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사진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웃고 떠들며 동정호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수업은 뒷전인지 사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귓등으로 듣는 듯합니다. 사진이 전부는 아니니 이럴 땐 그대로 흘러가게 두어야 합니다. 개개인의 표정을 보니 마음 한구석을 열어준 절친의 모습들이었습니다. "응, 그랬어" 하며 긍정으로 받아주면 그게 절친입니다. 사진찍기도 그러합니다. 앞에 있는 대상을 진솔하게 받아들여 표현하면 사진이 됩니다. 다만 그 결과는 각자의 상상력에 따라 몹시 달라집니다. 

 

나무와 마주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서 걷어 내고 걷어 냈더니 나무의 끝자락에 구름이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구름에 집중했더니 구름 끝자락에 나무가 걸쳐 있습니다. 앞에 있는 나무를, 혹은 구름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받아들임이 달라집니다. 부분을 깊게 파고들면 다른 모습을 즐비하게 볼 수 있습니다. 구름 머물러 있는 연못이, 비어있는 듯 차 있는 듯 보입니다. 각자의 마음입니다. 

 

 

꽃과 마주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깊게 바라보니 꽃들이 진시황릉에 있는 병마용 토우처럼 늠름하게 다가옵니다. 사물에 대한 상상은 눈을 통해 뇌로 전달된 정보가 그 전에 쌓아놓은 기억들과 겹쳐져서 불쑥불쑥 만들어집니다. 목수국 꽃이 병마용 토우까지 간 것은 그동안 쌓아놓은 기억의 조합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상은 각자가 지내온 과거와 현재의 만남입니다. 목수국 꽃은 잘못이 없습니다.

 

 

풀을 마주했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말을 짧게 하자면 리듬을 보았습니다. 비스듬히 눕거나 꼿꼿이 서거나, 혹은 짧거나 길거나, 각기 다른 모습이 어울려 ‘도레미파솔라시도’를 합니다. 물결에서는 바람 소리가 들리고, 강아지풀에서 음악 소리가 보입니다. 상상은 자기 몫이라고 이미 말했습니다. 

‘상상’을 매어두지 않는다면 내 앞에 있는 세상은 날마다 신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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