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충남 천안 단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세버스 사고 희생자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뒤 안 후보와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충남 천안 단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세버스 사고 희생자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뒤 안 후보와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부인 코로나19 감염에 이어 국민의당 선거 운동원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6일 밤 국민의당 유세차량 사고 빈소를 찾아 안 후보와 만났다. 두 후보가 안 후보를 잇달아 찾아 조문한 것은 유세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위로가 첫번째 이유지만 대선 막바지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단일화'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먼저 빈소를 찾은 윤 후보는 "안 후보에게 안타깝고 불행한 일에 대해 인간적인 면에서 얘기를 나눴다"며 "여러분께서 추측하는 그런 얘기는 오늘 이 장소가 장소인만큼 다른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 현안에 대해선 두 분만 얘기를 나누셨고 나머지 얘기는 말씀드리기 적절치않다. 독대는 한 20여분 진행됐다"고 말했다.

윤 후보 진영의 한 인사는 뉴시안과의 전화에서 “이 자리(빈소)에서는 고인들을 애도하는 자리에서 정치적 대화를 주고받기보다 애도에 집중하는 게 고인에 대한 예가 아니겠나”라며 “다만 마음을 표시한 이후 단일화에 대한 논의는 이날 기류를 바탕으로 별도의 라인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를 공식 제안한 뒤 이뤄지는 첫 대면이라는 점에서 ‘이날의 기류’는 정치적 의미가 크다는 게 이 인사의 설명이다. 실제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참모들의 건의 전에 빈소를 직접 찾아 애도의 뜻을 표하고 싶다고 밝히고 일정 조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윤후보가 떠난뒤 25분쯤 뒤 수행원 없이 혼자 빈소로 들어섰다. 이후 안 후보를 따로만나 20여분 조문을 마친뒤 빈소를 빠져나갔다. 이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안합니다"를 반복하며 떠났다.

국민의힘 내에는 단일화와 관련해 두 갈래 기류가 있다. 첫째는 야권승리를 위해 단일화가 절대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이다. 지난 6일 보도된 국민일보의 국민의힘 의원 전수조사(105명중 101명)에서는 찬성의원이 67명(63.8%)였다. 이중 55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겼다. 단일화 반대론자는 16명이었다. 단일화 찬성론자 가운데 성사가능성은 낮다고 본 이도 12명에 달했다.

다만 이 조사는 열흘전 내용이다. 그 사이 안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단일화' 얘기를 먼저 꺼냈다.

자연스레 국민의힘 내부 기류도 다소간의 변화가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에 부정적이다. 윤 후보를 비롯한 주류진영은 단일화 협상보다 담판을 통한 결론을 선호한다. 단일화로 이슈가 집중되는 것이 공식 선거운동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야권의 한 인사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득이 되려면 그가 확실한 보수진영이거나 중도층에 대한 영향력이 있어야 하는데 안 후보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이런 상태로는 단일화가 돼도 윤 후보에 얼마만큼 이득일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공은 국민의힘에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안 후보에게 있다는 얘기이다. 

반면 안 후보의 생각은 다르다. 최근 지지율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박빙일 수록 자신의 몸값은 높아진다고 여긴다. 대선의 승부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로서 존재감은 더 커지고 있다는 게 내부 진단이다.  

다만 민주당의 잇단 구애에도 이재명 후보쪽과 손을 잡는 일은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반적인 분위기이다. 무엇보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주장해왔다. 정치적 실리에 따라 정반대 입장으로 선회하는 것은, 더구나 2012년과 2017년 대선때 온갖 조롱과 멸시를 받았던 민주당과 손을 잡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17일에도 "윤석열, 수백만 지지받는 안철수 조롱한다"(이해찬 전대표) "안후보의 중도포기는 쉽지않을 것"(조응천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이라고 말하면서 안 후보에 구애를 보냈다. 민주당과 손을 잡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완주해달라는 요청이다. 민주당은 다자구도가 되면 승리한다고 여기고 있다. 

이에따라 안 후보의 선택폭은 완주냐, 윤 후보와 손을 잡을 것이냐, 아니면 자발적 사퇴할 것이냐 등 세가지 중 하나로 좁혀지고 있다.

다만 세가지 모두 치명적 단점이 존재한다. 완주의 경우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윤 후보가 승리할 경우 안 후보의 정치적 가치는 제로로 수렴된다. 만에 하나 이재명후보가 승리할 경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발적인 후보 사퇴 역시 '철수'라는 이미지를 재부각시키면서 안 후보의 정치생명에 마이너스이다.

이를 감안하면 유일하게 선택가능한 카드는 윤후보와 단일화이다. 다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윤 후보 말대로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받아들이더라도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를 감안하면 사실상 투항하라는 분위기에 가까워 쉬 결단을 내리기 힘들다.

결국 윤 후보가 안후보의 자존심에 덜 생채기를 내고 지분을 얼마만큼 챙겨주느냐에 따라 단일화의 성패가 달려있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자체가 발을 뺄 수 있는 명분을 달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