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개발 중인 수퍼컴퓨터 도조에 들어가는 D1칩. (사진=테슬라 유튜브 AI데이 갈무리)
테슬라가 개발 중인 수퍼컴퓨터 도조에 들어가는 D1칩. (사진=테슬라 유튜브 AI데이 갈무리)

[뉴시안= 남정완 기자]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전자부품과 소프트웨어 비중이 높아지면서 제조기반 산업을 넘어서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27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공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퀄컴 등 글로벌 IT 기업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자율주행 등 차세대 자동차의 필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통합 소프트웨어와 MCU(마이크로컨트롤러) 반도체 확보가 핵심이다.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 및 출고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 업체의 매출이 전년 대비 247조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도 전년 대비 770만대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IT·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자체 칩과 소프트웨어 독자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달 20일 테슬라는 ‘AI데이’를 통해 차체 칩 ‘D1’을 공개하며, 전기차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암시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칩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통합하여 새로운 차원의 성능과 확장성을 갖춘 AI 컴퓨팅 플랫폼 ‘도조(Dojo)’를 구축 중이다.

엔비디아는 2015년부터 자율주행 플랫폼 ‘NVIDIA DRIVE’ 시리즈 출시하고 있으며, GPU 기술력을 바탕으로 완성차 업체들과 자율주행 부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CPU 설계 기업인 영국의 ARM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도 지난 2020년 CES를 통해 자율주행 플랫폼 ‘스탭드래곤 라이드’를 공개했다. 이어 자율주행 사업 다각화를 위해 기술 기업 비오니어 인수를 추진 중이며 최근 5G기반 자율주행 드론 플랫폼 공개에 나섰다.

(사진=LG전자)
지난 7월 LG전자와 마그나 인터내셔널은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사진=LG전자)

플랫폼 기업들도 새롭게 자동차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 애플은 자체 개발한 CPU ‘M1’ 칩을 자사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에 탑재하며 인텔 의존도를 벗어나고 있다. 추후 애플카에 자체 개발 ‘C1’ 칩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역시 최근 자체 개발한 ‘구글 텐서’ 칩을 자사 스마트폰인 '픽셀6'에 장착하는 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칩을 개발 중이다. 아마존은 컴퓨팅 처리를 위한 엔비디아의 칩을 자체 칩 ‘인퍼런시아’로 대체하고 있으며, 독자 개발한 CPU ‘그래비톤’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칩 역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LG전자는 자동차 전장사업을 본격화한다. 지난 2018년 차량용 조명 부품업체인 오스트리아 ZKW를 1조40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올해 7월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전자동력장치) 분야 합작법인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최근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업인 사이벨럼의 지분 63.9%를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했다. LG전자의 이같은 행보는 적자를 거듭하던 모바일 사업을 대체하는 사업으로 전장사업을 낙점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인 현대모비스는 지난 12월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또 올해 3월 국내 13개 전문 개발사와 함께 ‘SW 개발협력생태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생태계를 통한 자율주행 및 인포테인먼트 분야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관계사 합병과 컨소시엄 구성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려는 조치의 하나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현대모비스가 자동차 핵심부품에 e파워트레인을 융합한 전기차용 모듈 시장을 개척한다.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자동차 핵심부품에 e파워트레인을 융합한 전기차용 모듈 시장을 개척한다. (사진=현대모비스)

이러한 반도체, 플랫폼 기업의 자동차 산업 진출 소식은 완성차 업체들에겐 희소식이 아니다. 현재는 제조-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정 시기가 도래하면 핵심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관련 기업에게 독자개발을 통한 기술 내재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2019년 소프트웨어 전담 조직을 출범하고 3000명의 개발자를 영입해 자율주행차용 고성능 칩과 SW 아키텍처를 직접 설계·개발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SW 우선주의 정책과 인재 확보를 통해 오는 2022년까지 전사 조직을 새롭게 개편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계는 운영체제, 인공지능, 컴퓨팅 등 미래 차 SW 기술에 관한 기술 역량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SW 시스템을 수입에만 의존하면 해당 산업 육성 기회를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업체들을 중심으로 완성도 높은 차량용 통합 시스템을 구현해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누가 이끌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노 라이센스, 노 칩(No License, No Chips)’ 기조에 맞춰 시스템 소프트웨어까지 특허 사용을 계약하는 사업 모델을 구상하는 시점에서, 국내 자동차 관련기업들의 선제적인 대응과 독자개발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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