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호에 갔습니다. 진안 ‘데미샘’에서 시작한 섬진강물이 댐에 막혀 생긴 호수입니다. 
서울 사는 이, 나주 사는 이 그리고 하동에 사는 이들이 만나기 위해 상대의 거리를 조금씩 덜어낸 곳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을 만나기 위한 괜찮은 방편입니다. 친구를 만나러 옥정호에 갔으나 친구만 만나지 않았습니다. 만남은 뜻하든, 뜻하지 않든 만나지는 겁니다. 

 

 호수에 자리한 돌과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보다는 조금 다르긴 합니다. 같은 높이로 앉아 그냥 쳐다만 보면 이야기가 나누어집니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홀로 깊어집니다.  

 

 

 걷다 보면 수없는 대상들이 스치며 스쳐 갑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대상과 찌릿하게 통할 때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멈추어 가만히 보니 낯선 풍경이 낯설지 않게 다가옵니다. 바위들이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있어야 할 그곳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위의 무게감이 멀리 보이는 산보다 더 힘 있게 다가옵니다. 다가가서 보니 그렇게 보입니다. 보이는 대로 보는 건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길 가에 자리한 바위가 편안하게 들어옵니다.   

 

 

저분들이 그분들입니다. 떨어져 있던 거리만큼 더 가까이 우산을 맞대고 정겹게 걷고 있습니다. 저분들의 이야기가 멀리서도 들립니다. 아마 ‘오랜만이네’로 시작해서 ‘여기 너무 좋다’를 거쳐 요즘 아줌마들 사이에 뜨겁다는 ‘강철부대’로 이야기의 절정을 맞은 뒤, 마무리는 바깥양반들 ‘구박’으로 끝나는 분위기일 듯합니다. 대개의 경우가 그렇다는 겁니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니 후에 달려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비구름 흩어진 세상 밝은 아침입니다. 변화가 무쌍합니다. 자고 일어나니 어제의 그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매순간 흥미진진한 세상을 마주하는 게 살아있음을 밝히는 일입니다. 비구름 흩어지듯 우리들 또한 흩어졌습니다. 흘러, 흘러 또 모일 겁니다. 어디인지, 언제인지는 몰라도. 바위가 그 자리에 그렇게 있듯이.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