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수사가 1년2개월 만에 종결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옵티머스 사건은 수천명의 투자자들을 속여 1조원대의 자금을 끌어모은 뒤 이 투자금을 빼돌린 사건이다.

이 사건이 처음 세상에 드러났을 때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여러 말들이 무성했지만 수사결과 성과는 그야말로 용두사미다.

수사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실상 종결되자 ‘봐주기 수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옵티머스 사건은 지난해 6월 옵티머스가 운용하던 사모펀드의 환매가 연달아 중단되면서 처음 수면 위로 부상했다.

NH투자증권 등 옵티머스 판매사들의 고발을 접수한 검찰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 경영진을 출국금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옵티머스 일당의 범행을 전형적인 '폰지 사기'(나중에 투자받은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제공하는 투자사기)라고 규정함과 동시에 수사 개시 한 달여 만에 옵티머스 핵심 경영진 4명을 구속기소했다.

옵티머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의 매출채권을 자산으로 삼는 안정적인 펀드로 포장됐다.

이처럼 겉만 그럴듯한 상품을 내세워 환매 중단 사태 발생 전까지 수천명의 투자자들로부터 총 1조6천억원에 달하는 펀드자금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옵티머스는 투자금 대부분을 부실 채권 인수나 상장기업 인수,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옵티머스의 김 대표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고, 이동열 특수목적법인(SPC)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윤석호 변호사는 각각 징역 8년과 수억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 사건에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내부 문건서 정황이 드러난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옵티머스 경영진이 재판에 넘겨지기는 했으나 수사과정에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조사하던 지난해 10월 실체를 드러낸 이 회사의 내부문건을 통해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란 제목의 문건이다. 

이 문건은 김 대표가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지기 한 달여 전인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대비해 작성한 것으로, 경영진 내분에 따른 폭로전 과정에서 언론에 공개됐다.

이 문건에는 “정부·여당 인사가 펀드 설정과 운용 과정에도 관여돼 있어 문제가 불거질 경우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유력인사들이 옵티머스를 비호해온 것 아니냐”며 여러 추측이 나돌았다. 

실제로 이 문건 안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양호 전 나라은행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 여권과 관련있는 핵심인사들이 고문단으로 활동한 내용과 함께 이들이 회사의 위기를 해소하는데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문건으로 의혹이 증폭되면서 옵티머스 수사는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로 방향이 다시 수정되기에 이른다.  

이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팀 확대 편성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검사 18명이 투입된 대규모 전담 수사팀이 꾸려졌다.

검찰은 펀드 사기를 숨기기 위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옵티머스의 로비스트들을 차례로 검거해 재판에 넘겼다.

또 검찰은 채동욱 전 총장과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등 정·관계 로비 등의 의혹을 받은 옵티머스 고문단도 차례로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은 수사 개시 1년여 만에 옵티머스 일당 중 15명을 구속기소하고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는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옵티머스 고문단에 대해선 전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채동욱 전 총장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수사 결과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또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김 대표가 금감원 검사를 방해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관계 로비 의혹은 실체가 전혀 없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옵티머스 로비 의혹 수사가 사실상 빈총만 쏜 것으로 결론나자 '용두사미'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 수사 무마 의혹 등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검찰이 옵티머스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점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이 신뢰할 수 없다는 이 문건에는 2018년 옵티머스가 투자한 성지건설의 매출채권 일부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 서울남부지검에 수사 의뢰되자, 이헌재 전 총리가 채동욱 전 총장을 옵티머스 측에 소개했다는 내용이 드러나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은 옵티머스 경영진 중 1명과 성지건설 대표이사를 기소했으나 펀드 사기 부분은 수사하지 않아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의 초기 부실수사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옵티머스에 투자했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에 옵티머스 경영진을 펀드 사기 혐의로 수사 의뢰했으나 검찰은 이에 대해 당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피해자들 사이에서 당시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펀드 사기 피해액이 1조원대 이상으로 커지는 것을 막았을 것이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전·현직 청와대 행정관들이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구속기소 된 윤석호 이사의 배우자인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은 옵티머스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옵티머스 관계사들에도 이름을 올려 범행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지난 8일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과 관련된 여러 의혹들이 무혐의로 결론나자 "진실은 국민의 힘으로 인해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김병민 국민캠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옵티머스 관련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지만,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 전 대표는 서면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채 정치적 면죄부를 준 셈"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의 핵심 키는 청와대에 있다"며 "사건 범행을 주도한 김재현 대표가 징역 25년을 받을 정도의 중범죄 사안에 대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 사건 관련자가 있는 사실만으로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또 "감사위원 시절 옵티머스 로비스트를 현직 부장판사에게 소개해 준 의혹을 받은 김진국 민정수석은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청와대는 이런 사기 이면에 권력이 개입되었을 여부는 없는지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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