이후 경기에 투입됐으나 기량이 떨어져 “한국에 배구 연수 왔다”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김연경 선수의 오른쪽 엄지 부상까지 겹쳤다. 그야말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 됐다.

이같이 흥국생명은 갖가지 좋지 않은 일이 쓰나미처럼 몰려와 김연경 선수의 투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8경기에서 2승(6패)에 그치면서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정규리그 2위 흥국생명은 3위 IBK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에서 3게임을 치르면서 체력이 바닥났다.

◆ GS칼텍스 삼각편대와 단단한 팀워크

GS칼텍스 팀은 부상 선수들 때문에 출발이 불안했다.

지난해 11월 6일 삼각편대 가운데 한쪽 날개인 강소휘가 복근과 허벅지 통증으로 잠시 전력에서 빠졌었고(1라운드 2승 3패), 베테랑 한수지, 권민지 그리고 새내기 김지원까지 부상을 당해 팀 전력에서 이탈했었다.

부상 선수가 잇따라 나왔지만, GS칼텍스는 팀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안혜지 세터의 안정된 토스로 7할(20승 10패)에 가까운 승률을 올렸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와서는 맏언니 한수지 센터가 발목 수술 후유증을 극복하고 경기에 출전하면서 투혼을 불태우고 있다.

한수지 선수는 세터로 뛸 때는 국내 최장신 세터(1m 82cm)였지만 센터로 활약하면서 높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재치 있는 플레이로 커버하고 있다.

지난 2월 5일 김유리 선수의 ‘눈물 인터뷰’로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시 GS칼텍스는 흥국생명과의 원정 경기에서 3대0으로 이겼다. 그 경기에서 김유리 선수는 속공으로만 8득점을 올리면서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게 됐다. 인터뷰 당시 김 선수가 눈물을 흘리며 감격의 소감을 전하자 동료선수 모두 다 같이 무릎을 꿇고 모여 앉아 성원을 보내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GS칼텍스는 2월 28일 흥국생명과의 마지막 6라운드에서 3 대 1로 이겨 두 팀 맞대결 성적 3승 3패를 이루면서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이후 흥국생명이 KGC인삼공사에 패하는 것을 숙소에서 TV로 보면서 우승을 확인했다. 2008-2009시즌 이후 처음 맛본 ‘정규리그 우승’이었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난해 사망한 전 뉴욕 양키즈 요기 베라 포수의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비단 야구뿐 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해당되는 명언이다.

김연경 선수는 2차전 시작 전, 오른쪽 손가락에 감은 붕대에 “끝까지 간다”고 썼지만, 2차전에서 허무하게 패했다.

2연패를 당한 흥국생명에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연경 선수가 부상을 딛고 부루나 모라이스가 IBK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처럼 김연경과 쌍포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또 삼각편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김미연 선수가 좀 더 분발해주면 역전승 가능성이 전혀 없지만은 않다.

반대로 GS칼텍스 선수들이 스포츠에서 암적인 존재인 ‘방심’이라는 병에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GS칼텍스의 키 2m 6cm의 메레타 러츠(1차전 24득점, 2차전 17점), 강소휘(1차전 11점, 2차전 18점), 이소영(1차전 14점, 2차전 16점)으로 이뤄지는 삼각편대는 너무나 막강하다. 안혜지 세터의 삼각편대 활용법도 무르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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