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방산전시회(WDS)에서 지난 2월 6일(현지시간) (오른쪽부터) 이현수 LIG넥스원 해외사업부문 부사장과 칼리드 빈 후세인 알 비야리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차관, 모하메드 빈 살레 알 아텔 사우디 군수산업청 부청장이 천궁2 계약 서명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국방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방산전시회(WDS)에서 지난 2월 6일(현지시간) (오른쪽부터) 이현수 LIG넥스원 해외사업부문 부사장과 칼리드 빈 후세인 알 비야리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차관, 모하메드 빈 살레 알 아텔 사우디 군수산업청 부청장이 천궁2 계약 서명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국방부]

[뉴시안= 이태영 기자]한국이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와도 대규모 투자 체결에 성공하며 제2의 중동 붐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2의 중동 붐’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차원적 협력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기회의 땅’ 중동은 경제적 발전을 달성했지만 정치적 불안정성 등 불안 요소도 존재해 ‘제2의 중동 붐’ 지속을 위해 정치적 상황을 함께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7일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중소기업 CEO 리포트’ 3월호에 게재된 ‘제2의 중동 붐이 일으킨 새로운 바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와 에너지, 건설 등 전통적인 협력 분야뿐만 아니라 수소, IT, 자동차, 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대규모 계약과 MOU가 체결되는 등 기업이 뛰고 정부가 미는 ‘제2의 중동 붐’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중동에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고 있는 이유로 우선 전통적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자원 의존도를 줄이며,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하는 경제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음을 꼽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디 비전 2030’을 제시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고, UAE 역시 ‘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 아래 포스트 오일 시대를 선도하고자 한다. UAE는 GDP에서 1971년 약 90%를 차지했던 석유 부문 비율을 현재 30% 미만으로 줄이는 데 성공하면서 경제다각화의 선두국가로 자리매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강석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중동의 산유국들이 석유 자원 이외의 분야에서 새 기회를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이 강화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다르 알 코라이예프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5일 경기도 KG 모빌리티 평택 공장을 방문해 조립1라인을 살펴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다르 알 코라이예프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5일 경기도 KG 모빌리티 평택 공장을 방문해 조립1라인을 살펴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한 중동 산유국들의 국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신장되며 자신감이 커짐에 따라 적극적인 투자와 과감한 개혁에 나서고 있음을 강조했다. UAE의 저명한 학자인 압둘칼리크 압둘라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걸프의 순간(The Gulf Moment)’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 나타난 젊은 지도자들로의 리더십 교체는 변화를 견인하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일례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대통령,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국왕과 같은 젊은 지도자들은 미래를 준비하며 중동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등 제2의 중동 붐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특히 중동 산유국들의 미래비전 추진에 따라 기후변화와 청정에너지, 디지털 전환, 식량안보,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 새로운 유망협력 분야들이 계속해서 발굴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중동 국가 간 협력의 중심이 되는 국방안보 분야를 주목했다. 지대공 미사일 천궁 II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로 수출되며 K-방산의 중동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청정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분야 역시, 한국과 중동 국가 간 대표적인 유망협력 분야로 간주된다. 중동은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태양광 발전의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친환경 전력 생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용이하다. 특히 잘 갖춰진 항만 시설과 터미널은 수소 에너지와 같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 운송, 유통에 장점이 되고 있다. 탈탄소화, 기후변화, 미래 친환경 에너지 생산 등의 분야는 한국과 중동 국가 간 유망협력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

디지털 전환 역시 주목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대표적인 사업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로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시티 건설을 표방하며 관련 국내 기업들의 진출 기회가 되고 있다.

[그래픽=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그래픽=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네이버와 KT 같은 IT 대기업들은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 또한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중동 국가들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기업들의 중동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강석 교수는 “무엇보다 중동 국가들의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계속해서 발주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동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의 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 중동 국가들이 한국과의 협력을 선호하는 이유로 우선, 중동 국가들은 포스트 오일 시대 및 글로벌 국제질서 변화에 대비해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소위 ‘룩 이스트(Look East)’ 정책을 꼽았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같은 서방 국가들에 대한 전통적인 의존도를 줄이고 새 대안으로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을 선호하는 추세를 강조했다.

중동에서 쌓아온 한국에 대한 오랜 긍정적 신뢰와 한류의 인기 확산으로 중동에서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 요소다. 중동에서의 한류 열풍도 한몫했다. 중동 국가에서 연이어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K-POP 및 K-컬처 관련 공연과 더불어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BTS 정국이 부른 공식 주제가 ‘Dreamers’는 한류의 인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와 영화 역시 인기다.

아울러 한국과 중동 국가 간 상호 보완적 경제 구조 아래 한국의 축적된 발전 노하우를 받아들이려는 중동 국가들은 한국과의 협력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다각화의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면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을 발전 모델로 여기며 협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진정한 제2의 중동 붐을 지속하기 위해 경제적·비즈니스적 차원에서 중동에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오랜 문화와 역사, 언어를 포괄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중동의 역사와 문화, 현지 언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강석 교수는 “최근 발생한 홍해 물류 위기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중동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 외적인 돌발 변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경제 외적인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준비해 나갈 때 진정한 제2의 중동 붐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