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일본 도쿄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2020 도쿄올림픽·장애인올림픽 홍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지난 4일 일본 시사 주간지아에라에 따르면 일본 정부 산하 코로나19 대책분과회의 오미 시게루 회장이 도쿄올림픽 강행 시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세루회장은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사무국장을 지냈고, 코로나19로 인한 기자회견 때 스가 총리와 함께 단상에 오르곤 했기 때문에 인지도가 매우 높다.

외신 등에 따르면 도쿄올림픽을 후원하는 일부 기업이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에 올림픽 개막을 두 달 정도 연기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이면 백신 접종자도 늘어나고, 올림픽 개최 반대 여론이 줄어드는 동시에 일부 관중을 수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에 앞서 지난 3일 도쿄도 산하 고가네이시(市) 의회가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취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가결했다. 

그러나 일본 내의 반대 여론이 비등해도 일본 정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마치 '치킨 게임' 양상을 보인다. 그들 스스로도 올림픽을 취소나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먼저 의사를 표현할 경우의 폭풍을 예상해 서로 미루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지난주 미국에서 나온 새로운 의견이 마지막 대안으로 꼽힌다.

미국 NBC 스포츠 앵커의 의견

미국 스포츠 캐스터 밥 코스타스는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다른 도시에서 열기보다는 1년 더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나 빅 이벤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이 가장 먼저 만나고 싶어 하는 존경 받는 스포츠 캐스터다. 

지난 2015년에는 메이저리그가 포스트 시즌 경기 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곧 현실화했다. 

만약 밥 코스터 씨의 의견대로 도쿄올림픽이 1년 더 연기되면 베이징동계올림픽과 같은 해(2022년)에 열리게 된다. 코스타스 씨는 “1924년부터 1992년까지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 동일한 연도에 개최됐다, 동·하계올림픽이 2022년 잇달아 치러지는 것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19년까지 미국 NBC를 대표했기에 그의 발언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NBC는 도쿄올림픽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규모가 중계권 구매 등 14억5000만 달러(약 1조6110억 원)에 이른다.

1992년까지 동·하계 올림픽 같은 해에 열려

올림픽은 1896년 1회 아테네올림픽이 열린 이후 동·하계 올림픽 종목이 같이 열렸다(하계 종목에 스케이팅 등 동계종목이 함께 열렸다). 그러다가 1924년 1월24일부터 2월4일까지 파리(샤모니)에서 1회 파리 동계올림픽이 시작되면서 두 올림픽이 분리되어 열리기 시작했다.

그 후 80년대 초부터 IOC 내에서 동·하계 올림픽이 같은 해에 열리면 흥행 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분리하자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고, D-day를 1992년으로 정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하계 올림픽과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을 같은 해에 열고, 하계올림픽은 4년 후인 1996년 애틀랜타에서 열지만, 동계올림픽은 2년 후인 1994년 릴레함메르에서 열면서 동, 하계 올림픽이 2년 주기로 열리게 된 것이다.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 베이징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려왔고, 동계올림픽은 1998년 나고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등으로 2년 주기로 열려오고 있다.

코스타스 씨의 주장대로 2022년 동(베이징), 하(도쿄)계 올림픽이 같은 해에 열리더라도, 다음 올림픽은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탐페 초 동계올림픽은 원래대로 열린다. 

7월 23일 개막, 그대로 밀어붙일 분위기

만약 도쿄올림픽이 1년 더 연기가 되어서 2022년에 열리게 되면 일본(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을 취소하거나 강행을 해서 재정 파탄 지경에 까지 이르거나, ‘코로나 19’의 새로운 진원지로 낙인찍히는 것보다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부담이 훨씬 적을 것이다.

가장 확실한 것은 일본이나 세계의 지금 같은 ‘코로나 19 백신’을 맞는 추세로 볼 때, 1년 후면 거의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회복한 후 올림픽이 원래의 모습 즉 ‘지구촌 최고의 축제’로 승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분위기로 볼 때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IOC가 두 달이나 1년 경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7월 23일 개막을 그대로 밀어붙일 것 같다.

일본은 지난 6일 기준 일일 확진자 2022명, 누적 확진자는 76만3223명이다. 사망자는 1만3596명이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