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민중행동 회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8·15 광복절 특사 여부에 정·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고민에 빠졌다.

일단 청와대는 올해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광복절 특사나 사면 그리고 가석방은 단행하지 않을 방침인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여론도 적지 않아 청와대와 법무부는 이를 놓고 다양한 해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광복절 특사에 반대하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사저지하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먼저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여권을 비롯한 경제단체와 시민단체들 간에 온도차이가 상당하다. 여권과 경제단체는 ‘가석방 추진’쪽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참여연대·민주노총 등 1056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3일 "국정농단·횡령 범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문재인 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며 촛불의 명령에 명백히 역행하는 행태"라고 이 부회장 가석방 반대성명을 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가 중대한 경제범죄를 일으킨 재벌 총수를 가석방하는 것은 공정이라는 가치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후진적 행태"라며 "국정농단 단죄는 정경유착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부회장 가석방이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 불법합병과 프로포폴 투약 혐의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이 부회장과 삼성의 기업 활동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게 이들 단체의 분명한 입장이다.

여권은 이 단체들의 반발이 향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판단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여권과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특혜’시비와 함께 ‘직권남용’혐의에 대한 고소고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여기에 최근 법무부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단체들은 본격적인 대응을 강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나오게 되면 즉시 고소고발을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가 추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에 대해 의견조회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이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 심사 명단에 포함된 것 아냐는 말이 법조계와 재계에 돌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불평등과 불공정을 촛불로 탄핵했던 국민에 대한 기득권 카르텔의 폭거"라고 지적했다.

여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의에서 "정부 여당은 삼성물산 불법 합병, 프로포폴 투약으로 진행되는 또 다른 재판은 외면하고 규정상 기준만을 운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은 가석방되어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향후 5년간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없는데, 경영 복귀를 (법무부 장관이) 승인한다는 것은 사실상 우회적 사면을 하겠다는 말"이라며 "정부 여당의 진짜 속내를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번 가석방 심사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과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판결에 대한 사실상 재심의 성격”이라며 “이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한다면 헌재와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뒤집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오는 9일 가석방심사위를 열어 이 부회장 등의 가석방 여부를 논의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 상태지만 프로포폴 재판을 받고 있어 가석방은 현행법상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면담을 신청하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광화문∼청와대 일대에서 약 70m 간격으로 거리를 두고 서서 이 부회장의 석방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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