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아파트촌(사진=뉴시스)
서울 강남의 아파트촌(사진=뉴시스)

[뉴시안=박용채 편집위원]

 일본을 조금 안다는 사람들중 흔히 ‘일본의 현재’는 ‘한국의 미래’라는 말을 곧잘 한다. 경제 구조는 물론 고령화 저출산 등 사회구조까지 일본이 겪었던 상황을 한국이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는 데서 생긴 말이다.

1980년대말 90년대초 일본 부동산 거품이 꺼진 것 처럼 한국도 조만간 부동산거품이 붕괴될 것이라는 얘기도 적지않다.      
 
 일본의 거품붕괴는 1985년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으로 구성된 G5 재무장관들이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 모여 당시 달러당 240엔대였던 엔화를 낮춘 게 직접 계기다. 플라자합의가 있고 3년뒤인 1988년 1달러당 엔환는 120엔대로 떨어졌다.

일본의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당연지사였다. 일본은 경기 부양을 위해 대출금리를 5%대에서 2.5%대로 낮췄다. 유동성이 넘치자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렸다. 부동산 가격은 몇 년새 2~3배 뛰였다. 감짝 놀란 일본 중앙은행은 금리를 다시 높였다. 부동산 총량규제에 보유세까지 올렸다.  투자심리는 급락했고, 부동산 가격도 급전직하했다. 이후 몇차례 등락은 있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시세를 회복하지 못한 곳이 대다수이다. 
 
과연 한국 부동산은 일본식 거품 붕괴를 맞을 것인가.
사실 최근 수년간 서울의 아파트가격은 과거 일본의 거품을 떠올릴 정도로 지나치게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집값 상승이 경제가 좋아지고 소득이 늘어나면서 집을 구입한 데 따른 것이라면 크게 문제삼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등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않은 상황에서 지금처럼 집값만 폭등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더구나 인구가 늘어나는 국가라면 인구가 집값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에 인구도 줄어드는 추세여서 더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설령 1인가구가 늘더라도 갑자기 집에 대한 수요가 이렇게까지 늘어날 수는 없다. 

 경제실적보다 훨씬 고평가된 주택가격은 반드시 그 괴리만큼 내려갈 수 밖에 없다.
 
 흔히 집값을 분석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되는 지수는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이다.  단순 계산하면 연소득으로 몇 년을 모아야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지를 평가하는 지표이다.

 국토교통부 발표를 인용해보자. 4년전인 2017년 한국의 전국 평균 PIR는 5.6이었다. 수도권은 6.7, 서울은 11.7로 올라간다. 물론 서울의 경우 입지가 제한적인 데다 경제력 집중도 등을 감안하면 다른 지역에 비해 지수가 높은 것은 일정부분 이해 가능하다. 미국 뉴욕이나 LA,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일본 도쿄 등도 이런 측면에서 마찬가지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뛰었다. 

 부동산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값은 9억2천만원이었다. 강북권이 7억5천만원, 강남권이 11억원 선이었다. 2019년 기준으로 강북권과 강남권의 PIR는 각각 13년, 16년이었다. 그러던 것이 2020년에는 각각 15.21배, 20.45배로 늘었다. 명복소득대비 명목집값 PIR를 활용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강북의 용산구에서는 PIR가 26.6배, 강남권의 강남구에서는 PIR가 31.30배였다. 정부에 우호적인 경제학자들은 부동산가격 폭등이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며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말하지만 지표만 놓고보면 현재의 부동산값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일본과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거품이 생긴 배경과 조건이 많이 닮아있다.

 다만 일본의 거품붕괴는 30년전의 얘기인데다 반면교사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갈 가능성은 높지않다는 게 전반적인 견해이다.

 지난 몇 년간의 집값 상승은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과 갈 곳 잃은 자금, 지금 집을 사지 못하면 평생 아웃사이더가 된다는 의식, 정부의 어설픈 정책, 저출산 고령화 과정에서 파생된 1인가구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다만 그럼에도 시선을 뗄 수 없는 것은 금리이다. 따지고보면 일본의 거품 붕괴는 금리를 너무 급격한게 조여버린 데서 촉발된 측면이 크다. 일본은 당시 물가가 오르자 단기간에 급격히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기준금리를 0.75%에서 1%로 0.25% 포인트 올렸다. 금통위는 지난해 3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패닉을 진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단행하고, 5월에는 0.25% 추가인하해 0.5%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8월부터 금리를 죄기 시작했다.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 올린 데 이어 이날 추가로 올린 것이다. 3개월새 0.5%포인트 올라가며 배로 뛴 셈이다. 

 한은이 부랴부랴 금리를 올린 것은 늘어나는 유동성에 물가와 가계부채가 심상치않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37객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은 한국이 104.2%로 가장 높았다. 홍콩, 영국, 미국, 태국 등이 뒤를 이었다. 흔히 부채가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진 일본은 63.9%로 7위였다. 조사대상국중 가계부채 규모가 GDP를 웃도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금통위의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여파로 최근 집값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금리가 오르면 영끌로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치명적 위협이 된다. 문제는 속도이다. 금통위는 이날 보고서에서 성장세 회복, 물가 등을 고려해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적절히 조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서는 한숨 쉬어가겠다는 얘기도 되고, 물가가 급등하면 한번 더 조이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다만 일본의 거품이 급격한 금리인상 등에서 기인한 것을 모르지 않는 금통위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부동산은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부동산 붕괴는 경제붕괴나 다름없다. 실제 한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폭락 조짐을 보이면 시장 경착륙이나 거품 붕괴를 막기위해 각종 지원정책을 편다. 정부가 가계부채의 부실을 우려해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과도한 하락조짐이 보일 경우 언제든지 부양정책에 나설 게 뻔하다.

 집값 폭락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준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는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민간소비는 물론 기업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말 집값이 17.7% 떨어졌다. 이후 은행빚이 많은 사람의 경우 허리띠를 졸라맸고, 고용상황도 급격히 나빠졌다.

빚투, 영끌이 일상화된 요즘 상황에서 집값 하락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어떤 정부건 집값 하락은 원치않는 시나리오이다. 

  이를 종합하면 한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갑자기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할 것이다. 최근의 부동산 거래가 줄어든 것도 대출을 조인 탓도 크지만, 과도한 집값 상승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심리가 자연스레 작동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호승 청와대정책실장, 노형욱 국토부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요즘 10년전 부동산 급락사례를 들이밀며 추격매수 자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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