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사람은 누구나 승부를 겨루면서 살아간다. 저녁내기 같은 작은 승부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큰 승부도 있다. 하물며 스포츠 세계에서의 승부는 늘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진다. 매주 목요일,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같은 행위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는 스포츠 인들의 몸부림을 들여다본다.

한국 스포츠는 중요한 대회마다 늘 4위에 그쳐

2020 도쿄올림픽이 끝난 지도 두 달이 되어 간다.

지난 도쿄올림픽은 수영의 황선우 선수로 시작해서 3관왕을 차지한 양궁의 안산, 그리고 여자배구로 끝이 났다.

여자배구는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한국 여자배구가 낳은 세계적인 거포 김연경 선수의 은퇴 무대였기에 이왕이면 메달을 땄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었다.

한국 스포츠는 지난 도쿄올림픽의 여자배구뿐만 아니라 중요한 고비 때마다 4위에 그치고 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여자배구 런던, 도쿄 올림픽 모두 4위

도쿄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세계랭킹 14위였었던 여자배구의 목표는 8강 진출이었다.

여자배구는 예선에서 케냐와 라이벌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보다 랭킹이 높은 도미니카까지 물리치고 8강에 올라 1차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8강전에서 역시 우리나라보다 랭킹이 훨씬 높은 터키까지 제압하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브라질,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잇따라 패해 4위에 머물렀다.

세계 최고의 배구선수 김연경을 보유하고도 2012 런던올림픽에서 일본과의 3, 4위전에서 패해 4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강전에서 복병 네덜란드에 패해 탈락 그리고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4위에 그친 것이다.

금상첨화(錦上添花)라는 말이 있다. 이왕이면 목에 메달을 따고 ‘금의환향’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1983년 멕시코 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 4위

한국 여자배구는 도쿄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하는 과정이 38년 전 멕시코에서 벌어진 1983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이 예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4강까지 올랐다가, 결국 4위에 그치는 과정과 비슷하다.

당시 한국 축구는 예선 A조 첫 경기에서는 스코틀랜드에 0대2로 패했지만, 그 후 ‘벌떼 축구’를 내세워 멕시코(2대1)와 호주(2대1)를 제압하고 2승 1패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8강 전에서 강호 우루과이를 2대1로 물리치고 준결승전에 올랐다. 준결승전에서는 브라질에 1대2, 3, 4위전에서 폴란드에 1대2로 패해 4위를 차지했다.

한국 축구는 비록 4위에 그쳤지만 세계 규모의 대회에서 처음 4강에 올랐기 때문에 박종환 감독을 비롯한 한국 팀이 김종부 신연호 김종건 등 주축선수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2002 한, 일 월드컵 축구대회 4위

한국 스포츠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린 것으로 평가를 받는 2002 한일월드컵 축구대회에서도 결국 최종 성적은 4위였다.

한국은 예선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2대0으로 제압하고, 미국과 2차전을 1대1, 포르투갈과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1대0으로 이겨 2승 1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골든골로 제압하고 8강에 올라, 스페인과 승부차기에서 이겨 준결승전에 올랐다.

그러나 준결승전부터 독일에 0대1, 터키에 2대3으로 2연패를 당해 4위에 그치고 말았다.

1988서울올림픽에서도 4위

한국은 1988 서울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스포츠 분야뿐 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개발도상국을 벗어나 중진국으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88 서울 올림픽에서 양궁, 복싱, 유도, 탁구 등에서 모두 12개의 금메달을 따서 구소련, 동독, 미국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그 후 2012 런던올림픽에서 펜싱(금메달 2개)이 의외로 좋은 성적을 올려 줘서 종합 5위까지 끌어올렸지만 4위 이내의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한국 스포츠, 왜 4위만 할까

우리나라 스포츠는 왜 ‘결정적인 순간’을 넘기지 못하고 입상(메달)권인 3위 이상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4위에 그치는 것일까?

스포츠의 저변이 약하기 때문이다.

사회(학교)체육의 저변이 넓다면, 각 종목에서 기본기가 확실하고, 훌륭한 자질이 있는 선수들을 대거 발굴해 이들이 성인 클럽 또는 프로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결정적인 순간’ 힘을 발휘해 세계를 제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각 종목 모두 저변이 약해, 결정적인 순간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P.S 한국 스포츠가 4위 징크스를 극복한 경우는 여자배구가 가장 먼저였다. 여자배구는 1972년 뮌헨 올림픽 3, 4위전에서 북한에 0대3으로 패해 4위에 그쳤었다. 여자배구는 절치부심,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을 3대0으로 설욕했다. 그 후 여자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세계최강 일본전을 사실상 포기하고 헝가리와 3, 4위전에서 총력전을 펼쳐 3위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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