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파운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사진=뉴시스/AP)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 지난 2020년 2월 26일,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의 최고참 캐나다의 딕 파운드 IOC 위원(79)이 도쿄올림픽 연기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를 AP, AFP 및 신화통신 등 언론의 보도 이후 도쿄올림픽 연기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발언 일주일 만인 3월 4일, 당시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2020년 7월 24일) 개막되도록 준비를 하겠다”며 파운드 위원의 발언을 일축했다.

다시 일주일이 지난 3월 11일, 다카하시 하류유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은 “도쿄올림픽을 1~2년 연기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옵션이라며 일본의 올림픽 관계자로는 처음으로 ‘도쿄올림픽 연기’ 발언을 했다.

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텅 비어있는 경기장보다는 연기가 좋을 것”이라며 올림픽 연기를 촉구하자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3월 18일, 일본의 아소 다로 부총리마저 “올림픽은 40년마다 문제가 생겼다. 저주받은 올림픽”이라면서 자조적인 발언을 했고, 3월 22일 앙드레 지로 프랑스 육상연맹 회장은 “IOC는 (도쿄올림픽을) 내년으로 연기 방안 고려해야” 한다며 올림픽 연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결국 딕 파운드의 최초 발언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3월 24일, 아베 총리는 도쿄 올림픽 1년 연기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오는 2020년 7월 24일 개막을 예정에 뒀던 도쿄올림픽은 2021년 7월 23일 개막으로 1년 연기가 확정되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연기된 일정마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개막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캐나다의 딕 파운드 IOC 위원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19일 일본 지지통신과의 온라인 형식 인터뷰에서 "일본에 오는 사람과 스폰서, TV, 라디오국 등의 일을 생각하면 6월 말까지는 개최인지 중지(취소)인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택지는 두 개다. 개최냐, 중지냐"라고 재연기 가능성 대해 선을 그었다.  

도쿄올림픽 연기를 결정하던 1년 전,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만1000여명 수준에서 지금은 54만명으로 50배가량 폭증했다. 일일 확진자 수도 당시 300명대에 그쳤던 것에 반해 지금은 5000명대로 15배 이상 뛰었는데도 재연기라는 선택지는 없다고 못을 박은 셈이다. 

도쿄올림픽 취소 시 일본,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및 IOC의 엄청난 경제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불과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영향을 받아 IOC의 존재 가치가 크게 흔들릴 것을 고려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올림픽 연기·취소 권한은 IOC가 갖고 있어

동계·하계올림픽 모두 행사 취소의 권한은 올림픽 개최국이 아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있다. 우리가 올림픽 주최국(또는 도시)이라고 하지 않고, 올림픽 개최국(도시)이라고 하는 이유는 올림픽의 주최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즉 IOC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최국은 전쟁이나 시민 소요 사태 같은 경우가 아니고선 자체적인 철회가 불가능하다. IOC는 참가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거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 이를 결정한다.

만약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 참가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거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 자체적으로 올림픽을 취소한다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피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IOC와 일본이 공동으로 대회를 취소하면,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지어진 직접 관련 시설(경기장, MPC 센터 등)은 막대한 액수의 보험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관광객 수용을 위한 호텔 보수, 도로·비행장·항만 등 간접 시설에 대한 투자는 포함되지 않아 주최국은 천문학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올림픽을 개최하지 못해서 생기는 자국민들의 상실감 등의 피해도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일본 내 정치상황도 올림픽 취소 결정에 한몫해

일본 정부는 지난 21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주재한 코로나19대책회의에서 오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오키나와현에 긴급 사태를 발령했다. 긴급사태 발령지역이 10개로 늘어난 셈이다. 

또한 기존 긴급사태 발령 지역인 도쿄도(東京都)와 오사카부(大阪府) 등 9개 광역지자체의 발령 시한(5월 31일)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의 정치 일정은 여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자민당 총재는 9월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10월에는 중의원의 임기도 끝이 난다. 예정대로 올림픽을 개최할 경우 해당 일정은 9월 5일 패럴림픽 폐막으로 마무리된다. 큰 이슈를 연달아 앞둔 셈이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 직후 국회를 해산하고 재선거를 치러서 연임을 해야 한다. 오는 25일 참의원 보궐선거가 히로시마·나가노·홋카이도에서 있을 예정인데, 여론조사는 모두 야당이 앞서고 있다. 역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그로서는 도쿄 올림픽 성공적인 개최만큼 좋은 것도 없는 상황이다. 

키워드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