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더블헤더 2차전 경기, 1회초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

“어린이에게는 꿈을, 젊은이에게 정열을, 온 국민에게 건강한 여가선용을.”

1982년 프로야구 출범당시 슬로건이다. 지난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KBO)가 어느덧 4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숱하게 많은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울고 웃었고, 관중들과 시청자들이 그들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200승 이상을 올린 투수와 400홈런을 넘긴 타자, 메이저리그에서도 드문 40(홈런)-40(도루)을 달성한 선수, 심지어 30승을 올린 투수도 있었다. 또한 세계신기록인 9경기 연속홈런의 자랑스러운 기록도 나왔다.

KBO리그에서 쌓은 실력을 바탕으로 지구촌 최고의 야구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선수,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다가 KBO리그로 컴백한 선수도 생겨났다. 

초창기 선수들은 일반 직장인의 10년 치 연봉 2400만원이 최고였지만, 지금은 150억원(4년 동안)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도 나올 정도로 파이가 커졌다.

프로팀은 6팀에서 10팀으로 늘었고, 1998년 이후 외국 선수들도 합류해 프로야구의 ‘양과 질’이 매우 높아졌다. 명실상부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 40주년을 맞아 매주 수요일, 재미있고 의미 있는 40개의 스토리로 찾아뵐 예정이다. [편집자주]

 

부처님 오신 날, 팔공산 갓 바위 누른 박동원 불심

올 시즌 모든 프로야구 투수를 통틀어 '가장 잘나가는' 선수로는 삼성 라이온즈의 원태인 선수가 꼽힌다. 그런데 지난 19일 부처님 오신 날,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박동원 선수에게 3연타석 홈런을 얻어맞으며 참혹하게(7자책점) 무너졌다. 5와3분의2이닝을 던지며 10안타를 얻어맞았는데 이중 피눈물을 나게 한 피홈런이 3개나 됐다.

원태인은 키움 히어로즈 전까지 6승1패로 다승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방어율도 1점으로 역시 1위였다. 그리고 피홈런은 '제로'였다. 그러나 박동원에게 3연타석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2패(6승)를 기록했고, 방어율도 6위(2.13)로 떨어졌으며 피 홈런 숫자도 무(無)에서 3으로 늘어났다.

원태인에게 홈런을 3개나 빼앗으면서 천적으로 떠오른 박동원이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자신이 불교신자라는 것을 밝혔다. 박동원은 “제 종교가 불교인데, 오늘(19일) 부처님이 진짜 오신 것 같습니다. 정말 좋은 투수에게 홈런 쳐서 기분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원태인 선수의 부친인 원민구 씨는 고등학교 투수 시절부터 선발 등판하기 전날 밤 12시경,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 부상 없이 좋은 투구를 해 줄 것을 기원하며 절을 해 오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원태인이 던진 공은 108개 였다. '불교의 위력'을 느끼게 된 원 부자, 이젠 갓바위가 아니라 팔공산 동화사를 찾지 않을까.

최동원-선동열-박철순, 대투수들의 억울한 경기

1986년 7월 13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청보 핀토스 전. 롯데 자이언츠 고 최동원 투수는 8회 원아웃을 잡을 때 까지 퍼펙트 행진을 했다. 그러다가 8회 원 아웃 이후에 청보 핀토스 김동기 선수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최동원은 9회까지 1안타 완봉 게임을 했다. 그러나 롯데 타선도 청보의 재일동포 김신부 투수에게 3안타 완봉을 당하고 있었다.

연장 10회 초, 최동원은 청보의 강타자들 정구선, 정구왕에게 연속 안타를 얻어맞았다. 결국 퍼펙트 게임을 망친 김동기에게 적시타, 김바위에게 희생 플라이로 2점을 내 주고 0대2, 패전투수가 됐다.

그날 경기가 끝난 후 롯데 팀의 주장이었던 故 유두열 선수는 “(투수를 도와주지 못한) 내 주제에 어떻게 밥이 입에 넘어가느냐”며 저녁을 굶기도 했다.

 하루살이에 격추당한 무등산 폭격기

1988년 7월 27일 광주에서 벌어진 해태 타이거즈 대 태평양 돌핀스 전. 해태 선발 선동열은 7회 초까지 태평양 타선을 꽁꽁 묶으며 무려 12개의 삼진을 빼앗고 있었다. 팀 타선 덕분에 3대0으로 리드하고 있어서, 승리투수는 물론 한 경기 탈삼진 신기록(최동원 16개)와 함께 개인 최다 완봉 승(14개)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동열은 느긋하게 7회말 해태 선수들의 공격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7회에 2점을 더 내서 스코어는 5대0, 이제 선동열이 ‘급성치매’에 걸리지 않는 한 승리투수는 말할 것도 없고 완봉승과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도 경신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8회 초 잘 던지던 선동열 대신 엉뚱하게 김대현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아닌가?

선동열은 7회 초 태평양 돌핀스 타자들을 상대 하던 도중, 하루살이가 눈 속으로 들어갔고, 손으로 비비다 보니 눈앞이 침침해 져, 자진 강판하게 된 것이었다.

‘무등산 폭격기’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의 선동열이 하루살이에 격추된 셈이다.

 박철순의 허무했던 23연승 실패

프로야구 최초의 스타 박철순(OB 베어스)은 1982년 9월22일을 잊을 수 가 없다. 당시 박철순은 22연승의 세계최고의 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억울하게 23연승이 좌절 되었다.

잠실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홈팀으로 당시 대전 연고의 OB 베어스 팀을 맞아 더블헤더를 벌이고 있었다. 더블헤더 제1경기에서 0대3으로 밀리던 OB가 8회와 9회 초 공격에 3점을 만회해 3대3 동점이 되었다.

이제 롯데 9회말 공격, 1사1루가 되자 김영덕 감독은 더블헤더 제2 경기 선발투수로 예정되어 있었던 ‘전가의 보도’ 박철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어차피 원정 더블헤더를 1승1패로 가져가려고 했었는데 박철순을 올려 먼저 1승을 챙기면 2차전은 져도 상관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철순은 김영덕 감독의 믿음대로 타자에게 공을 던지기 전에 1루 주자(권두조)를 견제 아웃 시켜 2사에 주자가 없어졌고, 편안하게 9회말을 막았다.

문제는 OB 베어스 팀이 연장 10회초 공격에 점수를 내지 못하면서 생겼다. 10회 말, 박철순은 박용성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김용희에게 깊숙한 센터 플라이를 허용해 1사2루 위기에 몰렸다. 뒤이어 나온 김용철에게 3유간을 빠지는 결승타를 얻어맞아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만약 박철순이 정상적으로 더블헤더 2차전에 마운드에 올랐다면 30연승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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