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며칠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독일 마를로브의 마를로브 새 공원을 방문해 호주산 잉꼬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퇴임을 며칠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독일 마를로브의 마를로브 새 공원을 방문해 호주산 잉꼬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스포츠는 그 나라 대통령들의 관심, 그리고 정책 변화에 따라 활성 화 되거나, 침체되곤 했었다.

지구촌의 현역, 역대 대통령(수상)들은 그동안 어떠한 스포츠 정책을 폈었고, 그래서 그 나라의 스포츠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아보았다.

남자 탈의실 제집 안방처럼 드나든 메르켈

미국의 모틀리 판사가 1978년 9월 “여성 언론인이 남성과 동일하게 라커룸에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결을 한 이후 여기자들의 메이저리그 라커룸 취재가 허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자 들 외에 여성들의 라커룸 방문은 지금도 금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독일의 최초의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리켈 총리에는 남자축구 대표팀이 라커룸을 제집 안방 드나들듯이 드나들었다.

축구를 가장 좋아하는 메르켈은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자국 팀을 열성적으로 응원했다.

메르켈의 총리 취임(2005년) 1년 후에 열린 2006 독일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독일의 축구대표 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이 TV에 중계되고, 신문에도 실리면서 그녀의 호감도가 매우 높아지기 시작했다.

메르켈은 지난 2010년 독일 팀의 유럽선수권대회 예선전 승리 후 라커룸 안에서 상의를 벗은 선수들을 격려했고, 그 사진은 당시에 큰 화제가 됐다.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남자 선수들의 라커룸을 방문했기 때문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대회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도 현지 케이프타운까지 날아가서 직접 관전을 했는데, 독일은 메르켈의 열렬한 응원 때문인지 아르헨티나를 4대0으로 대파하고 준결승전에 올랐었다.

또한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독일이 포르투갈에 4-0 완승을 거둔 직후 독일축구대표 팀의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어깨를 나란히 한 셀카를 자신의 SNS에 올려 큰 관심을 끌기도 했었다.

당시 메르켈은 독일로 돌아갔다가,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다시 브라질로 날아왔다. 독일이 브라질 월드컵축구대회를 치르는 동안 두 차례나 방문한 것이다.

메르켈이 독일에서 브라질 까지 먼 거리를 두 차례나 방문했기 때문인지 독일은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1대0으로 꺾고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메르켈은 마라카나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결승전을직관 했다.

메르콀은 2018 러시아월드컵 때는 정치적인 일정 때문에 러시아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에게 0대2로 패하는 등 16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당시 독일에 남아서 “독일이 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에 0대2로 패해 16강에도 오르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한 메르켈 총리는 “매우 슬프다”고 말 했다.

메르켈 총리 70퍼센트에 가까운 지지 속에 퇴장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지난 26일, 16년간의 독일 총리직을 완수 한 뒤 물러났다. 메르켈은 16년이 재임 기간 동안 미국과 프랑스 대통령 각각 4명, 영국 총리 5명과 맞상대를 했었다.

또한 메르켈은 G7 정상회의에 역대로 가장 많은 15번했는데, 그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은 동독출신으로 이혼 경력도 있고, 과학자(라이프치히대학교 물리학 박사) 출신인데다 세력도 없었다.

그러나 재임기간 동안 여러 차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었다. 퇴근 후 슈퍼마켓에서 직접 장을 보는 모습을 너무 자주 보여줘서 놀랍지도 않았고, 실무자들을 만나서 능숙한 영어로 대화를 하거나, 푸틴을 만났을 때는 러시아어로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의 재임기간 동안 유난히 위기가 많았었는데, 모두 슬기롭게 극복해 나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난, 2015년 시리아 내전 등으로 많은 난민이 유럽으로 난입을 할 때도 ‘포용적 난민정책’으로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슬기롭게 대처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코로나 사태 직전, 독일의 실업률을 3퍼센트까지 떨어트려 사실상 완정고용을 달성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적들은 독일의 코로나19 관리 실패, 뜻하지 않은 대 홍수 사태, 아프칸 상황에 대한 판단 미스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독일인들, 어머니처럼 메르켈 그리워 할 듯

메르켈 총리는 2005년과 2009년, 2013년, 2017년 등 4차례 총선에서 모두 승리해 16년간 재임했다.

독일의 어느 중학생은 “남자도 총리를 할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자신의 15년 평생 동안 여성 총리만 봐 왔었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역시 16년 동안 재임을 했었던 헬무트 콜 총리(1982년 10월1일~1998년 10월27일)와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콜 총리는 슈뢰더와의 대결에서 패해서 물러났지만, 메르켈은 2017년 총선에서 승리를 한 직후 “이번이 총리직의 마지막 임기”라고 선언한 뒤 자진해서 물러났다.

메르켈 총리는 정치에 입문한 지난 28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스캔들이나 부패 사건에 연루된 적이 없다. 머리와 옷도 언제나 수수했고, 꾸밈이 없었다. 

또한 친인척 비리도 없었다. 총리 관저 대신 평범한 개인 아파트에서 월세를 내며 살았고 (총리에서 물러난 이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마르켈은 카리스마 없이도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독일인들은 머지않아 소통, 경청, 겸손.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을 가진 그녀를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한편 '포스트 메르켈'을 뽑아야 하는 독일 연방의원 총선거에서 사회민주당(SPD), 집권 기독민주당(CDU), 기독사회당(CSU) 모두 초박빙의 지지를 얻어 새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개 이상의 정당이 연립해야 하는 판세가 펼쳐지게 됐다. 사민당과 기민·기사당 연합이 모두 연정 구성에 나설 것으로 보여, 새로운 내각 구성은 2~3개월 이상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새 내각이 구성 될 때 까지 메르켈이 총리직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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