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희망오름 포럼'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희망오름 포럼'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선판세가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경선을 앞두고 친尹(친 윤석열)과 친崔(친 최재형) 간의 계파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파갈등도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홍으로 자칫 대선을 그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김종인 전 국민의힘비상대책위원장이 외곽에서 국민의힘을 흔들고 있다는 목소리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최대한 늦추고 이리저리 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배후에 김종인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국민의힘 주변에서 확산되고 있다.   

야권 유력주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 조짐을 보이면서 보수진영 내부에서는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국민의힘이 범야권 통합을 조기에 이룰 경우 더불어민주당을 대선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알 수 없는 행보'는 보수진영에 피로감과 더불어 분열을 유발하고 있어 향후 윤 전 총장이 입당한다 해도 그에 대한 신뢰감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의 한 고위당직자는 28일 뉴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최재형 윤석열 두 주자를 놓고 서로 지지를 달리하는 패갈림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입당한 후보고 윤 전 총장은 외곽지대 후보인데 당 내부에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 당직자는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국민의힘 내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인물을 꼽자면 김종인씨인 것 같다. 이번에 국민의힘 내부인이 김종인씨와 상의해 윤 전 총장의 지지를 결정했다는데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권 안팎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배후 인물이라고 지목하는 말이 무성하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사실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예컨대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중 일부가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 지지선언 관련 문제’를 상의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을 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최 전 원장 지지 인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자 윤 전 총장 캠프에서 이번에는 입당임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만간 입당 여부에 대해 결심을 굳힐 것”이란 다소 모호한 메시지를 던졌지만 여론은 이를 사실상 입당결심으로 해석하고 있다. 

야권 일부에서는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아직 입당하지도 않은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에 대해 강력한 징계조치를 내릴 움직임을 보이자 선수를 둔 것”이라고 분석한다. 

윤 전 총장은 입당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아니고 “조만간 입당에 대해 고심한 바를 밝힐 것”이라는 식의 지금까지 했던대로 모호한 화법을 반복적으로 구사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때는 아니고 지금은 맞다는 해석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윤 전 총장이 최근에 보인 이도저도 아닌 화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과장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윤 전 총장의) 입당은 확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치맥회동’을 통해 윤 전 총장으로부터 8월 입당에 대한 확인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은 25일 저녁 서울 건대 입구 앞 치킨집에서 회동을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측은 "이 대표와 구체적 시기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와 확실한 온도차이를 보였다. 

윤 전 총장은 이 대표가 확신에 찬 입당예고 발언을 한 날 기자들과 만나 또 한걸음 물러난 입장을 취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입당은 입당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제가 갈 길에 대해 늦지 않게 결론을 내린다 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윤 전 총장의 화법이 본래 그런지, 아니면 전달하는 사람들이 문제인지 확실치 않지만 윤 전 총장의 입당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이상한 구간반복이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윤 전 총장의 이리저리 재는 모습에 보수 유권자들은 이미 상당히 지쳐 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한 것이 그 근거다. 

이에 국민의힘 안팎에서 “윤 전 총장 뒤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농간을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며 “대중의 관심을 이용한 정치쇼는 염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행보와 나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최근 김 전 위원장 측근들이 윤 전 총장 대선 캠프에 합류한 것도 김 전 위원장의 윤 전 총장 배후설을 뒷받침한다. 김 전 위원장도 윤 전 총장의 행보와 관련해 직접 언급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이 김 전 위원장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면 MZ세대라 불리는 2030세대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이 제3지대에서 중도 확장 행보를 하다가 연말 혹은 연초에 국민의힘과 통합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입당을 모호한 화법으로 계속 미루고 있는 것도 김 전 위원장의 이같은 의견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지난 25일 대선 캠프에 국민의힘 전직 의원들과 관계자등 9명을 추가 영입했다.

캠프에 따르면 상근 정무특보에 이학재 전 국민의힘 의원, 상근정무보좌역에는 함경우 전 국민의힘 조직부총장, 상근 대외협력특보에는 김경진 전 무소속 의원이 합류한다.

캠프 상황실 총괄부실장에는 신지호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국회의원, 기획실장에는 박민식 전 국민의힘 의원이 참가한다. 캠프 대변인은 이두아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병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맡는다.

이에 대해 최 전 원장측은 28일 뉴시안과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당 내·외 인사들을 영입한 윤 전 총장을 향해 "이치에 맞는 움직임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당 외 인사를 돕는다면 당적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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