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덴마크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월드챔피언쉽(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대통령들은 힘이 세다. 막강한 힘을 가진 최고의 권력자임은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는 2차 대전을 일으켜 600여만 명의 유대인과 그 열 배에 이르는 6000여만 명 가량의 군인과 민간인을 사망케 했고, 존 F. 케네디(구소련의 후루시초프)는 쿠바 봉쇄로 3차 세계대전을 막아 수억 명의 생명을 구했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 시대(the Apartheid era)를 ‘용서와 화해’로 풀어냈고, 군부독재의 상징 전두환은 86, 88 때 스포츠 장려정책으로 체육인들로부터는 크게 미움을 받지 않고 있다.

리처드 닉슨과 마오쩌둥은 탁구를 매개로 냉전 관계의 미국과 중국(공)의 관계를 녹여내 인류 평화에 막대한 기여를 했고, 조지 웨아는 축구에서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스포츠인 최초로 라이베리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도 인간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코로나 19’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됐다. 일본의 아베 총리와 김영삼 대통령은 골프를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는 촌극을 벌였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인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사망했다.

스포츠는 그 나라 대통령들의 관심, 그리고 정책 변화에 따라 활성화되거나, 침체되곤 했었다.

지구촌의 현역, 역대 대통령(수상)들은 그동안 어떠한 스포츠 정책을 폈고, 그 나라의 스포츠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아보았다.

<이 연재물은 기자(시간의 물레 간 2013년, 대통령과 스포츠)의 저서를 보강한 것이다>

 

오바마에게 ‘맥주 한 박스 딴’ 스티븐 하퍼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하키 결승전 결과를 놓고 내기를 걸었었다.

미국 팀이 이기면 하퍼 총리가 오바마에게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몰슨 맥주 한 상자를 보내고, 캐나다가 이기면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인 잉링 맥주 한 상자를 보내 주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영웅 시드니 크로스비가 연장전 7분40초 경, 극적인 결승 골을 넣어서 3대2로 미국을 꺾었다.

그 경기는 캐나다에서 무려 166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나왔고, 잠시라도 경기를 본 사람까지 합하면 캐나다 인구의 80%가 그 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는 밴쿠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다른 종목은 몰라도 아이스하키만큼은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결국 캐나다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금메달 이후 8년 만에 통산 8번째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이스하키 세계 최강국임을 다시 입증한 것이다.

캐나다가 숙적 미국을 꺾고 올림픽의 마지막 이벤트를 금메달로 장식하자 승리의 함성이 캐나다 전역으로 메아리쳤다.

밴쿠버뿐 만 아니라 캐나다 모든 도시의 거리가 수많은 인파로 뒤덮였다. 밴쿠버 올림픽 마지막 밤은 열광과 환희로 넘쳐났다.

캐나다는 동계올림픽의 꽃 남자 아이스하키 금메달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다인 금메달 14개를 획득해 금메달 10개에 그친 독일을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그 후 내기에서 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생산되는 잉링 맥주 한 박스와 캐나다산 몰슨 맥주 한 박스를 캐나다 총리 공관으로 보냈다.

스티븐 하퍼 수상은 측근들과 오바마가 보내 준 맥주를 마시며 올림픽 금메달의 감격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오바마가 맥주를 보내라고 지시하면서 얼마나 배가 아팠을까”

“다음에는 자기가 자신 있는 농구 경기에서 내기하자고 할지도 모르니까 그때는 신중하게 대답을 하셔야 해요”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버럭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마음이 잘 통했었다. 나이도 두 사람 모두 50대 초반으로 비슷했다.

2009년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처음 만난 세계 정상도 스티븐 하퍼 총리였다.

하퍼 총리로 볼 때도 미국이 캐나다 수출액의 75%를 차지하고 있고, 오바마는 미군이 해외 파병을 할 때 캐나다군이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 두 사람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폐막식이 펼쳐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대변인들 내기에서도 캐나다의 완승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은 2010년 3월 12일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 룸.

갑자기 기자들의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이 평소의 정장 차림이 아닌 캐나다 아이스하키 대표 팀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기브스 대변인과 캐나다 총리실 드미트리 사우더스 대변인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전과 관련해 내기를 걸었었다.

여자 하키 결승전에서도 캐나다가 미국을 2대0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캐나다와 미국 대변인 사이에서 패하는 쪽은 상대방 유니폼을 입고 브리핑에 임한다는 내기를 했었다.

그래서 비록 공식 석상이기는 했지만, 기브스 대변인은 약속대로 캐나다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기브스 대변인은 간단한 모두 발언과 기자의 질문 하나만 소화한 뒤 캐나다 아이스하키 대표 팀 유니폼을 벗어 던졌다.

그런데 기브스 대변인이 캐나다 유니폼을 벗자 반전이 일어났다. 그 속에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 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를 본 미국 기자들이 열렬히 손뼉을 치며 환호를 했다.

하퍼 총리 2009년 한국 방문

2009년 12월 6일 스티븐 하퍼 총리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당시 김형오 국무총리의 환영사에도 아이스하키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김 총리는 “캐나다의 전설적인 하키 선수 웨인 그레인츠키가 말하기를 ‘나는 퍽이 있던 곳이 아니라 퍽이 가는 곳으로 간다’는 말을 인용”해서 같은 ‘G 20 국가’인 두 나라의 공동번영을 위해서 힘을 합하자고 역설하기도 했다.

김 총리의 연설이 끝나자 하퍼 총리는 함께 내한한 부인에게 “김 총리가 아이스하키를 인용해서 말하니까 이해하기가 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퍼 총리의 아이스하키 사랑은 세계 각국에서 너무도 유명해서 그와 정상회담을 하는 나라는 어느 나라든지 아이스하키 얘기를 화제로 삼는다. 하퍼 총리는 아이스하키 얘기가 나오면 표정부터 달라진다.

하퍼 총리는 퇴임 직후 뉴욕의 ‘Simon &Schuster’ 출판사에서 아이스하키 관련 책을 발간했다.

책의 제목은 ‘A Great Game: The Forgotten Leafs and the Rise of Professional Hockey’인데, 토론토 소재 아이스하키팀의 역사 및 역대 선수들에 대한 소개를 비롯하여 프로하키의 태동, 그리고 토론토 팀이 스탠리컵(북미아이스하키 리그 NHL의 우승컵)을 차지하기까지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담겼다.

스티븐 하퍼 전 캐나다 총리는 1959년생으로 2006년 2월6일부터 2015년 11월4일까지 캐나다 총리로 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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