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파운드(사진=뉴시스)
딕 파운드(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딕 파운드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의 폭탄 발언이 일파만파다.

딕 파운드 위원은 지난 23일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반대해도 그건 개인 의견일 뿐 도쿄올림픽은 열릴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술 더 떠서 ‘아마겟돈’, 즉 “지구가 종말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면 도쿄올림픽은 그대로 열릴 것이다”라고도 했다.

딕 파운드 위원의 IOC 내에서의 위상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못지않기 때문에 그의 이번 발언이 고위층과의 교감을 통해 계산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유력하다.

그렇다면 딕 파운드는 왜 폭탄 발언을 했을까? 나름 올림픽을 살리기 위한 충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96년 1회 아테네 올림픽 이후 올림픽은 전쟁·테러·정치(이념)·약물·질병 등의 도전을 받아 왔다. 이제까지 올림픽은 전쟁(1차 세계대전으로 1916년 베를린 올림픽, 2차 세계대전으로 1940년 도쿄, 1944년 헬싱키 올림픽 중단)으로 세 차례만 열리지 못했을 뿐이다.

1972년 ‘검은 9월단’ 사건으로 잘 알려진 테러로 뮌헨 올림픽 도중에, 이스라엘 선수단 11명, 아랍 게릴라 5명 그리고 서독 경찰 1명 등 16명이 사망해 올림픽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당시 에이버리 브런디지 IOC 위원장이 “올림픽이 상업주의와 정치적 압력, 그리고 이제 범죄단체의 횡포까지 받게 되었지만 그럴수록 올림픽 경기의 중요성은 강조되어야 한다”면서 대회 강행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24시간 동안 중단되었던 (뮌헨) 올림픽은 속개됐다.  

IOC에서는 브런디지의 결단으로 올림픽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테러에 굴복해 올림픽을 중단 했었다면, 그 이후의 올림픽은 갖가지 도전을 받았을 것으로 본 것이다.

정치적 이념으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미국 한국 일본 등 다수 불참)과 1984년 미국 올림픽(구소련 등 동유럽 불참)이 반쪽올림픽이었지만 중단되지는 않았었고, 올림픽은 질병(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지카 바이러스)도 극복했었다.

딕 파운드는 코로나19라는 약물 때문에 올림픽이 열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올림픽의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결국 IOC의 존재감도 약해질 것으로 보았다.

올림픽 중단은 IOC만 할 수 있어

올림픽을 하는 나라를 개최국이라고 하는 것은 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 즉 IOC가 주최하기 때문이다. 딕 파운드의 이번 발언은 개최국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심하게 우려되기 때문에 대통령(수상)이 개최하기로 한 올림픽을 취소하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도쿄올림픽) 반대 여론이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현역 최고참인 캐나다의 딕 파운드(79) IOC 위원은 1978년에 IOC 위원에 선임되어 43년째 활동을 하고 있고, 최고참 위원이다. 이제 임기가 1년 남았다.

1999년 12월 11일 제110차 로잔 IOC 총회 개최일 이전에 선출된 IOC 위원은 임기가 80세까지이기 때문이다.

1999년 이후 선출된 IOC 위원은 만 70세가 되는 해가 정년이다. 딕 파운드 위원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올림픽을 취소할 권한은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이 아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IOC는 개최도시와 올림픽 개최에 관한 계약 시 “(올림픽 취소는)전쟁이나 시민소요 사태가 아니라면, IOC가 참가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거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에 한 하기 때문이다.

딕 파운드 위원은 코로나19가 도쿄올림픽 참가자들의 안전에 심각하게 위협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올림픽을 열어도 추가 위험이 없다는 과학적인 증거도 있고, 안전을 생각해서 관중을 받지 않는 무관중으로 개최하면 된다. 전 세계 사람들의 99.5%가 TV나 전자 플랫폼으로 보기 때문에 관중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이 열리면 수많은 올림픽 참가자(선수 관계자 등)들이 몰려들어, 도쿄를 비롯한 일본 전역이 코로나19에 따른 무방비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데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증거가 어디 있다는 것인지. 

코로나19, 위험이 없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어디에 있나

그리고 관중은 스포츠의 본질이자 올림픽을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인데, 무관 중을 주장하는 것은 스포츠의 본질도 무시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세르비아의 노바크 조코비치는 “만약 도쿄올림픽에 관중 입장이 허용되지 않으면 출전을 재검토해 보겠다”고 말했고, 테니스 메이저 대회 23승의 전설을 쌓아가고 있는 미국의 세리나 윌리엄스도 “가족과 함께 (도쿄올림픽) 갈 수 없다면 올림픽 참가를 고려해 봐야겠다”고 말하고 있다.

딕 파운드 위원은 지난해 2월 26일 도쿄올림픽 연기를 가장 먼저 주장을 했었고, 그의 (올림픽 연기) 주장이 있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3월 24일, 당시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은 2020년 7월24일에서 364일 연기된 2021년 7월 23일로 연기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딕 파운드의 이번 발언은 올림픽 정신 “올림픽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에 있다.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에도 맞지 않는다.

국제평화 증진은 전쟁뿐 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무서운 질병으로부터도 안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딕 파운드의 이번 폭탄 발언은 올림픽의 평화 정신, 일본인들의 건강, 올림피언들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올림픽을 열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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