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있는 장모 중사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공군 여군 부사관 이모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드러난 사건의 전말이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공군의 해당 부대가 사건의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추악한 군대의 민낯에 비난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검찰단은 피의자 장모 중사를 구속했으나 공군 초동수사와 지휘감독 과정에서 부실 정황이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공군참모총장 책임론을 넘어 국방부장관에 대한 경질요구까지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국방부는 신속한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지난 1일 공군에서 사건을 넘겨받고 곧바로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국방부 검찰단은 공군 초동수사와 관계없이 사건을 원점에서부터 제대로 수사할 방침이다.

비난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놀란 군 당국은 3일 부랴부랴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에 대해 군검찰과 군사경찰, 국방부가 참여하는 사실상 합동수사단을 구성해 수사를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군 당국은 군 수사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민간검찰과 유사하게 민간인이 참여하는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군검찰 차원에서 수사심의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군 당국의 각오처럼 정확하고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수사단은 피해자를 상대로 회유와 협박·은폐 등에 가담한 정황이 있는 부대 관계자들도 소환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 수사와 관련해 가해자는 물론이고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인 은폐·회유·협박에 가담한 정황이 있는 군인들을 모두 소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를 위해 국방부 감사관실, 국방부검찰단, 국방부조사본부 요원들이 수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 은폐 수사를 위해 수사단은 장 중사의 성추행을 비롯해 20비행단 소속 상관들의 회유와 사건 은폐 시도, 20비행단 군사경찰의 초동 부실 수사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한다. 

이에 따라 대략 6가지 부분에 대해 집중조사해 관련자들을 모두 처벌할 계획인데 ▲피해자가 최초 신고했을 때 비행단장까지 보고됐는지 ▲비행단장이 공군본부에 보고했는지 ▲공군본부 차원의 조처에 문제는 없었는지 ▲피해자가 사건 이후 두 달여 간의 청원휴가를 마치고 옮긴 15특수임무비행단이 피해자 보호에 미흡한 부분이 없었는지 ▲20비행단 군사경찰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최초 보고할 때 단순 사망으로 하면서 성추행 피해 내용을 왜 누락했는지 ▲사건이 발생한 차량 내부의 블랙박스를 압류하지 않은 이유 등을 모두 조사해 여기에 관련된 모든 사건관계자들에 법적 책임을 묻을 것이라는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20비행단과 15비행단 소속 간부와 지휘관 등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구속수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 외에도 군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내부 기강해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여군을 상대로 한 상급자들의 성폭력이 부쩍 늘고 있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군의 기강을 다 잡기 위해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국방부장관을 비롯해 이번 사건의 최종 최고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공개된 공군 내부 문서에는 지난 3개월간 이 중사와 가해자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담겨있었다. 

3일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15비 여군 사망 사건 관련 보고’에 3월 2일 가해자 장모 중사가 회식 후 차량 뒷자리에서 이 중사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5월 31일 군검찰이 가해자 장 중사를 다시 조사하면서 휴대폰을 임의 제출 받았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사건 초기 군사경찰이 수사할 당시에 가해자에 대한 구속 또는 휴대폰 압수수색 등이 이뤄졌다면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은 사전에 방지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자료에서 드러난 내용에 따라 사건을 날짜별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사건 다음날인 3월 3일 성폭력 신고가 이뤄짐 
4일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함
이 중사는 3월4일부터 5월2일까지 청원휴가를 냈음
5일 이 중사에 대한 공군 군사경찰 차원의 피해자 조사가 이뤄짐
(이 중사는 성고충 전문상담관이 동석한 가운데 사건 당일 피해 사실을 진술)
17일 공군 군사경찰은 장 중사를 조사하고 그를 경남 김해에 있는 제5공중기동비행단으로 파견
(조사내용에 따르면 당시 장 중사는 일부 혐의를 부분 인정하면서도 일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
4월 7일 군사경찰은 장 중사를 강제추행 혐의 기소 의견으로 군검찰에 송치했다.
4월 15일 이 중사가 상담관에게 자살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 
(이에 상담관은 이 중사가 외부 상담을 원한다며 서산시 성폭력상담소로 연계해주고 병원 진료를 안내)
4월 19일부터 30일까지 이 중사는 서산시 성폭력상담소에서 6회 상담을 받고 정신과 진료를 받음
4월 20일 제20전투비행단 군검찰은 상담관과 면담 
(군검찰은 이 중사의 상태가 불안정하다며 상태가 호전된 뒤 조사하기로 함)
4월 27일 이 중사는 국선변호사와 통화하고 군검찰 조사 날짜를 5월21일로 정함
4월 30일 서산시 성폭력상담소는 이 중사와의 대면 상담을 종료
(상담소는 이 중사에게 자살 징후가 없고 상태가 호전돼 상담 종결이 가능하다고 판단함)
5월 3일 이 중사는 청원 휴가를 마치고 2주간 자가격리를 시작
5월 14일 공군은 이 중사 요청에 따라 성남 15전투비행단으로 인사이동 명령
5월 17일 이 중사는 국선변호사와 통화해 군 검찰 조사 일정을 5월 21일에서 6월 4일로 늦춤
5월 18일 이 중사는 서산 20전투비행단에서 성남 15전투비행단으로 소속을 옮김
5월 21일 이 중사는 성남에서 혼인신고 후 반가를 내고 20전투비행단이 있는 서산으로 이동
5월 22일 오전 8시께 20전투비행단 영내 관사(남편 거주)에서 이 중사가 사망한 채 남편 김모 중사에게 발견 (남편 김 중사는 21일 야간 근무 후 22일 오전 퇴근하는 길에 이 중사를 발견)
5월 22일과 23일 현장 감식과 사망자 검시가 이뤄짐
5월 24일 이 중사와 함께 근무한 부대 부서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짐
5월 25일 사망자 부검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이뤄짐
5월 31일 20전투비행단 군검찰은 장 중사를 다시 조사
(군검찰은 당초 6월4일 이 중사를 먼저 조사한 뒤 장 중사를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이 중사가 사망함에 따라 조사 일정이 앞당겨졌음)
수사를 이관받은 국방부 검찰단은 6월 2일 장 중사 신병을 확보하고 구속영장을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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